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외교’ 지고 ‘공중 외교’ 뜬다!
‘엘리트 외교’ 지고 ‘공중 외교’ 뜬다!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5.09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원수빈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분석과

 

“21세기 외교관은 시골 부족 원로도 만나고 카고팬츠도 입어야 한다.”-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부장관(2010.12.15 신외교정책 QDDR 수립 보고에서)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해 객관적·포용적인 관점을 갖게 되도록 소프트파워를 확대해야 한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2011년 초 공산당 기관지 치우스<求是>기고문 중)

“외교부가 외교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시민사회·민간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총력·복합 외교로 전환해야 하며 중견국가로서 소프트파워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김성환 외교부장관(2010.10.8 장관 취임사 중)

최근 한·미·중 외교 수장들의 입이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연설을 관통하는 새 외교흐름인 ‘공중외교(public diplomacy)’ 때문이다. 공중외교는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다른 나라 공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외교’ 를 말한다. 전통적인 외교 개념과 가장 뚜렷하게 대비되는 점은 대상이 ‘공중’ 이고, 관점이 ‘외부인(outside-in)’ 에 있으며, 소통 방식이 ‘직접적’ 이고, 외교 목적이 ‘마음 얻기(getting mind)’ 에 있다는 것이다.

미·소 냉전시대에 패권경쟁의 도구이자 논리로 활용되면서 프로파간다(Propaganda)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전문 외교관이 주도하는 소위 ‘엘리트 외교’ 에 대한 반성과 회의가 일면서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다시 주목받게 됐다. 나라마다 여러 분야에서 상호의존성이 증대돼 국제문제가 국내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됐고, 그로 인해 기존 외교방식이 한계를 만난 것이다.

 

PR과 외교의 조화로운 만남 ‘새 흐름’

스마트폰과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촉발된 미디어 빅뱅 역시 외교의 변화를 자극하는 중요한 이유다. 더 투명하고 솔직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요즘의 매체환경에서 특정 국가, 특정 인물들과의 관계만을 중시하는 단조로운 외교는 오히려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위키리크스의 미 외교문건 공개로 정부의 비밀회담 내용이 폭로됐을 때, 정부가 로비를 통해 한미FTA를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정부는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는 지적을 받았다. 다층구조의 열린 외교망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

미 국무부는 2010년 12월 15일, ‘신외교 정책(4개년 외교·개발 검토 보고서, QDDR)’ 을 수립하면서 ‘카고바지까지 입을 수 있는’ 열린 자세와 ‘대민접촉’을 모든 외교관의 의무로 하는 신공중외교 전략을 세웠다. 하드파워를 앞세웠던 지난 부시 정부 외교정책과 대조적이다. 주한 미 대사인 스티븐스 대사의 행보를 보면 미국의 신공중외교가 어떤 것인지 대강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과거 한국에서의 교사 경험을 살려 흑백사진집을 펴냈고, 한국 주요 기념일에는 ‘심은경’이라는 한국이름이 찍힌 기념 현수막을 대사관 외벽에 내걸었다.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로 전적지를 도는 행사를 갖기도 했고, 자신의 관저에 한국 고교생 24명을 초청해 영어시조 대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에서 미국의 공중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또 한 사람, 패트릭 린네한 공보참사관은 ‘이래한(李來韓)’ 이라고 적힌 명함을 사용한다. 이같은 미 대사관의 공중외교 전략은 곧바로 미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2000년 58%, 2003년 46%였다가 2009년 78%까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관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투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어느새 G2로 급성장한 중국의 경우에도 올 초 중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더불어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 이라고 천명하고 공중외교를 통한 소프트파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벌써 미국에 공자학원을 70여 곳이나 설치했다. 우리 정부도 점차 공중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해 가고 있는 듯하다. 2010년 5월 ‘한국 공공외교 포럼’ 을 출범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외교부 내에 ‘복합외교 TF팀’ 을 꾸렸다. 그러나 아직은 일관된 공중외교 전략이 마련되지 않아 국가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중외교 컨트롤타워 분명히 해야

이제 우리나라도 해법을 PR에서 찾아야 한다. PR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진행해 왔기 때문에, 공중외교 전략 연구에 크고 작은 단초를 줄 수 있다. 사실 공중외교는 많은 부분에서 외교와 PR의 중간지점에 놓여 있다. 현대의 PR은 공중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공중외교 역시 일국이 관계하는 다양한 공중그룹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한다. 공중외교 선두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 부처 공중외교 최고책임자는 PR영역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윤성훈 동국대 교수는 지난 2005년 공중외교 행위와 PR 행위의 우수성 간에 개념적 교차지점이 있음을 검증하기도 했다.

아울러 향후 한국의 공중외교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이 있다. 첫째, 공중외교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은 국무부가 ‘공중외교 및 공보담당 차관실’을 두어 공중외교를 총괄해오고 있다. 일본은 외무성 공보문화교류부가 소프트파워 외교를 전담하고 있고, 프랑스는 올해부터 앵스티튀 프랑세즈라는 독립기관에서 문화외교정책 총괄을 맡기로 했다. 기관을 반드시 일원화할 필요는 없다. 공중외교는 여러 주체가 다각도로 힘을 실어줘야 하므로 한 기관에서 주도하는 것이 더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 문화부, 교과부, 국제교류재단 등 각 기관들의 업무를 재정돈하고, 협력을 주도·총괄할 기관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외풍을 피하고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실행할 수 있다.

둘째, 용어에 대한 고민과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퍼블릭 디플로머시’ 번역어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공공외교’이다. 그런데 ‘퍼블릭’을 ‘공공’으로 번역할 경우 반대말은 ‘개인(private)’ 이 된다. 이는 퍼블릭 디플로머시의 정의나 목적에 비추어볼 때 적확하지 않다. 또한 퍼블릭 릴레이션즈가 공중관계로 번역되고 있음을 볼 때, 퍼블릭 디플로머시는 ‘공중외교’로 번역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앞으로 공중외교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용어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선진국 중심의 외교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한국 외교의 최대 딜레마로 떠오른 중국, 또 한류의 큰 시장인 동남아와 새로운 한류 시장인 중동국 등을 대상으로 한 공중외교에 보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통령이나 고위층 순방 때에도 딱딱한 의전 대신 여대생과의 대화 등 대중 속으로 다가가 마음을 사로잡는 외교방식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혐한감정 등 배타적 민족주의의 대결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와 민간 모두 우리에게 공중외교 자산이 많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열려 있다는 것은 수용과 포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나를 더 투명하게 드러낸다는 의미도 있다. 매력적인 우리의 사회문화적 유산과 선진화된 미디어 시스템, 정치 시스템 등을 세계로 알리고 공유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원수빈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분석과

 

thepr@the-p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