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급발진 의심사고 1위” 보도가 부당한 이유
“현대차, 급발진 의심사고 1위” 보도가 부당한 이유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3.12 13: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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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in THE PR] 기초 수학의 문제…분모 커지면 분자도 커진다

건수 기준으로는 압도적 판매량 1위 회사가 가장 많은 것 당연
“한국인보다 중국인의 암 발생 건수가 더 높다”는 것 같은 소리
판매량 대비 사고 의심 건수 기준으로는 현대차 3위·기아 4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사진=뉴시스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초등학교 산수 정도의 개념만 갖고 생각해도 나오지 않을 기사가 국내 언론사에서 또 나왔다.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큰 대상을 포함해 특정 사건·사안의 발생 건수를 평행 비교한 기사다.

조금만 따져보면 말이 안되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지만, 기사에 언급된 당사자에게 가해지는 이미지 손실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욱이 그 주제가 아직 제조사 책임이 확정적으로 인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건수라서 문제는 더 복잡하다.

최근 한 매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토대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4년간 국내·외산 자동차 브랜드별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건수에 대한 통계 결과를 소개했다.

제목에 [단독] 표기까지 달고 나온 이 보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대한 급발진 사고 의심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각 브랜드의 판매량 대비 급발진 사고 의심 신고 건수’로 그 비율을 따져보면, 국산 5개 사 중 현대차와 기아는 각 3~4번째로 낮은 편에 속한다.

보도에서는 총 790건의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중 현대차가 341건 그리고 기아차가 137건으로 현대·기아차가 전체의 59.2%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르노코리아자동차 103건, 한국지엠 50건,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는 48건으로 이들 3개 사의 급발진 신고 건수는 전체의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통계 결과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발표돼왔다.

실제로 201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찬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총 482건의 자동차 급발진·급가속 의심 신고건 중 현대차는 212건으로 전체의 44%, 기아차의 경우 78건으로 16.2%에 달했다. 현대·기아차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르노삼성(71건·14.7%), 한국지엠(33건·6.9%), 쌍용차(30건·6.2%)가 뒤를 이었다. 

또 2017년 2월 국회 안전행정위가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까지 국과수가 의뢰받은 급발진 의심사고 조사건수는 총 154건으로 이중 현대차가 73건으로 전체의 47.4%, 기아차가 30건(19.5%) 그리고 쌍용차 14건(9%), 르노삼성 9건(5.8%)이었다.

최근에는 지난해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10~2022년 사이 급발진 의심 차량 신고 결과에 의하면, 총 766건으로 현대차가 333건, 기아차 119건, 르노코리아 102건, 한국지엠 49건, KG모빌리티 46건이었다. 역시 현대·기아차의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런 일련의 통계 결과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급발진 사고 의심 신고 건수가 전체 대비 매우 높아, 자칫 현대·기아차의 제품이 급발진 사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심지어 해당 통계를 바탕으로 나온 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제목에 현대차의 관련 수치가 높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기자는 재작년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건수 이슈에 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문의한 적이 있었는데, 이 관계자는 “너무 당연한 결과인데, 마치 현대차가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현대차를 포함해 비교 대상인 국산차 브랜드 5개 사 중, 완성차 내수 판매량이 현대·기아차의 경우가 나머지 3개 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확률상 급발진 사고 의심 신고 건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체 급발진 의심 신고 중 현대·기아차 제품의 건수가 많다는 것은 한국인보다 중국인의 암 발생 건수가 더 높다고 말하는 것과 같이 매우 당연한 통계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5개 사 전체를 합쳐서 누가 더 많았는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닌, 각사별 판매량 대비 급발진 의심 신고 건수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5개 사의 영업보고서와 기타 통계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완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현대차 1052만 9915대, 기아차 762만 3626대, 르노코리아 130만 2087대, 한국지엠 168만 6486대, KG모빌리티 107만 7091대였다. 

출처=각사 영업보고서, 정리=더피알
출처=각사 영업보고서, 정리=더피알

여기서 지난 14년간 총 790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중 현대차의 341건은 전체 판매량에서 약 0.003%였다. 기아차 137건은 약 0.001%, 르노의 경우 0.007%, 한국지엠 0.002%, KG모빌리티 0.004%에 해당했다. 

기존의 통계 결과는 현대차의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건수가 압도적 1위로 제품에 가장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5개 사를 전체로 묶지 않고 각사의 수치로 계산한 결과 르노와 KG모빌리티에 이어 현대차가 3번째인 것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로 묶는다면 0.002%인 반면, 나머지 3사를 합치면 0.004%로 현대·기아차가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 건수에 있어 더 적은 비율을 보였다. 

엄밀히 말해 연도별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와 중고차까지 고려해 ‘국내에서 판매돼 운용 중인 차량’을 기준으로 비교한다면 더 명확한 통계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영할지라도 현대·기아차의 수가 나머지 3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게 변함이 없다. 특히 지난 14년간의 내수 판매량 흐름을 보더라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더 늘어나는 반면, 나머지 3사의 경우 점점 판매량이 줄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수가 더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거의 매년 국회에서 급발진 사고 의심 신고 관련 통계 결과를 들고 나와 현대차의 높은 건수를 지적하는 만큼, 올해도 같은 이슈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랜드별 전체 운용 차량 대비 급발진 신고 건수의 비율까지 조사한다면, 더 합리적인 통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동시에 기업에 괜한 이미지 하락이라는 피해를 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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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4-04-27 07:56:59
뭘받았길래 이딴식으로 쓰는거지 ㅋㅋㅋㅋ 글수준봐라 초중딩 일기쓰는 정도로 글을 갈겨놨네

닉네임 2024-04-25 22:21:15
이 논리대로 라면 그렇게 많이 판매된 자동차 중에 급발진 오작동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회사는 단 1건도 인정하지 않지..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는 건 똑같다. 정상적으로 사건을 분석해서 오작동인지 아닌지 판별도 안 하고 그저 모든 사건을 운전자 과실로 넘겨버리니, 당연히 발생한 사건 수로만 판단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