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은 CEO의 눈으로 바라봐야”
“홍보맨은 CEO의 눈으로 바라봐야”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5.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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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 - 27년간 홍보 외길 걸은 건설홍보 개척자

홍보맨이 영업도 잘할 수 있을까? 그것도 해외영업을? 게다가 전문 영업맨보다 더 프로페셔널하게 말이다. 그런데 그 역할을 동시에 한다면? 낮에는 한국에서 사내 홍보업무를 보고 오후엔 기자를 만난 뒤 저녁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날아가 밤에는 일본 거래처와 영업을 위한 식사를 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 본사에 출근하는 그런 역할. 그것도 20년을 한결같이. 바로 장상인JSI파트너스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장 대표는 대우건설 홍보맨 21년, 팬택계열 홍보맨 6년 등 27년간 홍보 외길을 걸어오다 지난 2008년 2월 독립했다. 현재는 부동산신문 발행인이자 장 대표가 직접 설립한 JSI파트너스를 통해 일본과의 비즈니스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인터넷의 인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내가 본 일본’이란 주제로 쓴 글이 벌써 147회째 연재 중이다. 2008년 2월에는 회사 설립과 함께 ‘현해탄 파고 저편에’라는 일본문화 체험 수필집을 발표하기도 했다.

1988년부터 시작된 그의 일본 출장 횟수만도 500회를 훌쩍 넘는다. 그만큼 현해탄을 안방 드나들 듯하며 홍보맨과 영업맨의 역할을 번갈아 가며 수행했다. 팬택계열 기획홍보실장 겸 전무로 재직하던 1984년 대우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일본인 ‘절친’인 교토PR 컨설팅 시노자키 료이치 국장이 지은 홍보 실전 매뉴얼 ‘홍보, 머리로 뛰어라’를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당시 교보문고에서 한달간 사회문화 부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대우건설 시절 그가 걸어온 홍보맨의 길은 그가 부장일 땐 부가 되고 임원이 됐을 땐 실이 됐다. 조사홍보팀장, 기획부장, 문화홍보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조사, 홍보, 중장기 전략, 기업문화, 위기관리 등의 실무를 위해 온 몸과 머리로 뛰었다.


‘홍보, 머리로 뛰어라’ 베스트셀러 기록

그는 잦은 일본 출장을 통해 앞선 기업들의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국내 홍보에 문화라는 개념을 도입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단순한 일반 홍보만으로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고 또 지속가능경영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다. 건설업계에 홍보라는 개념조차 없던 1980년 초 대리 시절부터 홍보 업무를 시작한 그의 홍보인생은 파워 그 자체였다. 일반 홍보업무를 진행하던 그가 선 굵은 홍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6년 신임사장으로 당시 경남기업 대표이던 장영수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

하지만 그에게도 감추고 싶은 기억 한 가지가 있다. 대리 시절 리비아 파견을 갔다 와서 위궤양을 앓았던 일 때문에 휴직 기간이 있었고 호봉이 안 채워져 6년을 대리로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기보다는 일본어 공부에 올인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1988년 그는 장영수 사장과 일본 후쿠오카 영사관에 일본 건설 수주와 관련한 미팅 자리에 홍보담당자로서 동행했다. 그 자리에서 통역자가 실수를 하자 곧바로 나서서 직접 유창하게 통역을 한 것. 그 모습을 지켜본 장 사장은 깊은 신뢰를 보냈다.

이후 장 사장은 그에게 ‘후쿠오카 리서치 파크’ 수주 영업을 맡겼고 아무도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프로젝트를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후쿠오카 시가 첨단 정보연구센터를 건립하는 매출규모 1억달러 프로젝트. 대우통신, 대우전자, 일본 시티은행, 일본 정보단체와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해 한달간 그의 지휘하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는 서울 대전, 광주, 부산 그리고 후쿠오카를 연결하는 테크노벨트를 제안해 당당히 1등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 프로젝트 수주는 지금도 건설업계에서는 하나의 전설로 통한다.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이 후쿠오카 타워에서 그룹 임원진들을 모아 놓고 회의하는 자리에서 장 대표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직접 내려다보면서 이 프로젝트를 주제로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재밌는 일화는 바로 그 일 이후로 삼성 이 회장의 지시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을 정도. 이후 일본 건설 프로젝트는 CEO 특별지시로 모두 장 대표가 도맡아 진행해 왔고 캐널시티, SRP 정보단지, 후지쯔 연구소, 스포츠 센터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일본 언론과 홍보 인맥 탄탄

홍보와 해외영업.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장 대표는 홍보에도 날개를 달았다. 장 대표는 그가 직접 기획해 3년간 대우건설 전 임직원 4000여명을 일본 선진 건설회사에 연수시켰다. 사내커뮤니케이션 및 대우건설만의 깨끗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강력한 언론홍보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자신이 직접 수주한 프로젝트에 기자들을 동반해 출장을 갔다. 기공식, 준공식, 신도시 개발, 주택문제 등 일본에 비즈니스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과 동행했다. 국내를 떠난 기자들과의 유대관계는 훨씬 강력했다. 더욱이 장 대표가 직접 가이드 하고 통역까지 진행하면서 기자들에겐 서포트가 아닌 팬으로 역전됐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장 대표는 ‘일본통’으로 통한다. 당시 그와 함께 일본 출장을 가 보지 않은 기자가 없을 정도. 현재 모 신문사 편집국장은 그로 인해 일본 부동산 전문가가 되고 지금도 건설사들이 초청하는 가장 유명한 인기강사가 됐다.

그에게는 일본 언론과 홍보 인맥이 탄탄하다. 국내 홍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홍보도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사히신문의 마쓰무라 기자는 그와 한번 맺은 인연을 계기로 막역한 사이가 되고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적극 도왔다. 입찰 경쟁 상황에서 아사히신문에 한국기업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사를 싣기도 하고, 장 사장을 인터뷰로 다뤄 주는 등 강력한 아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현재 장 대표는 자신의 이니셜을 딴 JSI파트너스를 통해 일본에서 한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과 PR을 컨설팅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기업이 일본으로 진출하는 길을 돕고 있다. 국내 중소 막걸리 업체들이 일본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역할이다. 장 대표의 홍보 인생 이모작은 언제나 풍성한 열매로 가득했다. 언제나 홍보가 조직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하고 모든 기업문화의 총괄 책임자 역시 홍보였다. 늘 서비스하는 마인드와 함께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도전적으로 쟁취하는 과정 속에 조직 내에서 홍보의 힘을 스스로 키웠다.

 

 

장상인 대표 인터뷰 

“PR은 Personal Relations”

홍보란 무엇입니까?

“PR은 퍼블릭 릴레이션즈(Public Relations)의 약자이지만 저는 퍼스널 릴레이션즈(Personal Relations)라 부릅니다. 개인적인 관계라는 거죠. 홍보맨과 기자, 홍보맨과 직원, 홍보맨과 고객, 홍보맨과 NGO 등 많은 개인적 관계가 바로 PR입니다. 그래서 저는 홍보맨은 서비스 마인드가 철저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들에겐 회사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기밀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오픈하고 적극 지원하면 됩니다.”

홍보전선에서 뛸 때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1980년대에는 건설업체끼리 담합하는 관행도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모 일간지에 불미스러운 기사가 가판에 나갔는데 그걸 막느라 애먹은 기억이 납니다. 당시 담당 기자를 찾아가 회사 이름은 빼고 이니셜 D로 처리해 달라고 3시간 동안이나 매달렸던 애환이 서려 있어요. D라면 동아도 있고 대림도 있고 많잖아요(웃음). 지금도 그 사건이 계기가 돼 그 기자랑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건설회사라 안전사고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통째로 들어내 달라고는 못하니까 긍정적으로 바꿔 달라고 매달렸던 것이죠.”

홍보와 해외영업을 동시에 하면서 홍보에 도움이 된 점이라면?

“두 가지 업무를 하면서 홍보에 시너지를 많이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를 많이 알게 됐구요. 일본 언론들과 네트워크도 많이 생겼습니다. 홍보를 단순하게 술 접대하고 골프 치고 하는 것으로만 관계를 가지려고 하면 단지 그때뿐이잖아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하고 또 자료도 주고 해외 견학까지 지원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의 두터운 신뢰가 쌓일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인정해 준 덕분으로 경비 걱정 없이 일본을 왕래하면서 업무도 보고 기자들과도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으니 참 행복했던 셈이죠.”

후배 홍보맨들에게 들려 줄 말씀이 있다면?

“첫째, 하려면 끝없이 많고 안 하려고 하면 편한 게 홍보 업무입니다.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임하는 게 중요합니다. 조직을 위해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를 내고 뛰어 다니고 사심없이 말이죠. 홍보맨이 회사의 핵심요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는 홍보를 하다 보면 골프, 술 등 접대 기회가 많고 또 회사일을 핑계로 가정을 등한시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절대 안 됩니다. 셋째는 자기계발입니다. 영어, 일어, 중국어를 원어민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한 개 이상은 꼭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 대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구요. 과연 ‘내가 홍보 전문가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겠죠.”

홍보맨이 CEO까지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꾸준히 오랫동안 한 길로 가는 게 좋은지, 몇 년 정도 경험하다가 갈아타는 게 좋은지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홍보만 하다보면 저 사람 홍보잖아? 영업도 모르고 수치도 모르잖아? 이런 인식을 많이 가지니까요. 하지만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본인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영업, 기획, 수치에 대해 잘 알고 CEO와 같은 시각으로 회사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CEO의 그림자처럼, 측근처럼 임한다면 좋겠죠. 그야말로 회사의 대변인이 되는 거죠. CEO가 무엇이든지 상의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준비된 홍보맨은 CEO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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