시구, 시축, 시타의 의미
시구, 시축, 시타의 의미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02.11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호의 스포츠

‘홍드로’는 탤런트 홍수아의 별명이자 애칭이다. 홍수아가 이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프로야구 시구 때문. 홍수아는 지난 2005년 7월 프로야구 두산전에 시구자로 처음 나섰다. 잠실벌 많은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그녀는 다리를 높이 들고 유연한 폼으로 멋지게 시구를 했다. 기자들은 즉시 홍수아의 시구 모습을 인터넷, 신문을 통해 보도했고 이것이 인기검색어에 오르면서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공을 멋지게 잘 던진다고 해 홍드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밖에도 소녀시대 윤아(2009/2010 여자배구 개막전), SK 최태원 회장(2009 핸드볼큰잔치 개막전), 여자축구선수 여민지·지소연(2010 K리그 서울FC-인천유나이티드), 골프선수 양용은(2010 프로야구 LG-삼성전) 등 많은 유명인사가 시구에 참여했다.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 팬들은 경기장에 경기를 보러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구단 입장에선 관중을 많이 모으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 및 홍보활동을 전개한다. 야구장의 경우 치어리더를 활용한 응원전은 기본으로, 여기에 가수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포토타임 등 선수와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구(始球)는 그런 경기외적 이벤트의 일환이다. 구단이나 경기 주최 측에서 보면,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시구자를 미리 고지함으로써 팬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관중 증대효과가 적더라도 시구자로 인해 관중들이 즐거워한다면 다음 경기에 다시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면 시구는 어느 경기에서 하는가? 거의 모든 구기 종목에 시구가 존재하지만 가장 일반화된 것은 야구다. 특히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거의 매일 4개 구장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시구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개 시구자는 투수 마운드에서 해당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피처로 나서고, 타석에 선 타자들이 헛스윙을 해 심판이 공의 구질과 상관없이 스트라이크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요즘은 둘이 나와 시구와 시타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농구나 핸드볼은 골 넣는 행위를, 배구는 서브를 넣는 것을 시구라고 한다. 축구에서는 시축(始蹴)이라고 표현한다. 대개 선수들의 경기 준비가 끝나면 센터 서클 가운데에서 시축을 맡은 스타나 정치인 등이 축구공을 차는 형태다.

입소문으로 관중 동원 효과 탁월

골프에서는 프로암대회 등에서 시타(始打)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에 참석하는 VIP조가 티오프를 하기 전 VIP 한 명 또는 네 명 모두가 이벤트용 골프공을 친다. 이때 충격으로 공이 터지는데 오색 연막이 나오면서 공이 날아간다. 이밖에 다른 경기에서도 경기 시작 전 공을 이용해 시구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데 참석 VIP나 연예인 등이 담당한다. 그러면 시구에는 주로 누가 나서는가? 첫째, 보통은 연예인이 많이 한다. 분야는 가수, 영화배우, 탤런트 등으로 다양하다. 가수들은 축구 하프타임(half time)이나 야구 클리닝 타임(cleaning time)에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들 연예인은 과거 구단에서 어렵게 불렀지만 요즘은 영화개봉이나 신곡 홍보 등의 목적으로 참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단이 팬을 늘리고 관중을 끌어 모으려는 목적으로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을 집중적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2010년 블루랄라(Blue Lala) 캠페인을 전개한 수원 블루윙즈 축구단은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를 초청했다. 또 삼성전자 광고모델인 한효주, 카라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 2011년 초 삼성썬더스는 LG세이커스와의 농구경기 잠실전에서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유를 초청, 시투(始投)를 하게 하면서 미니콘서트도 열어 만석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아이유를 애니콜 광고모델로 캐스팅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회사 광고모델을 초청하는 경우에는 운동장 안팎에서 제품 판촉 캠페인이나 사인회 등을 겸하기도 한다. 제품홍보와 시구, 스포츠 경기를 연계하는 홍보 전략인 셈이다.

대형 이벤트 접목…PR적 뉴스가치 극대화

최근 ‘라스트 갓파더(The Last Godfather)’ 영화를 개봉한 심형래 감독은 SK와 KCC의 잠실경기장에 나타나 시투를 하면서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심 감독의 농구장 방문은 당연히 인터넷 뉴스를 통해 노출됐고, 자연스레 영화홍보에도 일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출연한 문소리, 김지영도 핸드볼 붐 조성과 영화 홍보목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시구하기도 했다. 탤런트 이채영처럼 시구를 하고 난 이후 SK와이번스 팬이 된 경우도 있지만, 시구자가 특정구단과의 연고관계로 인해 시구에 나서는 사례는 많지 않다. 연예인 섭외로 보면 서울소재 구단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지방 구단은 지역 마케팅 치원에서 지역유지나 소비자를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시구에 나서는 또 하나의 부류로 정치인이나 관료를 들 수 있다. 실제 과거 ‘박스컵’ 축구대회에서 단골 시축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3월 27일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의 개막전에 시구를 했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도 야구장에서 시구를 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서울시장 시절 시구를 했다. 미국에서는 케네디, 부시, 클린턴, 오바마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야구장서 글러브를 낀 모습을 연례행사처럼 볼 수 있다. 연고지 구단이 있는 지역의 도지사나 시장, 국회의원 등이 시구나 시축에 나서는 이유는 다분히 이미지 관리와 관련이 있다.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라는 슬로건을 새로 만들 당시 김장수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어린이날 잠실구장에서 정복을 입고 시구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시구는 뉴스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기도 한다. 시축자가 다수이면 그라운드에 공을 여러개 갖다 놓고 동시에 시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야구장에서도 올스타전과 같이 초청 VIP가 많을 시 여섯 개 조가 함께 타자와 포수로 나뉘어 시구를 하기도 한다. 시구는 대형이벤트로 접목되기도 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미국 LA에 성화가 도착했을 때 안착행사를 다저스 구장에서 가졌다. 성화는 영화배우 톰크루즈 등 유명 스타들에 의해 야구장에 입성했고, 간단한 세로모니 이후 시구를 하며 정규리그 야구를 시작하는 순서로 구성됐었다. 양키스 구단의 경우 인공위성 시구라는 초유의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인공위성이 발사될 때 양키스 유니폼과 야구공을 실어 보냈고, 특정일을 잡아 전광판으로 인공위성을 라이브로 연결해 우주인이 시구를 하게 한 것. 물론 야구공은 진공상태에 떠 있을 뿐이고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타자가 공을 치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이는 관중들에 색다른 재미를 주고 양키스 팬들에게는 뉴스거리를 만들어 주는 새로운 시도였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