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쟁력인 시대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쟁력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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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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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 에세이]박근우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장


▲ 박근우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장
“안철수연구소는 기업인데 왜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었나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하긴 필자도 안철수연구소를 처음 접할 당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연구소라면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니던가?그런데 안철수연구소는 민간 기업이다. 회사명에 연구소가 붙은 이유를 보자면 1995년 창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대 교수였던 안철수 박사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의사를 계속 할 것인가, 일반인에 무료 백신을 계속 제공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안철수 박사는 1988년 의대 박사 과정 시절에 V3 백신을 처음 개발했다. 그것도 독학으로 터득한 컴퓨터 프로그램 실력으로 말이다. 그리고 고행은 시작됐다. 낮에는 의대 공부, 밤에는 백신 개발을 했다.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일반 사람들에게 무료로 V3를 계속 제공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런 보상도 없는 무료 백신 제공을 무려 7년이나 이어갔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백신 개발을 의사활동과 병행할 수 없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 안철수 박사는 안정된 직업인 의사를 버리고 V3 백신을 무상으로 일반에 계속 제공하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이라 결론지었다. 의사는 많지만 보안전문가는 당시 혼자였으니까.문제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V3 기술을 무상 제공하는 대신 일반에 무료로 배포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을 찾아다녔다. 정부기관도, 대기업도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안철수 박사는 홀로 창업에 나섰다. 갑자기 중소기업 사장이 된 것이다.
 
‘안철수’에 ‘연구소’가 붙은 이유

그렇다. 안철수 박사는 공익 연구소를 만들고 싶었다. V3를 무상으로 일반에 계속 제공할 수 있는 그런 공익 연구소 개념이었다. 그래서 안철수연구소에 연구소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었다. 어쩌면 안철수연구소는 요즘은 자주 사용되는 사회적 기업(Social Venture)의 효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안정된 대기업에 다니다 벤처기업인 안철수연구소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연구소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더 놀란 것은 경영이념이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존재의 의미(일종의 창업이념)가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이다. 기업의 경영이념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라니 생뚱맞지 않는가? 그러나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안철수 박사는 학생 시절부터 늘 사회를 먼저 생각했다. 의대생으로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했던 것도 그랬다. 우리가 현재를 살고 있는 것도 선조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니 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V3를 무료로 일반에 제공한 것도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어서였다. 안철수연구소는 창업 자체가 사회공헌을 위해 탄생한 기업이었던 셈이다.


얼마 전 안철수연구소가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했다. 대중들의 관심이 평상시 보다 컸다. 아마도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의 주식 절반인 2500억원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후라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안철수 박사를 옆에서 지켜본 필자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안철수연구소가 2012년 창립 17주년을 맞는다. 언제나 변함없이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를 지켜왔듯이 지금도 24시간 365일 사이버 세상을 지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사이버대란 때마다 아무런 보상 없이 나라를 지켰던 것은 사회를 위한 사명감이었다.

실제 사이버 대란시 고군분투했지만 정부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혜택도 없었다. 혹자는 안철수연구소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돈을 번다고 왜곡한다. 하지만 실상은 기업 매출이 약 63%이고 공공기관은 37%에 불과하다.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는 것이 열악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이기도 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연구소는 대한민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키며 묵묵히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

그에 대한 보답일까? 안철수연구소는 매년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톱10에 항상 포함돼 있다.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대기업 일변도인 가운데 유일한 벤처 소프트웨어기업이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무엇보다 존경받는 기업을 넘어 우리나라 전반에 사회적 책임의 바람직한 롤모델이 되고자 한다. 나눔이 일상이 되는 기부문화 확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보다 안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

2003년부터 시작된 아름다운가게와의 재활용품 기부 행사는 2012년이면 10년째가 된다. 10년째 매년 빠지지 않고 행사를 이어온 기업은 안철수연구소와 아모레퍼시픽 단 둘뿐이다. 아름다운가게 1호점인 안국점에서 첫 행사를 시작했으니 아름다운가게 역사와 거의 같은 셈이다. 그 동안 아름다운가게는 전국에 120호점이 넘게 성장했다.안철수연구소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기부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소셜 사이트가드’는 착한 기부를 위한 인터넷 플랫폼인데 누구나 착한 광고 클릭만 해도 기부금이 쌓여 자신이 원하는 사회공헌단체에 손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보안위젯’ 개발을 통해 블로그에 달기만 해도 기부가 이뤄지는 ‘100원의 기적’을 굿네이버스와 함께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무엇보다 안철수연구소의 사회공헌은 사람 중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부나 중고등학교에서 보안전문가를 꿈꾸는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이 매우 부족하다. 이점에 착안해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1996년부터 보안전문가를 꿈꾸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보안교실 ‘V스쿨’을 지속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의 제휴를 통한 보안 전문 교육은 물론 대학 보안동아리를 통한 지원도 보안전문가 육성 차원이다.
 
2012년부터는 어르신들을 위한 이른바 ‘실버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노년층 대상 인터넷 및 컴퓨터 능력을 키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재활에 무게를 두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사회공헌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아카데미도 운영할 예정이다. 바람직한 사회공헌 전문가 육성이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를 확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전담부서로 사회공헌팀도 신설됐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마지못해 사회공헌을 하거나 시혜성으로 기부를 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넘어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착한 기업이 신뢰받는 사회로의 변화이다. 기업이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돈을 버는 과정이나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지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다.그런 점에서 안철수연구소는 ‘공익 연구소’ 개념에서 시작된 창업철학에서 이미 미래 경영의 핵심요소를 예견했는지 모른다. 아니 그 때는 몰랐을 것이다.

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세상이 변했다. 세계 경영 조류가 사회적 책임 기업을 원하는 시대정신과 일치해진 것이다.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이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은 진정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투명한 경영과 더불어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핵심은 사회적 책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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