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문가 기고]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0.04.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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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동반성장의 길
생태계 조성, ‘네트워크 경영’ 바람직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65년 ‘금융개혁’을 하면서 정기예금 이자율을 하루아침에 15%에서 30%로 올렸다. 반면 대출 이자율은 그보다 낮은 26%로 한정해 투자 위축을 막았다. 국내 자본 형성이 거의 되지 않던 시절, 낮은 금리 대출로 기업 활동에 투자한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 그중 일부는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160억여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투입됐다. 그 상당 부분은 자동차, 석유화학, 중공업, 건설 등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지원됐다. 덕분에 클린 기업이 된 기업들은 국내 다른 대기업에 인수됐거나 인수를 기다리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위기에 고 환율로 대응한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도 주요 대기업들이었다. 출자총액제한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의 계열사 수가 크게 늘어났고,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선전해 금융위기도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률 격차, 종업원 임금 격차가 확대, 지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중소기업의 낮은 수익률은 R&D 여력을 제약해 중소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근본적인 장애로 작용한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취업 재수를 선택하는 근본적인 이유의 하나다. 

불균형 압축 성장 전략은 그 성공과 더불어 이 같은 경제사회 양극화의 그늘을 우리에게 드리웠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동반성장할 것인가’ 하는 방법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초과이익 공유제’도 어떻게 동반성장할 것인가를 고심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단어다.

공정거래 질서 정착 선행돼야

지금까지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방식의 하나는 대기업들이 하도급 등 거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형태가 많았다. 어음 대신 현금을 준다든가, 납품 대금 지급 기일을 당겨서 지급한다든가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동반성장의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한다든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유용하는 등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불공정행위들이 지속되고 있으며 대·중소기업 성과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기업 간 관계에서 어느 일방이 타방을 지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가 하는 것을 말해 준다. 

바람직한 동반성장 방식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가 ‘동반성장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하고,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네트워크 경영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다. 동반성장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발전할 수 있는 기업 환경 및 경제 인프라를 의미한다. 부가적인 정부의 지원과 규제 없이도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의 여건을 뜻한다. 동반성장의 주요 생태계로 필요한 것은 대·중소기업 간 자금과 인력 등 자원배분의 적정화, 공정거래 질서의 정착 등을 들 수 있다. 어떻게 동반성장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동반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어느 한 부처에서 독자적으로 입안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이 너무 많다. 행정부와 국회가 우리 국가를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공정한 사회’로 만들려는 일에 전력할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겉으로는 ‘동반성장’에 적극 찬성하면서 뒤에서는 대기업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정치인이 다수 존재하는 한 동반성장 생태계의 건설은 요원하다.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탈법적인 상호출자’, ‘운송업계에 만연한 지입제도’,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관행’, ‘유망 중소기업에 충분한 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금융구조’ 등 공정경쟁 질서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동반성장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대기업, ‘갑’이지만 ‘을’ 같은 자세 필요

동반성장에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은 국회의 토의와 의결을 거쳐야 집행 가능하다. 정치권은 우리의 경제구조 개선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공감대를 확산해 동반성장이 가능한 제도와 법체계를 갖추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겉으로는 동반성장하고 뒤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르는 우리 경제의 현실은 지속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애플의 앱스토어 동반성장 모델, P&G 같은 개방적 연구 개발 모델을 충실히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능력 있는 중소기업들과 더불어 동반성장하는 전략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애플은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수익의 기반을 제공하면서 아이튠즈 모델을 만들었고 아이팟 성공을 이끌었다. 온라인 시대에 맞춰 다수 중소 음악기업들과 음악산업 생태계를 창조하고 동반성장의 과실을 같이 나눴다. 아이폰은 IT 산업 생태계 모델을 통해 또 다른 동반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설계한 플랫폼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음악, 영상, 교육, 게임, 앱, 서적 등 온갖 제품의 글로벌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애플 플랫폼에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들은 애플 매출액의 70%를 배분받으며 애플의 성장이 자신들의 성장임을 실감한다. 

로마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광대한 지역의 국가들을 ‘로마연합’으로 묶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작은 상대라도 그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 자신이 모든 일을 직접 하기보다는 우호적인 협력자와 더불어 고객을 창조하려는 노력, ‘갑’ 이지만 ‘을’ 같은 자세로 상대를 대우하는 태도 등이 우리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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