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에서 ‘술꾼’ 된 이후…
홍보맨에서 ‘술꾼’ 된 이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1.07.05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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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래 술익재 대표 “우리술 명맥 있는 게 존재 이유”


 

20년 홍보생활을 뒤로 하고, ‘우리술(酒)’ 에 올인한지 2년째. 이제 술에 관해서라면 여느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한다. ‘재장’ 이라는 직함도 제법 익숙해졌다. 남다른 이력의 주인공은 우리술 전문점 ‘술익재’ 의 주인장 원종래 대표.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인쇄미디어팀 국장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09년 12월 서울 서초동에 술익재를 열었다. 홍보에서 우리 전통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러 가봤다.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별다를 게 없다” 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막상 취재를 시작하니 “기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며 적극성을 보였다. 과연 전직 홍보맨다운 ‘포스’ 를 뿜어냈다. 일단 궁금했다. 아무리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홍보맨이기로서니 술에 완전히 빠져든 까닭이. 그것도 굳이 우리술만 고집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우리술만을 취급하는 곳이 없었어요. 와인이든 사케든 다른 나라 술파는 곳은 즐비한데요. 왜 그럴까요. 간단해요. 찾는 사람이 없어서죠. 그러면 왜 찾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 이유도 심플해요.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안타까웠단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면서 우리술만을 다루는 전문점을 차리기로 했다. 우리술을 알려 명맥을 유지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첫째요, 사업적 측면에서의 차별화가 또 다른 이유였다.

“우리술이라고 하면 흔히 막걸리만을 떠올리는데, 알고 보면 그 수만 해도 300여 종류가 넘어요. 청주(맑은술)는 전세계 어느 술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깊은 맛을 갖고 있고요. 가능하다면 몇 십종이라도 재현하고픈 바람이 큽니다.” 우리술에 대한 강한 애착이 묻어난다. 언제부터였을까.

“원래부터 여러 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2004년부터 전국 유명 양조장을 찾아다니면서 우리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2007년에는 ‘한국가양주협회’ 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전문 지식을 쌓기 시작했고요.” 협회는 우리술을 사랑하는 일종의 동호회 형태에서 현재는 농림수산식품부의 허가를 얻은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2009년 ‘술익재’ 열어…8道 막걸리 한 자리에

그는 “우리술이란 우리 전통 누룩으로 만든 효모가 살아있는 술” 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집집마다 손으로 직접 비벼 만든 가양주(家釀酒)가 그랬다. ‘술이 익는 고개/집’ 이란 뜻의 술익재란 이름도 여기에서 착안했다. 직함 또한 사장 대신 재장으로 달았다.

파는 술은 크게 막걸리와 청주, 증류식 소주 등 세 종류. 막걸리의 경우 강원 한계령막걸리, 경남 금정산성막걸리, 전북 송명섭막걸리, 제주 산삼막걸리 등 전국 팔도를 다니며 직접 ‘간택’ 한 10여종을 들였다. 한 자리에서 ‘막걸리 전국투어’ 가 가능한 셈이다. ‘슬로푸드’ 개념의 ‘삼백막걸리’ 와 ‘삼백맑은술’ 도 선을 보이고 있다. 삼백은 세 번에 걸쳐 술을 빚고, 100일간 발효·숙성했다는 의미다. 주 재료 역시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곡물이다. 그에게 우리술 제조비법을 사사한 ‘스승님’ 으로부터 직접 공수해 온다고.

“와인이 슬로푸드의 제일로 알려졌지만 사실 우리술만한 슬로푸드가 또 없어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져 버렸는데, 앞으로 슬로푸드 쪽을 점차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조만간 새롭게 내놓을 비장의 ‘무기’(?)도 소개했다. 다름 아닌 17도짜리 탁주다. 쓴 맛이 나면서도 달콤하다. 은은한 과일향도 나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우리술은 잘 빚기만 해도 첨가제를 넣지 않은 원주 상태에서 과일향이 납니다.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그 향과 맛도 각각 달라져요. 웬만한 와인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고 자신합니다.”

좋은 술에는 좋은 안주다. 해서 안주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국산과 생물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 직접 이틀에 한 번꼴로 장을 보러 나선다. 음식은 주문 직후 만들기 시작하는데 조리시에도 인공첨가물은 최대한 금한다. 때문에 초창기 주방장과의 미묘한 신경전(?)도 있었다. “어느 정도 맛을 내려면 조미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니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겠죠.(웃음) 지금은 서로 절충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사동에 ‘우리술 전문점’ 열고 싶어”

최근 몇 년 새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술익재도 우리술 전문점으로 꽤 알려져 있다. 시중에 파는 막걸리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그 맛에 반해 단골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실내 분위기도 한몫한다. 아직까지 손님들의 대부분은 ‘막걸리파’. 청주나 증류식 소주에는 낯설다는 반응이 많다. 간혹 일반 소주나 맥주를 찾는 손님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 술익재를 열게 된 이유, 우리술을 알린다는 원칙을 깰 수 없기 때문. “사람 입맛을 바꾼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술의 참맛이 뭔지 느껴보시면 분명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술익재는 언론을 통해 맛집으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술익재는 맛집이 아니다” 고 잘라 말한다. 다만 우리술과 우리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향후엔 인사동 등 우리문화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에 ‘우리술 전문점’ 을 열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 ‘술=문화아이콘’ 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술문화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 연구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안으로는 우리술에 익숙치 않은 젊은층이 우리술을 찾게 만들고, 밖으로는 외국인들에 우리술이 뭔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사케나 와인처럼, 우리술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위치 :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76-6 서교빌딩 2층

문의 : (02)52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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