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게임셧다운제
뜨거운 감자 된 ‘게임셧다운제
  • 더피알 (wolfpack@hk.co.kr)
  • 승인 2011.11.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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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1월 20일 자정부터 게임셧다운제도를 적용하면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게임셧다운제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에서 강제로 중단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법 취지다. 따라서 앞으로 2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거친 뒤 내년 2월부터 단속에 들어간다. 이를 위반한 업체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를 주도한 여성가족부는 게임셧다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월 8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적용 대상은 온라인 게임 중에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유료로 제공하는 게임. 반대로, 온라인 게임이지만 개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거나 유료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적용을 받지 않는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스타크래프트1’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게임셧다운제는 게이머들에게 유명한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 등 컴퓨터(PC)용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 게임 업체들은 11월 20일 자정을 기해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접속을 차단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그 시간까지 게임을 하던 청소년들의 접속을 강제로 차단했다.

한국 청소년들만 글로벌 온라인 게임서 퇴출?

그나마 PC용 온라인 게임은 쉽지만, 문제는 콘솔이라고 부르는 가정용 게임기이다.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게임기도 게임셧다운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360는 온라인 게임이 가능한데, 온라인 게임 대결을 하려면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쉽게 게임셧다운제를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미국 MS와 일본 소니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니, 한국의 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특정 시간대에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소니는 무조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PSN)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상자들은 18일 오전 11시부터 신규 가입을 할 수 없으며, 기존 가입 청소년들은 이용이 중지됐다. 사실상 청소년 퇴출인 셈이다.

소니가 이 같은 고육책을 쓰는 것은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 소니컴퓨터엔테터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PSN은 전세계에서 동시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여서 특정 시간대에 특정 국가의 특정 이용자들만 차단할 수 없다”며“결국 한국에서만 청소년들을 아예 제외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PSN에 가입해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한 청소년들에게는 비용을 환불해 주기로 했다.

MS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성인 청소년 가릴 것 없이 무조건 한국 이용자의 온라인 게임서비스인 ‘엑스박스라이브’ 접속을 해당 시간대에 차단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유료가입자들에게 일부 금액을 환불하는 방안까지 고려중이다. 한국MS 관계자는 “두 달의 계도 기간 동안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내년 1월말부터는 연령 불문하고 무조건 한국 이용자는 차단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니는 PSN 가입시 개인정보를 받기 때문에 청소년을 가릴 수 있지만, MS의 엑스박스라이브는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아 청소년만 가려내기 힘들다. 한국MS 관계자는“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본사와 협의 중”이라며 “전세계에 유일한 경우여서 해결 방법 마련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단 일본 소니와 미국 MS는 게임셧다운제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이해를 못해 설득시키는데 꽤 오래 걸렸다”며 “그런 제도로 게임중독이 해결되느냐며 어처구니없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국은 2003년 게임셧다운제를 전세계에서 최초 시행했다가 실효성이 없어 2년 만에 폐지했다.

“기본권 침해”…헌법소원 진행 중

문제는 정부에서 현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법을 시행하다보니 해당 업체들의 질의에 제대로 된 유권해석조차 못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용 게임기의 경우 인터넷으로 게임을 전송받은 뒤 일부 데이터만 주고받으며 게임을 진행하는데, 이 또한 적용 대상인지를 묻는 업체들의 질의에 여성가족부는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게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부처에서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법을 시행하다보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타크래프트1, 디아블로처럼 단품 판매를 하는 PC용 패키지 게임과 돈을 받지 않는 무료 온라인 게임,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게임은 2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최근 들어 이용이 늘어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보급률이 낮기 때문에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2년간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2년간 적용이 미뤄졌다는 것은 2년 후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번에 적용 대상인 게임에 대해 1년 뒤 평가를 통해 적용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며, 전체 게임과 기기에 대해서는 2년 마다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만큼 논란이 많다.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청소년들이 법 적용이 힘든 해외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에 숱하게 떠도는 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하는 등 부작용만 낳는다고 주장한다. 일부 단체에서는 이같은 강제차단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찬성하는 쪽에서도 제외 대상이 너무 많고, 방법이 정교하지 못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만큼 게임셧다운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시작은 했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 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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