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PR ‘보여주기式’ 구태 여전
국내 정치PR ‘보여주기式’ 구태 여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1.09.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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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관계에 상당한 공...이미지메이킹 전략도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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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강미혜 기자] 현재 국내 정치PR의 수준은 어디쯤일까.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언론플레이로 대변되는 ‘보여주기식 홍보’의 구태는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SNS를 비롯한 인터넷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PR의 주무대는 신문과 방송. 대중 접근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여론 형성과 평판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기간엔 TV나 신문 등 공신력 있는 매체에 등장해 정치적 후광효과를 노리는 일이 많다. 정치PR에서 기본적으로 언론과의 관계, 즉 기자 관리에 상당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중진의원들의 경우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을 ‘언론특보’로 별도 영입, 대언론관계 강화에 힘쓰기도 한다.

정치와 선거에서 미디어 노출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정치인들의 외모관리도 필수 요인으로 손꼽힌다. 의상코디에서부터 메이크업, 화법, 발성, 몸매관리 등 그 종류도 갖가지다.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는 “‘이미지 시대’ 라는 말처럼 정치인들이 외모에 부쩍 신경을 많이 쓴다. 여러 측면에서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는 노력들이 많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 지역구 의원의 경우 최근 다이어트 삼매경에 빠졌다고. “살 좀 빼라. 자기 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 관리를 하겠느냐” 는 한 주민의 면박(?)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전언이다.

“주먹구구식입니다.” 정치PR의 현주소를 묻는 말에 익명을 요한 한 일간지 기자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방송에 얼굴 비추고 신문에 한 번 언급되는 데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식이다”며 “정치 바닥에서 전략적 PR이란 말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고 평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지방의회 의원들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기사화된 내용을 복사해 지역구에 배포하거나 의정보고서 등에 싣는 방식으로 활약상(?)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기자는 “지금 한창 의정보고서를 뿌리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당내 공천을 의식한 탐색전도 만만찮다” 고 귀띔했다.

대다수 의원들의 경우 대면스킨십에 PR활동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당의 얼굴로서 국가 주요정책과 사회적 이슈 등으로 자기PR을 하는 반면, 지역구 의원들은 보다 좁은 의미에서 지역 내 현안과 관련된 홍보에 주력한다.

정책 중심 활동보다 주민들과 만나 인사하고 손 한 번 잡는 것이 훨씬 더 먹히는 홍보라는 인식이 크다. 때문에 길거리 홍보나 지역구 행사 참석 등 전통 PR방식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하루 평균 4~5개 행사를 소화한다. 동창회와 상갓집 조문, 복지시설 방문 등 주민을 대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스케줄이 많다. 이런 이유로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대다수 의원들이 지역구로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략PR’ 보다 ‘노가다식PR’ 득세

정동민 기자는 “다소 구식(?)이지만 실상이 그렇다. 100억짜리 프로젝트를 성사해 지역구에 기여하는 것 보다 우리 아이 학교에 체육관이 들어섰는지, 집 앞 아스팔트도로가 정비됐는지 등의 실생활과 직결된 일에 지역표심이 갈리는 경우가 태반” 이라며 “민심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이다. 일상 정치에서의 PR 부재는 정치인들의 PR마인드 부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전략PR’ 보다는 ‘노가다식PR’ 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성호 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동명대 언론영상광고학부 교수)은 국내 정치PR이 층위별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구와 전국구, 대통령후보 등에 따라 PR활동에 차이가 크다” 면서 “전략적 이미지메이킹활동 등의 본격 PR은 대선주자(후보자)급에 해당된다” 고 말했다.

대선주자를 제외한 일부 이름 있는 국회의원들도 정책을 내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컬러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선거 캠페인의 경우 상당히 정교해졌다는 설명이다. 80년대까지 조직선거 위주의 선거전이었던 것이 90년대 들어와 전략/기획 홍보라는 말이 등장했고, 2000년대부터는 마케팅의 개념을 접목시킨 선거캠페인으로 한층 과학적·체계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정 회장은 “선거 기간에는 게임의 논리로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엇갈리기에 가능한 모든 PR수단이 동원된다” 며 “향후엔 선거캠페인도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매체, 타깃별로 치밀하고 세밀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실제 총선과 대선 같은 전국 단위 선거의 경우 전문가 참여도 활발하다. 다양한 선거운동 기술을 갖고 있는 ‘정치컨설턴트’의 주가도 점차 높아졌다. 정치컨설턴트는 주로 선거캠페인 기간에 후보자의 홍보 전략, 정책 조언, 이미지메이킹 등 개인PR과 관련된 일에 참여한다.

미국에선 어떤 컨설턴트와 손잡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진다고 얘기할 만큼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는 아직 관련 시장이 산업으로 정착되지 않았고 정치컨설턴트들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점차 이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거캠페인에 필요한 PR활동을 통째로 맡기는 경우도 있다”며 “의정보고서 작성과 리서치 의뢰, 캠페인 전략 도출, 메시지 개발, 상대 후보 진영 탐색 등 A~Z까지 모두 포함된다” 고 말했다.

“규제 중심 선거법, 정치PR 발전 저해”

“정치PR의 발전을 위해선 규제 중심의 선거법부터 바꿔야 합니다.”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의 직언이다.

이 대표는 “국내의 경우 선거법에 따라 평상시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다”며 “‘돈은 묶고 입은 풀라’는 공직선거법 취지에 맞게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톤을 높였다. 대중집회나 선거운동 모금활동, 인터넷상 자유로운 의견 개진 등을 방해하는 선거법이야말로 정치PR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실제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이 아닐시 예비후보자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 외에는 모두 위법한 선거운동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6개월 전부터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 벽보, 인쇄물을 배부·게시할 수 없고(93조1항), 현수막을 걸 수도(90조), 모임을 가질 수도(103조), 서명운동을 할 수도(107조) 없다.

정성호 회장 역시 규제 중심의 선거법이 갖는 문제점을 비판했다. 정 회장은 “미국 등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 선거법은 수십개의 강력한 금지·제재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어떤 행동을 해선 안 된다’ 는 식이 주를 이룬다” 면서 “결국 선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선 TV토론이나 방송연설, 매체광고 등의 ‘미디어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후보자와 유권자가 터놓고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같은 정치 현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활동이 소통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크게 상반된다.

정 회장은 또 정치PR의 발전을 위해선 PR이 산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단순히 정치논리에 의해 PR을 이용해선 안 된다. 아직까지 정치PR에 대한 보수(fee)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며 “정치권에서 PR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PR의 발전이 정치문화, 나아가 국가발전에도 도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정치PR에 임하는 정치인들의 근본적 마인드 변화를 역설하기도. 이 전문가는 “정치PR의 핵심은 보여주기 위한 ‘연기’ 가 아닌,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진정성’ 에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PR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 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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