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더 맛있어졌지만, 영양은 조금 빠져 뒷맛 아쉬운 한 끼
살인자ㅇ난감, 더 맛있어졌지만, 영양은 조금 빠져 뒷맛 아쉬운 한 끼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4.03.1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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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더피알=성장한 | 대학생 이탕(최우식)은 취객과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다. 이탕은 한동안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지만, 뉴스를 통해 자기가 죽였던 사람이 연쇄 살인마였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수사가 종결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후 이탕은 다시 살인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죽인 사람은 알고 보니 존속 살인자였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계속해서 이탕이 저지르는 살인의 증거는 모두 은폐되고, 이탕이 죽인 사람들은 모두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나게 된다.

원작 ‘살인자ㅇ난감’은 누구에게나 권하기는 쉽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림체에서 진입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자ㅇ난감은 거의 대부분의 분량이 4컷 시사만화 같은 단순한 그림체로 그려져 있다. 형식 또한 4컷 만화를 연속적으로 이어 붙인 형태로 장편 스토리가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스타일은 호불호가 크게 갈려 작가만의 개성이라 보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개성이 아니라 단점일 뿐이라는 평도 있었다.

반면 대다수에게 호평을 받았던 부분은 내러티브와 내러티브적 디테일이다.

일부 독자들은 그림체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바꿔 말하면 이런 그림체에도 불구하고 인기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건 흡인력 있는 내러티브가 독자들을 붙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형태의 4컷 구성이다.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췄으나 비주얼이 약했던 살인자ㅇ난감은 어쩌면 영상화가 되었을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만화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원작 완결 후 13년 만에 드디어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가 되었다.

가장 기대가 컸을 비주얼과 연출에 있어서는 기대 이상의 아웃풋이 나왔다는 데 거의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완벽한 캐스팅이란 뭔지 보여줬다
완벽한 캐스팅이란 뭔지 보여줬다

주연 배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은 다른 캐스팅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캐릭터 해석을 보여준다.

2024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변경점들은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몇몇 부분은 원작보다 핍진성이 강화되어 보다 매끄러운 몰입감을 부여한다.

특히 스타일리시한 교차 편집은 드라마판의 독자적인 개성이자 드라마만의 영상미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교차 편집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잔인한 장면을 순화하는 효과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 밖에도 주로 완급 조절의 역할을 하거나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느껴지도록 하여 관객의 감각을 예리하게 깨워 준다.

이탕의 변화 과정
이탕의 변화 과정

다만 메시지가 퇴색된 점은 아쉽다.

원작에서는 주연 세 명의 정의관이 충돌할 때 작가는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아 독자가 세 인물의 정의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드라마판은 상대적으로 주인공 이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한 연출로 결과적으로 이탕의 정의관에 손을 들어 주는 결과가 되었다.

그렇지만 드라마판의 해석과 결말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원작은 후속작의 가능성이 닫혀 있는 결말이었지만 드라마 쪽은 후속작을 전개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남아 있다.

그것이 작가나 감독의 의도였다면,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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