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왜 보시나요?
점은 왜 보시나요?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7.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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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 에세이] 안주연 조선호텔 홍보 계장

오늘도 점을 봤다. 그 소리가 그 소리다.
내년이면 운이 트인다, 귀인을 만난다, 어쩌구 저쩌구…

점쟁이의 말에 또 싱숭생숭해져서 친구에게 전화했다. 간단한 브리핑과 더불어 서로가 본 점쟁이를 비교 평가하고 그리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가 웃는다.

진짜 운명이라면 점을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만약 운명이란 게 없다면 볼 필요도 없다. 다 헛소리라는 거다. 그래도 매번 본다. 그게 참 신기하다. 점을 보기 시작한지 십 수 년이 넘었으니 사실 어떤 소리가 나올지 뻔하다. 어떨 때는 점쟁이가 말하는 동안 그의 등급을 매기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헛웃음치기도 한다.
예전에 알던 언니는 부모가 반대하는 연애를 했다. 남자친구가 너무 기운다는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조건으로 안 되니 궁합을 보러 갔다. 그런데 점쟁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남자가 임자가 아니란 말뿐이었다. 그럼 언니는 벌떡 일어나 다른 점집으로 달려갔다. 하루에 두 세 곳을 간 적도 있다. ‘그렇게 좋으면 그냥 살지 궁합은 왜 보나…’ 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언니는 자신의 사랑에 확신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본인이 현실적인 조건을 넘어서 과감하게 사랑을 향해 달려가기에는 마음 한 구석에 무엇인가 걸리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믿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생에서 확신에 차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발자국 가면서도 이 길이 맞나? 사실은 저 길로 가는 게 맞지 않았을까? 온갖 잡생각을 하면서 주춤주춤 걸어가는 사람이 태반이리라. 그래서 누군가가 “너는 잘 가고 있어. 사실 지금 잡초가 무성하고 자갈이 가득하지만, 조금만 가면 커다란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고 길가에 핀 꽃들이 향기로운 길을 만나게 될 거야”라고 확신에 차서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확신이 찬 말은 믿음을 준다. 언젠가 잘 된다는 말은 비록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그 순간 만큼은 애정을 가지고 말해준 것이기에 더 믿게 된다.

예전에 어느 어른이 홍보인에게 가장 우선되는 항목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도자료를 위한 수려한 글쓰기 실력? 기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환상적인 말솜씨? 글로벌한 시대에 걸맞는 유창한 영어 실력? 보다 전략적인 홍보를 위한 기획력?…

고민 끝에 내린 최종 결론은 자신이 홍보하는 회사 혹은 상품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었다.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사랑한다면 회사의 장점은 더욱 눈에 잘 보여 자신있게 홍보할 것이고, 어려움도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보일 것이다.

나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대신 확신을 줄 점집을 찾아 전전하게 되는 것처럼, 자신의 회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없으면 다른 곳을 찾게 된다. 나도 믿지 않는, 사랑하지 않는 회사를 어느 누가 믿고 사랑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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