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방송 엔터테인먼트의 만남
스포츠와 방송 엔터테인먼트의 만남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07.13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호의 스포츠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방송매체 없이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대의 많은 팬들이 TV 중계를 통해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며, 그로 인한 기업 광고 효과 등 파급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경기에서 방송중계가 없다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나 가치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방송은 스포츠 중계라는 미디어적 가치 외에도 프로그램 제작을 통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낸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TV에는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이 있다. 그 오락 프로그램에 스포츠를 접목, 또 다른 재미와 홍보적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방영을 시작한 SBS TV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Kiss&Cry)’ 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키스 앤 크라이의 의미를 살펴보자.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은 의상에 브랜딩을 할 수 없다. 기업이 선수의 스폰서로 참여하지만, 정작 경기 때는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개 경기가 끝난 후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코치와 함께 기다리는 공간에서 로고가 달린 트레이닝복을 입는 방법으로 기업이나 상품 홍보가 이뤄진다. 이 공간이 바로 키스 앤 크라이 존이다. 선수들이 점수 결과를 보고 기쁨으로 코치와 키스를 나누거나 실망해 우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2011년 5월 SBS는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방송을 시작했다. 김연아는 프로그램 타이틀은 물론 캐릭터로까지 등장한다. 또 방송 내에서는 신동엽과 함께 사회를 보며,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다. 프로그램은 피겨스케이팅 경험이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 등이 피겨를 배우는 과정을 담고, 전문 피겨 선수와 페어를 이뤄 피겨댄싱 경연을 벌이는 형식이다. 참가자는 가수 동방신기 유노윤호, 아이유, 손담비와 탤런트 서인석, 박준금, 개그맨 김병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 등 10인으로 구성됐다. 매주 한 팀씩 탈락하는 가운데 최종 우승자는 오는 8월 세계적 피겨 스타들이 참여하는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스포츠 PR+프로그램 홍보 ‘일석이조’

김연아는 경연 참가자는 아니지만, 모든 방송이 김연아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그램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이 주요 소재가 될 정도다. 실제 방송에서는 피겨 영웅으로서 김연아의 모습은 물론 인기스타로서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방송사로 보면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시청률과 광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일종의 찬스다. 이를 위해 SBS는 3개월여의 방송기간 동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산 스튜디오 하나를 통째로 아이스 링크로 개조하는 공을 들였다. 또 시청률에서 열세를 보이던 기존 프로그램 ‘영웅호걸’ 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 를 편성했다. 같은 시간대에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와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인 ‘신입사원’ 으로, 또 KBS2가 ‘남자의 자격’ 과 ‘1박2일’ 로 일요일 밤이 채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SBS는 ‘김연아의 키스앤 크라이’ 와 유재석의 ‘런닝맨’ 으로 맞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 동안 피겨스케이팅 중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SBS는 김연아를 오락과 스포츠를 결합한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 주인공으로 영입, 스포츠의 경쟁적 요소와 피겨스케이팅의 매력, 오락 프로그램 특유의 흥미 요소를 결합해 방송을 제작했다. 프로그램 흥행과 홍보의 극대화를 위해 김연아라는 세계적 스포츠 스타를 전방위로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김연아 선수 입장에선 스포츠 스타로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 같다. 이미 밴쿠버올림픽 금메달과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입장에서 은퇴하고 연예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주특기인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을 잘 살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프로그램 참여 명분도 피겨스케이팅 활성화와 꿈나무 육성으로 분명히 했다. 정식 경기가 아닌 오락성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을 더욱 환기시키고, 꿈나무 육성을 위한 피겨 전용경기장 건립 등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보면 키스 앤 크라이는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홍보 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확대하면 김연아 본인의 인기 유지를 위한 PR 공간이기도 하다.

스타-방송사 상호 ‘윈윈’

이처럼 방송 프로그램이 스포츠를 매개로 오락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KBS의 ‘천하무적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야구는 사실 운동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김C, 이하늘, 김창렬, 백지영, 동호, 마리오, 김성수, 한민관 등 가수와 탤런트, 개그맨 등 연예인들로 구성된 이 야구단은 실업팀이나 야구동호회와의 경기라는 본질적인 것 외 오락적인 장치를 통해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에서 시작했지만 인기가 높아지자 지상파로 옮겨와 단독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경우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우승과 국내 프로야구 인기 등 대중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방송프로그램의 흥행성을 높이는 소재로 야구가 등장한 것. 또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대로 대중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선순환적 역할도 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아이돌스타 육상대회와 아이돌 수영선수권대회, 마라톤대회 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100m 달리기 등의 경기를 실시한 것이다. 경기의 경쟁적 요소와 아이돌의 노력하는 과정, 이들의 오락적 요소를 함께 보여주는 형태다. 물론 과거에도 연예인들이 출연해 높이뛰기, 뜀틀뛰기 등 스포츠의 경기적 요소를 가지고 경쟁을 한 적이 있지만 방송의 메인 요소는 아니었다. 최근의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은 과거 MBC의 명랑운동회나 KBS의 출발드림팀 등과 달리 스포츠 경기의 본질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스포츠의 붐 조성이라는 PR적 명분을 갖게 한다. 또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같은 명분에 동참하면서 프로그램의 흥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의미가 있다. 출연하는 인기 연예인들도 스포츠 본질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노력을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 주 호

제일기획 마스터

(Experience Marketing 그룹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