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사진 뭐 있나? ‘Oh, My God!’
홍보사진 뭐 있나? ‘Oh, My God!’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02.1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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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홍보담당자의 좌충우돌 적응기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이로써 광고, 홍보 3년차가 되었다. 입사하기 전까지 광고가 무엇인지, 홍보가 무엇인지 개념조차 없었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저 ‘사진’ 잘 찍고 ‘사교성’ 좋은 여직원 뽑는 기준에 우연히 기회가 맞아 일을 시작하게 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는 말이 지금 생각해보면 딱 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입사면접 때 ‘사진’을 잘 찍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진 뭐 별거있나?’ 그냥 누르기만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기 때문(ㅋㅋ).
 
지금 와서는 정말이지 왜 그랬을까 하며 후회하는 사건 중 하나다.

입사 후 회사행사가 있어 사진을 찍게 됐다. 찍어보라며 쥐어준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너무나도 간단한 업무라고 생각했다. 아니, 업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너무 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찍어댄 사진을 모니터로 옮기는 순간 ‘Oh, My God!’ 사진 속 인물들은 전부 눈을 감고 있었고, 전체적인 행사 내용은 알 수도 없고, 실내 촬영인지라 사진은 온통 어두컴컴 그 자체였다. 단체사진에 무릎 아래쪽은 모두 잘려있었고 구도도 허접하기가 (ㅠ.ㅠ) 쩝.

“보도자료 나갈 사진이 없네……” 모니터를 보시던 부서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당당하게 사진을 ‘잘 찍는다’고 대답한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한 동안은 행사 때 카메라를 맡기지 않으셨다.

홍보에 있어서 사진이란 피사체를 장동건, 김태희로 표현하는 일이 아닌, 기업의 이미지와 스토리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담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난 몰랐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좌충우돌 홍보사진 찍기 하면서 얻은 나만의 특급 노하우를 공개한다.

홍보 사진 찍기 특급 노하우

첫째, 사진 한 장이 바로 보도자료

회사홍보를 할 때 기본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보도자료다. 보도자료를 발송할 때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기사가 게재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관련한 사진 및 이미지를 대게 첨부해 보낸다. 만약 보도자료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기업 이미지 관련 내용인데 첨부한 사진은 임직원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앉아있는 사진이라면? 아무리 완벽한 보도자료라도 사진 한 장으로 신뢰성을 잃을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인증샷’을 눌러라

간혹 개그프로그램에서도 풍자가 되곤 하는데, 기업인이 누군가와 악수를 할 땐 꼭 정면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말하자면 ‘인증샷’이다. 홍보는 사기가 아니다. 오로지 ‘사실’만을 가지고 알려야 한다. 사실을 알리는 데는 사진과 영상이 꽤 큰 역할을 한다.

김태희와 친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믿어주는 사람 별로 없다. 하지만 김태희와 다정히 찍은 사진 한 장이면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 이처럼 기업이 상을 받는 기회나 사회복지활동을 한다면 오글거려도 ‘잘’ 찍은 ‘인증샷’은 필수다.

셋째, 창피는 잊어라

어딘가에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으려 해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창피하다며 구석진 곳에서 소심한 브이를 그리며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홍보사진은 이런 수줍음을 가지고서는 ‘잘’ 찍을 수 없다. 기업행사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보통 정해져 있다.

대표이사와 행사진행 요원 그리고 카메라를 든 사람이다. 행사진행 요원은 보통 뒤편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하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은 온 행사장을 누비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 당연히 모든 임직원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다 보면 뒤통수가 어찌나 따가운지.

입사 초반에는 구석에서 줌인, 줌아웃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어김없이 허접했다. 두 눈 질끈 감고 구석에서 나와 단상을 휘젓고 다니자 좀 ‘쓸만한’ 사진을 찍게 됐다. 구석에서 찍은 사진은 구석에서 찍은 ‘티’ 가 난다. 홍보사진을 찍을 때는 창피를 잊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건진다.

우리는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정보 과부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가 없어서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 정보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다 보니 긴 글과 영상은 쉽게 외면 받는다. 오죽하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 ‘막장’이라는 장르가 생겼겠는가?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홍보사진은 매우 중요하다. 글보다는 사진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무심코 내보낸 홍보사진이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홍보에 있어 사진을 ‘잘’ 찍는 일이란, 셔터를 누르는 일이 아닌 대중의 마음을 누를 수 있는 사진을 찍어내는 일인 듯 하다.


이윤지

동성제약 광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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