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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빈병의 러브스토리
코카콜라 빈병의 러브스토리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7.09.2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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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영국서 선보인 60초짜리 애니메이션이 나오기까지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어느 빈병의 러브스토리
페트병 사랑이 말하는 행간의 의미

[더피알=임준수] 코카콜라가 영국에서 페트(PET)병 재활용을 장려하는 '어느 빈병의 사랑 이야기(A Bottle Love Story)'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3년 여름 영국에서 친환경 슈퍼마켓 체인으로 인식되는 세인즈버리스(Sainsbury's)와 제휴해 '버리지 말고 만드세요(Don’t waste. Create)‘라는 캠페인으로 재활용 화두를 꺼낸 데 이은 두 번째 재활용 캠페인이다.

코카콜라가 영국에서 선보인 ‘어느 빈병의 사랑 이야기’ 캠페인. 영상 화면 캡처

극장, TV용 광고로 제작된 ‘어느 빈병의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 개의 플라스틱병이다. 하나는 환타병, 다른 하나는 무설탕(Zero Sugar) 콜라병이다. ‘제로슈가’는 코카콜라가 판매실적이 부진한 ‘코크제로’를 대체해 내놓은 새 제품명이다.

영상은 재활용 과정에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사랑에 빠지는 두 개의 병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처럼 다가온다. 베를린의 오길비앤매더에서 제작했다.

코카콜라는 창립 이래 120년 세월을 거치며 환경, 비만 억제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미국 시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이런 이유로 2013년 코카콜라가 ‘함께 갑시다(coming together)’ 캠페인을 전개했을 때, 미국의 NBC방송은 코카콜라가 광고를 통해 소비자 건강 문제를 언급한 것이 최초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관련기사: ‘자극적 사랑’ 얘기하는 코카콜라

환경문제 주범으로 지목된 코카콜라

코카콜라가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재활용 캠페인을 벌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린피스 같은 국제환경단체의 거세지는 압력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페트병 재활용 문제에서 코카콜라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다.

코카콜라의 공식 발표가 없는 가운데 그린피스가 잠정 추정한 페트병 재활용 통계치는 전 세계 언론의 주요 참고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코카콜라 한 회사가 일 년에 무려 1000억개의 페트병을 생산하며, 이는 2016년 한 해 동안 소비된 4800억개의 플라스틱병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페트병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2016년 기준 수집된 병 중 단지 7%만이 새 병으로 활용됐다. 영국의 주요 매체와 환경운동단체는 페트병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 수치를 반복적으로 상기시킴으로써 코카콜라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그린피스는 최근 스코틀랜드, 영국, 호주에서 빈병 보증금제를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로비를 해오던 코카콜라를 대상으로 매우 효과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코카콜라 페트병을 마신 바닷새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설정의 동영상 광고가 그것이다. 이 영상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타고 구전, 확산되면서 코카콜라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영국 내 환경운동 단체에서 내놓은 창의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환경 캠페인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국인 환경운동가 나탈리 피(Natalie Fee)가 조직한 리필(Refill) 캠페인은 2015년 한 해 영국 브리스톨에서만 200여개 비즈니스의 동참을 이끌어냈고 이후 영국과 유럽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나탈리 피의 리필 운동 역시 페트병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키면서 코카콜라 페트병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해왔다.

페트병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리필 캠페인 사이트(refill.org.uk)에 게시된 사진.

이처럼 영국 언론과 환경운동 단체들의 급증하는 압력에 코카콜라는 2020년까지 영국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50%까지 올리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사측은 기존 목표치 40%에 비해 다소 무리한 목표라고 덧붙였지만, 영국 환경단체들은 코카콜라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이미 재활용 50%를 웃돌고 2020년까지 100% 가까운 재활용을 목표로 하는 마당에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고 비판했다. 어찌 보면 코카콜라는 환경운동조직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기대 수준에 조금 못 미치게 양보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여론을 수용하는 전략을 취하는 듯 보인다.

재활용 인식전환+소비자 참여독려 전략

사회적 책임을 지는 실천은 최소한의 방어선에서 하더라도, 그 실천에 의미를 부여하고 홍보하는 데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게 CSR 커뮤니케이션의 불편한 진실 아니던가? 이런 점에서 코카콜라의 ‘어느 빈 병의 사랑 이야기’ 캠페인은 코카콜라가 재활용을 잘 하는 좋은 브랜드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제작됐다.

기획 노트에서 밝힌 표면적 목표는 ‘코카콜라의 병은 계속 재활용된다는 인식을 높임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재활용에 참여하게 독려한다’이다. 남자 무설탕 코카콜라병과 여자 환타병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만난다는 설정이 이런 인식을 끌어내는 기제로 작용한다.

캠페인이 유발할 행위적 목표는 현재 재활용 목표치인 25%를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 7월 말에 영국에서 첫 TV전파를 탄 이 광고는 올 여름 내 영국 극장가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이 짧은 60초짜리 애니메이션 광고는 마치 한 편의 완결된 플롯을 가진 로맨틱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에 무설탕 코카콜라병이 환타병에게 “나는 설탕이 없지만, 너에게는 달콤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라는 대목은 깨알 재미를 주는 동시에 ‘코크제로’를 퇴출시키고 ‘제로슈가’라는 새로운 상품이 대체했음을 끼워 알리는 효과를 낸다.

영국에서 선보이는 광고를 독일 베를린의 오길비&매더에서 만들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브랜드 캐릭터 전문 애니메이션 감독 크리스 위갠트가 제작 총괄을 했고, 역시 독일에 소재하는 세트 디자이너 레이시 배리가 디자인을 맡았다.

레이시 배리는 코카콜라에서 출시하는 수많은 브랜드의 페트병과 캔, 골판지 상자 수백여 개를 이용해 이 애니메이션 광고의 세트를 완성했다고 한다. 스토리의 플롯과 세트 구성 그리고 광고 전체에서 섬세함과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임준수 시러큐스대 교수

현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S.I. Newhouse School의 PR학과 교수다. PR캠페인과 CSR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효과에 관한 연구를 하며, The Arthur Page Center의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Page Legacy Scholar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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