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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개선, 그 어려운 목표[유현재의 Now 헬스컴] 지자체·유관기관 행위만으로 성과 논할 수 없어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건강)인식 개선’은 아직 요원하다.

[더피알=유현재] 건강과 관련한 소통이 갈수록 더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 건강 관련 소통이나 헬스커뮤니케이션과 직결된 일부 기관의 전문가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면, 최근엔 각종 학회나 오픈 세미나 등 여러 장소와 상황에서 더욱 다양한 분들과 헬스커뮤니케이션을 놓고 대화할 기회들이 매우 많아졌다.

이는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말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높아진 팩트가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들이 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를 각자의 관점에서 고민한다는 반증으로도 여겨진다.

여기에 최근 보건의료의 핵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한몫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소 예방이 궁극적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기에 가급적 질병 없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니즈 속에서 건강 관련 기관들이 수행하는 사업 가운데 유난히 자주 관찰되는 항목이자 개념이 바로 ‘(건강)인식 개선’이다. 한자어인 인식(認識)을 풀이하면 ‘특정한 사안을 인지하거나 알고 그에 의거하여 어느 정도 사안을 이해하는 상태에서, 일정량의 정보 및 지식을 보유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사물을 판단하고 분별하여 앎’이라고 되어 있기도 하다.

일상에서 부지불식간에 쓰이는 용어인지라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정한 개인, 혹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건강 관련 사안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생각, 즉 인식을 바꾸거나 개선시켜 가치의 방향성까지 달라져야 하는 미션이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개선 효과, 주장만 있고 근거는 미흡

필자는 언젠가 전국의 보건소에서 수행한 제반 사업의 결과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개별 보건소들이 전(前)해 특별히 노력한 대표 사업들을 소개하고 평가 받는 자리였다. 사례로 소개되는 사항들에는 거의 예외 없이 특정 건강 행동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 명시돼 있었다.

예를 들면 건강한 식생활을 제안한다는 캠페인에도, 청소년 대상 비만 예방 캠페인에도, 주취 폭력 관련 홍보 캠페인에도 빠짐없이 지역민들의 건강인식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며, 높은 수준의 인식 개선에 성공했다는 단정적 문구를 발표 자료에 자주 사용했다.

(자료사진) 서울 광진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비만조끼를 입고 가상비만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광진구 제공

인식 개선 측면에서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는 케이스는 매우 많았는데, 일부 보건소에서 그 근거로 제시한 사업 추진의 모습들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특정한 안내 책자를 만들어 ‘지역 내 각급 학교에 OOO부를 비치했다’든가, 직원 혹은 서포터 등의 인식 개선 홍보대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빈번한 장소를 택해 ‘홍보 책자나 브로슈어 등을 직접 나누어 준 다음 서명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는 식이었다. 그 자체로 실제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해당 보건소나 지역사회 건강 관련 기관들이 근거로 제시한 활동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말하는 도달(Reach) 개념에 가까울 뿐이다. 즉,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몇 사람에게 전달했으며, 최소한의 노출(Exposure)이 어느 정도 달성됐는지에 대한 사항일 뿐이다. ‘사물을 판단하고 분별하여 앎’이라는 뜻의 인식이 변화를 넘어 개선까지 되었다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업 담당자들이 결과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모수의 대상자를 확보, 간단한 설문이나 대면검증을 했다는 데이터도 발견할 수 없었다. 최소한 이 같은 파악의 과정이 전제돼야만 인식 개선이라는 개념을 정당하고 정확하게 명시할 수 있다. 인식 개선은 사실 꽤 높은 수준의 설득단계, 즉 ‘효과’가 동반할 정도의 변화이며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만만치 않은 단계이다.

거대 목표 설정에서 구체적 전략전술로

건강 관련 기관이 과업 수행에 있어 인식 개선 용어를 흔하게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전략커뮤니케이션의 목표(Objectives)와 관련된 층위에 대한 이해가 미비된 것도 그 배경이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전략적(Strategic) 소통, 즉 캠페인에서 설정하는 목표는 사실 인식 개선 말고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모델만 살펴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의-흥미-욕구-기억-행동(Attention-Interest-Desire-Memory-Action)의 단계로 구성된 AIDMA에서 특정 단계를 선택해 구체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최근 미디어 환경에 맞춰 위 단계들 사이에 확신(Conviction), 확산(Spread), 공유(Share), 평가(Evaluation), 비교(Comparison) 등을 끼워 넣어 목표 수준을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해당 지역 사회의 특수한 상황, 주요 타깃층, 허락하는 예산 규모와 가용 인력·시간, 캠페인의 주제인 건강 이슈의 특성 등을 철저히 고려한 상태에서 가장 알맞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가령 한 지역사회에 소재하는 청소년 및 후기 청소년의 흡연과 관련해 보건소를 중심으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하자.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흡연 예방과 건강한 꿈을 응원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핑거밴드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열린 행사 모습. 뉴시스

목표를 ‘흡연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 개선’ 보다 약간 더 구체적으로 설정해 볼 수 있다. 지역의 청소년들 다수가 담배가 그다지 해롭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음이 문제로 확인될 경우(Problem Identification), 담배의 심각한 해악성이라는 정보를 이해(Understanding)하고 공유(Sharing)할 수 있도록 노력함이라는 1차적 목표가 가능하다.

이 같은 목표 수준이 정해지면 인식 개선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이해를 시키고, 그들끼리 수다를 떨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있을까?”라는, 약간은 좁혀진 전술들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담배의 해로움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에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성 교육 시간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도 있고,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나아졌다는 판단 하에 친구들끼리 주제 관련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장치 및 동기 부여를 고민하는 과정도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SNS의 개입, 그 중에서도 특정한 플랫폼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결정할 수도 있으며, 그 외 좁혀진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는 전술을 내놓는 것도 어렵지 않다.

“목표는 무조건 크게!” “꿈이 작으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식의 덕목이 여전히 유효함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노력과 능력을 알아서 한정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독려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즉 성과의 달성이 궁극적 존재 이유인 장르에서는 예외가 되어야 한다. 모호하고 커다란, 그리고 듣기에만 그럴듯한 목표 설정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현재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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