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WWCD 마케팅
애플의 WWCD 마케팅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7.05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SW개발자들과 1대1 즉석 상담 ‘후끈’

애플은 매년 6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개최한다. 처음에는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였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이 나온 뒤부터 WWDC는 세계 IT 흐름을 읽은 중요한 행사로 부상했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이 행사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상징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 7일 개최된 WWDC에서 애플이 세간의 예상을 깨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발표했다. 개인용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매킨토시용 운용체제인 라이언,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휴대기기용 운용체제인 iOS 5 등이다. 아이클라우드는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저장된 각종 콘텐츠를 여러 기기에서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번에도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가 깜짝 등장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애플의 발표 내용보다 WWDC 행사 그 자체다. 직접 현장을 참관한 결과 애플이 WWDC를 마케팅 수단으로 얼마나 효율적인 활용을 하는 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일단, WWDC 현장에 가보면 관람객들의 뜨거운 열기에 놀라게 된다. WWDC가 열리는 장소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다. 우리로 치면 코엑스 같은 곳이다. 이 중에서 서관 건물을 애플이 차지하고 WWDC 행사를 개최한다.

애플 개발자 1000여명 투입…현장 인력 채용도

행사 전날 저녁을 먹기 위해 모스콘센터 서관 근처로 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밤을 새워 기다리기 위해서다. 아예 작정한 듯, 간이의자까지 가져왔다. 이들이 밤을 새우는 이유는 한 가지. 스티브 잡스를 가까이 보기 위해서였다. 무려 1700달러, 우리 돈으로 200만원 가까운 고액의 입장권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선착순 입장이어서 늦게 입장하면 스티브 잡스가 손에 잡힐 듯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을 수가 없다.

스티브 잡스가 행사 당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5200여장의 입장권은 판매 개시 두 시간 만에 동이 났다. 이렇게 전날부터 사람들이 행사장 근처에서 밤을 새워 기다리는 풍경은 언론에 좋은 기사거리가 된다. 블룸버그,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이들을 취재하기 바빴다. 벌써 여기서 애플은 행사 전날부터 언론 보도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줄서기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홍보가 된다. 물론 모든 기업이 무턱대고 줄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화제의 인물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행사 당일 아침의 줄서기는 장관이다. 서관 건물을 휘감을 만큼 긴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은 행사 시간에 맞춰 입장이 시작되자 우르르 건물 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앞쪽에 앉기 위해서다. 여기서 뒤처지면 발표회가 열리는 서관 3층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다. 1700달러짜리 입장권을 사고도 줄서기와 달리기에 뒤쳐져 3층 홀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1층에 따로 마련한 장소에 모여 모니터로 잡스의 발표를 들어야 한다. 이번에도 400~500명 가량의 사람들이 1층 별실에서 모니터로 잡스를 지켜봤다.

두 시간, 어떤 때는 한 시간 짜리 발표를 보고자 1700달러를 내는 것은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어서 참가자들에게 물었더니 하나같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히려 너무 싸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이유가 있다. WWDC는 나흘 동안 펼쳐진다. 첫째 날 1, 2시간 가량 발표가 끝나면 바로 세션이 시작된다. 이 세션은 입장권을 사고 들어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애플의 개발자들과 1 대 1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세션이다. 즉, 자기가 개발한 게임이나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면 애플 개발자가 보고 이런 부분을 보완하라거나 이렇게 수정하면 더 잘 돌아갈 수 있다는 등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를 직접 컨설팅해준다. 이를 위해 애플은 1000여명의 개발자를 이 세션에 투입했다.

“입장료 1700달러가 아깝지 않다”

그러니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애플 본사의 직접적인 개발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서 1700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은 다시금 개발자들을 애플의 팬으로 만들고, 애플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는 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준다. 결국 애플의 앱스토어는 애플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폐쇄적인 앱스토어임에도 불구하고 WWDC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기에 날로 앱이 늘어나면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의 세션을 보고 있으면 또 다시 감탄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인재 발굴이다. 애플 개발자들은 각 세션을 통해 1 대 1 상담을 해주면서 개발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이 보이면 바로 현장에서 채용을 한다. 애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이렇게 WWDC 세션을 통해 채용된 개발자가 약 4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들 중에는 이름없는 작은 개발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일하는 개인도 있었다. 이들은 WWDC 참가를 계기로 졸지에 애플 직원이 된 셈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으면 입장료 1700달러가 아깝지 않다는 내용에 수긍이 간다. 뿐만 아니라 애플의 놀라운 전략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자신들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컨설팅을 통해 IT 생태계를 두텁게 만들 수 있는 자원을 배양한다. 여기에 인재 발굴까지 겸하니 WWDC는 애플로서 1석3조의 기회를 만드는 행사인 셈이다.

어느 기업이나 마케팅과 인재 채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애플의 WWDC는 방식과 효과에 있어서 차별화된다. 특히 애플은 하드웨어를 만들면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강점을 가진 회사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반면 WWDC같은 행사를 개최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꾸려가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WWDC 행사는 우리 기업들도 연구해 볼 만한 모델이다.

최연진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