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자동차, 품질기준 미충족 원재료 사용 제품 공급받았나
[단독] 현대자동차, 품질기준 미충족 원재료 사용 제품 공급받았나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3.06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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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과정에 품질기준 미충족 저질 원재료 혼용 적발해 개선 요구했지만…
A사, 유명 H업체와 유사 상호 업체 내미는 방식으로 현대차 담당자 속여
현대차 “품질 기준 충족돼…‘저질의 원재료’ 사용 제품 납품받지는 않았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현대자동차가 수년간 한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아온 제품에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원재료’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협력사는 현대차로부터 품질기준 미충족 사실을 지적받은 후에도 원재료 공급 대리점과 말을 맞춰 현대차를 기망했다. 품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마치 재료 공급선을 바꾼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다만, 기준 미충족 원재료를 사용한 부품이 완성차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현대차 측은 “납품한 제품이 회사가 요구하는 시험을 모두 통과해 품질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더피알 취재 결과, 검찰이 지난해 인천 지역 내 한 사업체 대표인 B 씨 등에 대해 수백억 원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과 조세 포탈 등의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 과거 현대·기아차가 1차 협력사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받은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공급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오랫동안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 오던 A사는 2014년 5월경, 현대차의 감사 과정에서 하청업체로부터 ‘저질의 원재료’를 혼용해 완제품을 제작해 납품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차 측은 A사에 해당 하청업체가 납품한 제품이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향후 검증된 플라스틱 원재료 업체에서 A사가 직접 원재료를 구입해 하청업체에 공급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현대차 측이 요구한 수준의 원재료 제조 업체는 범현대가의 대기업 H사였다.

하지만 A사는 재정 문제로, H사 등 현대차 측이 요구한 수준의 업체와 원재료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사는 H사와 유사한 상호를 가진 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는 방법으로, 마치 H사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는 것처럼 현대차 담당자를 속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A사 직원은 H사와 유사한 상호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던 B 씨에 요청해, 원재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사실상 현대차의 감사 지적을 개선하지 못한 채, 기존과 동일한 품질의 원재료로 만든 부품을 생산해 현대차에 공급해 온 것이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사와 B 씨 등 업체와의 원재료 공급계약은 2014년부터 2019년 초까지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저질의 원재료 아냐… 품질 기준 만족했다”

결국 검찰 측이 조사한 결과 대로, 2014년 5월 현대차의 감사를 통한 적발과 개선 요구가 있었음에도, A사는 현대차를 기망해 기존에 하청업체로부터 받아온 ‘저질의 원재료’를 혼용해 만든 수준의 제품을 그대로 공급해왔다고 의심할 수 있다.

물론 현대차는 그 사실도 알지 못한 채, 해당 부품을 A사로부터 받아 온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측은 본지의 이 사건에 대한 본지의 취재요청에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해당 기간 출시된 현대·기아차에 문제의 부품이 장착됐을 가능성도 있었고, 만약 이 사실이 당시 알려졌다면 소비자들의 반발은 물론, 정몽구-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협력사 품질 경쟁력 확보를 통한 품질경영의 노력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검찰 조사 내용에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2014년 5월 A사에 대한 감사에서 ‘저질의 원재료’가 문제가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품질 기준은 만족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검증이 완료된 원소재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해당 부품에 적용한 원소재는 당사가 요구하는 스펙을 모두 만족했지만, 당사에는 미등록된 원소재를 사용한 것이 이슈가 됐다”며 “해당 부품에 대해 당사가 요구하는 시험은 모두 통과했기 때문에 품질 기준은 모두 충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K사가 B 씨의 업체를 통해 현대·기아차에 등록한 원소재를 공급했기 때문에 “현대차를 기망해 저품질의 제품을 납품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등록된 원소재 업체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일 뿐, 중간에 원소재의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며 “당사에 등록한 원소재만을 공급해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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