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 샬라메에게 불편한 질문…‘진플루언서’ 논란
티모시 샬라메에게 불편한 질문…‘진플루언서’ 논란
  • 박주범 기자 (joobump@loud.re.kr)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4.03.0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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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G] 언론인을 대체한 인플루언서

저널리즘 격 떨어져 vs 더 많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더피알=박주범 기자|흥행에 도움이 되기 위해 유명 배우나 모델을 기용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특성이 점점 뉴스 매체에까지 번지고 있다. 

AI 등 기술의 발달과 진입장벽이 없는 업계에서 난립하는 수많은 디지털 매체와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등의 젊은 세대 공략 등 뉴스 미디어 산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며 점점 더 구독 기반의 뉴스에 중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많은 팔로워를 확보한 인플루언서에게 기자 역할을 맡기는 것이 더 많은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어 효율적일 것이라는 판단하는 매체까지 생기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언론 진출, 괜찮을까?

글로벌 마케팅 전문 매체 더 드럼(The Drum)은 인플루언서가 언론인을 대체하면서 '진플루언서(jinfluencer = journalist + influencer)'가 탄생했다고 3월 1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Manchester Evening News) 및 여러 지역 간행물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최대 언론사 리치(Reach)가 작년에 45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언론인 대신 인플루언서들을 고용할 계획을 세워 실제로 진플루언서의 본격적 등장을 예고했다.

최고 경영자인 짐 뮬렌(Jim Mullen)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인플루언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팔로워가 많은 사람들을 데려와 올바른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공식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비즈니스 모델은 곧바로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티모시 샬라메가 출연한 영화 ‘듄(Dune: Part Two)’의 언론 보도 중 영국 리얼리티 TV 스타에서 팟캐스터로 변신한 진행자 샘 톰슨(Sam Thompson)이 진행한 인터뷰가 진부하고 불편한 질문(친구와 함께 로맨틱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등)으로 구성되었다는 비난을 받으며 X(구 트위터)에서 약 900만 번 조회된 것이다.

티모시 샬라메와 오스틴 버틀러의 듄(Dune: Part Two) 홍보 인터뷰에서 인터뷰어 샘 톰슨의 진행에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유튜브 Hits Radio 캡쳐
티모시 샬라메와 오스틴 버틀러의 듄(Dune: Part Two) 홍보 인터뷰에서 인터뷰어 샘 톰슨의 진행에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유튜브 Hits Radio 캡쳐

수없이 쏟아지는 관련 보도중에 독보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해당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대했던 효과’를 얻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영상으로 인해 인플루언서들이 전통적 기자 역할을 맡는 것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해당 인터뷰에 대해 시청자들은 "기자가 할 일을 인플루언서에게 주지 않았음 좋겠다", "저널리즘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이런 인터뷰를 맡기지 않아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일부 시청자들은 "티모시와 샘이 친밀해진 것 같아 보기 좋았고 내용도 재밌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인터뷰어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시청자에게 재미 주는데는 탁월, 콘텐츠 깊이는 떨어져

한때 노련한 기자에게만 국한되었던 공간을 인플루언서와 셀럽들이 점점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저널리즘의 진화하는 풍경이 전면에 부각되었다고 홍콩 매체 BNN브레이킹(BNN Breaking)은 평가했다.

BNN브레이킹의 3월 4일자 기사에서 의견이 인용된 비평가들은 인플루언서들이 통찰력 있고 탐구적인 질문을 하는 기술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저널리즘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청중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깊이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전문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샘 톰슨은 자신의 SNS 계정에 "티모시에게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한 부분을 보셨어야 했는데, 재밌으셨을 겁니다"라고 올리며 훈훈했던 인터뷰 현장을 상기시켰다. 사진=Sam Thompson X 캡쳐

BNN브레이킹은 광범위한 팔로워와 청중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갖춘 인플루언서들은 출판사와 언론 매체에 다른 종류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진실성과 깊이가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톰슨과 샬라메의 인터뷰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과 저널리즘 표준을 유지하는 것, 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타났다며, 이러한 균형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유익하고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 밥그릇 뺏길라...인플루언서에게 배울 점 있어

인플루언서와 언론인 사이의 경계가 계속 모호해지면서 인플루언서들이 저널리즘 기준을 채택할지, 아니면 기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할지, 혹은 새로운 저널리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지 혼란한 상황이다.

드럼의 기사에서는 이런 인플루언서들의 언론 진출로 기자의 자리가 뺏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실제 한국에서는 정치와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유튜버(예전에는 팟캐스트 포함)들이 기성언론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드럼은 그러나 기사 형식이 날이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기자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셜 네이티브(socially native)한 다양한 새로운 기술(특히 젊은 청중과의 소통을 공언하는 매체의 경우 프레젠테이션 기술, 영상 편집, 커뮤니티 관리 및 채널 유통 등)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청중이 요구하는 형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여 청중에게 올바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언론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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