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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곧 브랜드의 존재 가치입니다”
“스토리가 곧 브랜드의 존재 가치입니다”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1.1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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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下] 굿브랜딩 정진우 대표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 남아있는 브랜드가 굿브랜드
가장 힘든 클라이언트는 “이야기가 없는 분들“

[더피알=한나라 기자]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이 적을수록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단위의 브랜딩 작업일수록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카페, 베이커리 업종처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스토리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정진우 대표는 개성어린 스토리가 곧 브랜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없는 클라이언트가 가장 어려운 고객”이라는 정진우 대표와 지역 단위 브랜딩, ‘좋은 브랜드’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번개 덕분에 소비자들의 진심을 알 수 있었어요”에 이어…

굿브랜딩 직원들의 한해를 정리하는 모습. 각자의 이야기를 찾는 작업이다.  굿브랜딩 

대구에서 유명한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오퐁드부아’, ‘아미꼬뜨’ 등의 브랜드를 작업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카페나 베이커리 분야에서 브랜딩 작업을 다수 진행하시고 계세요.

네. 저희 회사의 전체 프로젝트 중 70%는 카페와 베이커리 분야에 치중된 게 사실입니다. 대구에는 특별히 발달된 산업이 없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요식업이나 외식업 쪽이 발달했고요. 전국적으로 ‘대구에 좋은 카페들이 많다’는 소문도 있죠. 이런 사회적인 요건 때문에 카페,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작업을 많이 하게 됐고, 횟수가 많아질수록 노하우가 쌓이면서 전국적으로도 저희를 찾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계세요. 알음알음 (성공 사례를) 찾으시다가 저희를 발견하고 일을 맡기시는 식이죠.

카페, 베이커리 분야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잖아요. 각 업체마다 차별점을 부여해 독특한 브랜딩 색을 입히는 비결이 있을까요?

맛과 서비스는 이제는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요건이 됐습니다. 특정 형태의 제품이 유행할 수는 있지만, 한번 반짝 떴다가 다시 잊혀지기 마련이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게의) 존재이유를 증명하는 건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A가게와 B가게가 사실상 같은 커피를 팔더라도 사람들이 A가게 간다면, 그건 A가게의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콘텐츠 마케팅이 브랜딩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작업을 의뢰 받으시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스토리의 단서를 수집하시나요?

인터뷰를 가장 먼저 합니다. 그런데 모든 곳들이 똑같은 조건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못해요. 어떤 분들은 듣고 있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만한 좋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반면, 전혀 이야기 없이 시작하는 분들도 계세요. 이야기가 없는 경우에는 카페 장소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통해서 이야기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인터뷰와 시장조사, 주변 환경 분석을 통해서 힌트가 될만한 요소를 찾고 이걸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영문 카피 작업. 굿브랜딩<br>
대구 커피 브랜드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영문 카피 작업. 굿브랜딩

이야기가 없는 클라이언트의 경우, 힘든 점이 많으시겠어요.

그런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웃음). 종류가 무엇이든지 하나가 잘 되면 ‘돈을 들고 나타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정확히는 돈만 들고 나타나시는 건데, 이런 분들은 이야기가 없어요.

예를 들어서 젠틀몬스터가 급격하게 떴을 때도 그랬어요. 전국의 안경 공장이 거의 대구에 모여있거든요.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가 뜨고, 대구에는 안경 공장들이 모여있으니, 이제 자본을 많이 가지신 분들이 대구로 오시죠. 그리고 비슷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없죠.

또 다른 예를 들면 저희가 브랜딩 작업한 곳 중에 ‘오퐁드부아’라는 카페가 있어요. 이제는 오래된 카페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역량이 쌓인 곳인데요. 이 카페가 있는 장소가 원래 번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숲 속 막다른 길에 위치한 카페인데, 오퐁드부아가 뜨고 나서 경상권에 많은 ‘땅 있는 분들’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락들이 오셨습니다(웃음). 역시 이야기가 없었죠.

조금이라도 (스토리를 만들어낼) 단서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를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그냥 알아서 해달라’는 말이 저희한테는 가장 무섭습니다. 무색무취인 분들이요.

주로 지역 기반의 가게를 자주 작업하시다 보니, 일반 기업의 브랜딩과는 지향점이 확실히 다를 것 같은데요. 지역 기반 브랜딩에서 주로 강조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자본이 뒷받침되는 큰 규모의 기업들은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인식시킬 수 있지만, 로컬 브랜드들은 지속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광고를 하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계속 경쟁자들이 출몰하기도 하고요. 그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곧 그들의 스토리인거죠. 

저희는 클라이언트의 강점과 이야기를 잘 발굴해서 적극적으로 끌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지만 놓치고 있던 것들을 짚어내서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거죠.

풍기인견 공동 브랜드 개발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PT를 하는 과정에서 과거 브랜드 역사의 연도를 나열하고 타 브랜드들의 연도들과 비교해서 보여드렸어요. 브랜드 관계자들 입장에선 너무 익숙하게 알고 있던 부분을 외부 시각에서 새롭게 짚어주니 감동받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시죠?(웃음)

아무튼 이렇게 클라이언트들이 놓친 부분들을 저희가 포착해서 외부로 표출해주는 것, 그게 굿브랜딩의 역할이자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굿브랜딩의 라바콘 모양 로고. 굿브랜딩

‘굿브랜딩’이라는 명칭을 사명에 사용하고 계시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 그리고 좋은 브랜딩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하게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같이 사용되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브랜드에도 많은 사회적인 책임이 부여되기도 하고요. 단순히 장사만 잘 되면 된다는 마인드는 옳지 않죠.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도 계속 되묻고 있고, 이 질문에 답을 잘할수록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굿브랜딩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로고 모양이 ‘라바콘’입니다. 독특한 모양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모양 그대로 ‘공사중’이라는 의미입니다. 브랜드는 어느 순간 딱 완성되는 게 아니잖아요.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가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고 항상 현재진행형이라는 취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단순하게는 우선 이 모양을 심볼로 쓰는 경우가 많이 없어 차별성을 가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주황색을 좋아합니다. 눈에 잘 띄는 색이기도 하고 옛날에 스킨스쿠버를 많이 했어요. 니모 찾는 걸 좋아했거든요. 바닷속에서 니모를 발견했을 때의 느꼈던 즐거움이나 기쁜 감정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어요.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요.

제가 대표님의 스토리를 발견한 거네요(웃음). 작업을 하실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겠지만, 지나다니는 모든 것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그런 건 당연하고요. 세상에 많이 이렇게 펼쳐져 있는 것들은 다 아이디어지만, 그걸 발견하는 눈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워낙에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이니 이미지를 남기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요. 이외에는 기록을 많이 남기는 편입니다. 책을 읽으면 꼭 필사를 하긴 하거든요. 발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곱씹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굿브랜딩북스 서점 전경. 굿브랜딩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4년간 큐레이션 독립서점 ‘굿브랜딩 북스’를 운영하셨습니다. 브랜딩 회사 대표가 서점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브랜딩은 그냥 로고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로고 디자인만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거든요. 특히 저희는 스토리를 강조하다 보니 카피 한 줄에 대한 힘이 되게 크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제가 디자이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보다는 글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늘 가까이 했습니다. 그냥 제가 서점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츠타야나 매거진B 같은 브랜드를 보면서 저 역시도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단순히 책을 팔고자 했던 취지는 아니었어요.

서점을 운영하면서도 가장 제가 보람을 느꼈던 지점은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여는 것이었어요. 대구에서는 서울에 있는 작가분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도 영감을 주고 받는 일이거든요. 이승희 작가, 김민철 작가 등 여러 작가분들을 초대했었고, 이런 행사들이 지역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통로였어요.

매년 연말정산이라고 함께 보여서 한해를 돌아보기도하고, 연초에는 함께 보여서 새해 연말에 받을 편지를 미리 쓰는 행사를 하기도 했고요.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보다는 플랫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운영을 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많이 취소되고 하다보니, 운영이 소극적으로 변하긴 했지만요.

책 종류 같은 경우는 기업브랜딩, 퍼스널브랜딩, 지역브랜딩, 일과 균형감 등 독자적인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눠서 큐레이션했었습니다. 브랜딩 관련 서적을 취급한다고 해도 결국은 관점의 차이라고 봤거든요. 단순한 에세이나 소설도 영감을 줄 수 있겠다 싶으면 큐레이션을 하는 식이었죠.

운영을 중단하시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코로나19의 여파였을까요?

비대면 상황이 길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죠. 그리고 사실 서점은 서점에서 나오는 매출로 운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도 안타까운 원인 중에 하나입니다. 2017년에 문을 열 때 슬로건은 ‘이제 읽을 때도 됐다’ 였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아무리 읽을 때가 됐다고 외쳐봐도 안 읽으시더라고요.(웃음)

마지막으로 지역 가게들을 브랜딩하는 로컬 브랜딩 전문가로서 하시고픈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가게 운영자 분들이 왜 이것을 해야하는 지 이유가 명확해야 해요. 단순히 ‘저거 하면 잘 되겠다’ 싶어 하는 것들은 금방 한계점이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자신이 가진 이야기나 감명받은 것, 혹은 꾸준하게 노력해온 것에 기반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그게 존재 이유가 될 수 있고 전반적인 과정을 끌어갈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갑니다. 잘되는 것들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본인만의 무기를 잘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바깥으로 표출하는 시도를 해보시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노력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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