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겨냥한 SNS 양날의 칼 ‘소셜에티켓’
나를 겨냥한 SNS 양날의 칼 ‘소셜에티켓’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1.08.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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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특별기획 - Social Etiquette

 

‘김길태가 탈옥했다’. 지난 6월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가 탈옥했다는 괴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시민들이 크게 놀라고 교도소와 경찰서에는 확인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소셜 인구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급증하는 SNS의 사회 문제는 이제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와 관련된 문제로까지 귀결되고 있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소셜에티켓의 현주소를 심층 진단해 본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최근 발생한 ‘지하철 막말남’ 사건이 터지자 ‘네티즌 수사대’ 를 자칭한 한 네티즌이 ‘지하철 막말남 동영상에서 노인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젊은 남성은 H대 기계공학과 재학생 변○○씨’ 라고 SNS상에 밝히면서 이 문제는 또 다시 일파만파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켰다. 대학측은 지하철 막말남으로 지목된 변씨는 애초 학교에 재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위터 상으로 이 같은 허위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해당 학생의 미니홈피는 이를 찾은 많은 네티즌들의 수많은 비난과 질책의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현재 대학측은 허위 정보를 유포한 네티즌을 찾아 처벌해 달라며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문제의 심각성은 또 있다. 졸지에 사건 피해자가 된 두 노인의 얼굴이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노출된 것.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는 심각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임에도 무감각할 정도로 침묵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다음은 이 사건에 대해 모 네티즌이 익명으로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오늘 인터넷에 내 얼굴이 올라왔다. 생판 젊은 녀석에게 욕을 먹고 위협당하고 있는 나의 동영상. 그 젊은 녀석이 사람들에게 지탄 당하는 걸 지켜보니 속은 조금 후련하다만 문제가 있다. 내 주변사람들 며느리, 사촌, 사돈 어른, 노인정 사람들이 인터넷에 뜬 나의 무기력한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았어. 그런데 말이야. 대체 왜 무슨 권리로 나의 무기력하고 비참한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당사자인 나에게 허락도 없었다. 허락을 구했다면 내가 과연 인터넷에 올리는걸 허락했을까? 당신이라면 허락했을까?(중략)”

 

내성 걸린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그렇다면 소셜네트워크의 에티켓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소셜에티켓은 단순히 도덕적이고 딱딱한 훈계의 차원이 아닌 우리 모두가 지금부터 잡아가지 않으면 같이 공멸할 수도 있는 심각성을 갖고 있다.

“작년에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어요. 제가 사회를 보고 청와대 김철균 비서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허진호 네오위즈인터넷 대표가 토론을 했는데 그날 나눴던 내용이 엉뚱하게 소셜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청와대가 트위터를 통제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물론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일파만파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어요. 결국 당일 토론내용을 담은 풀 동영상을 공개하고 나서야 유야무야 진화가 됐지만 리트윗을 통해 이미 부정적으로 확산된 내용들은 주워 담을 수가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거죠.” 한상기 전 KAIST 교수(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의 말이다. 이처럼 SNS 공간은 미디어 특성상 이해관계에 따라 본질과는 다른 내용이 예상치 못할 속도로 확대될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

 

 

소셜에티켓 문화 진단

 

① 거침없는 확산성

 

과거에는 카페나 포럼, 블로그 등에 댓글을 달면 단순히 그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또 블로그에 댓글을 남길 경우 블로그를 자신이 일일이 방문해야만 됐지만 지금은 내가 쓴 댓글이 소셜 사이트에 올라가고 또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확산시킬 수 있는 구조다. 그것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또 소셜네트워크 상에서의 정보는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한번 잘못된 정보를 올리면 다시 내릴 수 없다. “온라인에서 네이버나 다음 포털 같은 경우 욕을 올리면 아예 시스템에서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더 심한 욕을 하더라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욕이나 인신공격 등에 대해 제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결국 개개인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통해 에티켓을 지키는 방법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강학주 소장(이스토리랩 대표컨설턴트)의 말이다.

 

 

② 지워지지 않는 인터넷 ‘주홍글씨’

트위터의 경우는 자기 소스의 글을 삭제하거나 자기 글을 수정해도 이미 리트윗한 글들은 돌이킬 수가 없다. 그냥 영원히 남아있는 것. 또한 트위터에 남아 있는 글들은 구글, 다음 등 검색엔진을 통해 언제든 검색될 수 있다.

“누구든지 잘못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고 수정하고 하면 다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뉘우치고 1년쯤 지나면 모든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다시 감싸주고 북돋아 주는 게 사회잖아요. 하지만 인터넷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소셜네트워크 상에서는 한번 개똥녀는 10년이 지나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도 개똥녀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넷은 종신형 공간인 셈이죠.” 한상기 교수의 말이다.

 

 

③ 사람 잡는 신상털기

유명인물이나 연예인에 대한 폭로성 취재, 그리고 이를 알고자 하는 대중의 과도한 호기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이런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이 연예인 사생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인물의 신상을 추적해 포털 사이트에 공개하는 ‘신상털기’ 활동에까지 적극적이다. 불특정 다수의 현대판 마녀사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네티즌 수사대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누구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개인적인 정보들 당사자, 가족, 애인, 학교성적 등을 밝혀내고 공개하는 이런 신상털기를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한상기 교수의 지적이다. “악의적인 신상털기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는 좋은 의도로 끝까지 파헤쳤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 과정에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제재를 가해야겠죠. 객관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의혹을 띄워 마치 그런 것처럼 꾸며가는 이런 것들은 진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규문 소장(넷피아 마케팅센터 연구소)의 지적이다.

 

④ 한국에만 있는 기형 문화 ‘맞팔’

 

탤런트나 이외수 작가처럼 오프라인에서 이미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치 않아도 팔로어가 붙는다. 하지만 특별한 인지도가 없는 사람은 처음 트위터를 사용하게 되면 아무도 팔로어 하질 않는다. 때문에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맞팔’ 이라는 ‘품앗이’ 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트윗애드온즈(twitaddons.com)에 가면 ‘먼저 선팔해 주시면 맞팔 해 드릴께요’ ‘100% 맞팔’ ‘맞팔 상시 대기’ ‘무조건 맞팔해 드립니다’ 같은 문구를 적어 놓고 호객하는(?) 네티즌들 대기 숫자만 5만명이 넘는다. 이런 품앗이형 맞팔 문화는 2달만에 10만명의 팔로어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⑤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라

 

지금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리트윗하거나 ‘좋아요’ 버튼을 눌렀을 때 그 정보는 트위터 ‘타임라인’ 을 통해 확산되고 페이스북 ‘뉴스피드’ 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배송된다.

“내가 진실을 옮기면 명예훼손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진실과 허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시킬 목적이나 또 훼손할 수 있는 상황의 글을 올렸을 때 명예훼손에 저촉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상기 교수의 지적이다. 불륜스캔들로 전세계 트위터를 달궜던 맨유 라이언 긱스의 경우 영국 법원에서 일반미디어에서는 실명을 거론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트위터에서 한 네티즌이 글을 올리자 7만개 이상의 트윗이 실명을 가지고 거론됐다. 라이언 긱스의 경우 트위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미국법과 영국법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어떤 보호도 얻어내지 못했다.

 

 

 

⑥ 언팔과 블록

 

실명이 움직이는 SNS는 일반 익명성의 온라인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신공격은 덜 한편이다. 상대방이 불편할 경우 언짢게 직접 대응하기 보다 언팔로어 또는 디프렌드하면 끝이다. 그러면 모든 SNS 관계가 그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일단 친구를 맺으면 친구가 지켜야 될 묵계 같은 게 있습니다. 바로 디프렌드 같이 친구 삭제를 한다는 것은 배신을 하는 것과 똑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트위터의 언팔로어와는 상황이 전혀 다른거죠.” 최규문 소장의 말이다.

또 트위터에서 블록을 당한 사람이 있다. 블록이란 하루 동안에 50명이 동시에 블록 기능을 누르면 당사자 계정이 정지되고 자동 퇴출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블록을 처음으로 당한 사람은 모 인터넷 신문 기자로 알려져 있다. 정부를 상대로 험한 욕을 개념 없이 하는데다 도를 지나치자 소셜 네티즌으로부터 단체로 왕따를 당한 것. 국회의원 중에도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독설로 인해 트위터에서 2번씩이나 블록 당하고 추방되기도 했다.

 

⑦ 익명 넘어 실명이 만든 명과 암

 

“익명성이 온라인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고 해서 계속 익명성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다 실명제를 해서 글로벌이나 산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게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보고요. 사람들은 스스로 익명에서 실명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것이라 봅니다.” 강학주 소장의 말이다.

분명히 실명제도가 대중화에 제약이 될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규약이나 제도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명을 전제로 한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국내 서비스가 유일하다. 네이버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은 모두 실명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로그인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는 실명이 아니라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가입이 된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가입 조건으로 실명을 받지는 않지만 시스템상에서 프로필 사진과 개인의 신상 등을 공개하도록 유도하고 신뢰를 근간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고 있어 오히려 더 강력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⑧ SNS는 공격적 미디어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이 있을 정도로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이버스페이스는 일상생활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 사회전체의 인프라가 됐고 또 인터넷 자체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들어 소셜미디어가 강력하게 등장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밀접하게 연관이 되면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그런 독립된 공간이 아니라 실생활의 연장선상이 돼 버렸다.

“수구적이거나 정부의 보수적 정권에 대한 도덕적 이슈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권리 보호에 대한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나 공익성과 같은 이슈와는 달리 이 문제는 개개인에게 직접 연관된 문제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다시말해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죠.” 한상기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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