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니까 간 줄 알았지? 급인기 얻는 페친 '콕 찔러보기(poke)'
잠잠하니까 간 줄 알았지? 급인기 얻는 페친 '콕 찔러보기(poke)'
  • 박주범 기자 (joobump@loud.re.kr)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3.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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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G] 페이스북 '콕 찔러보기'의 재발견…Z세대 복고 취향 붙잡았나

초창기부터 있던 시그니처 기능, 디자인 변경 후 한 달 만에 사용량 13배 급증
인스타 '좋아요', 틱톡 '넛지'와 다른 소소한 상호작용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사진=페이스북 제공.

더피알=박주범 기자 | 관심을 받거나, 관심을 표시하기 위해, 혹은 ‘그냥’ 심심해서 가만히 있던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보는 일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일어난다. 별다른 용건 없이도 오랜만에 연결감을 확인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콕 찔러보기(poke)’는 페이스북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기능이다.

‘좋아요(likes)'와 여러 감정 이모티콘을 이용한 ‘반응(reactions)’ 기능이 도입되기 훨씬 전인 2004년 페이스북 론칭 당시부터 존재한 이 기능은 내 친구를 콕 찌르면 그 친구에게 찔렀다는 알림이 가는 게 전부였다.

찔러보기 기능의 전성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는 간단한 인사를 대체했지만 종종 한 쪽이 그만 둘 때까지 서로 왔다갔다 계속 찔러보는 ‘찔러보기 싸움(Poke war)’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콕 찔러보기’는 결국 기능의 목적 자체가 모호해지면서 흐지부지 잊혀진 기능이 됐었는데 10년 내외의 가까운 과거를 추억하는 레트로(복고) 취향을 즐기는 Z세대들 사이에서 이 콕 찔러보기가 갑자기 부활했다. 

3월 22일, 메타는 공식 계정을 통해 '페이스북에서 처음 콕 찔러본 사람을 태그하고 다시 콕 찔러보라'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Meta 페이스북 계정 캡처.

3월 22일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 한 달 동안 콕 찔러보기 사용 건수가 13배 급증했다며, 전체의 절반 이상이 18세에서 29세 사이 사용자가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최근의 급증세는 페이스북이 지난 달 콕 찔러보기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조용히 기능을 업데이트한 후에 벌어진 현상이다.

페이스북 검색창에 ‘콕 찔러보기’를 입력하면 사용자는 ‘콕 찔러보기 페이지(Pokes page)’로 이동해 누가 자신을 찔렀는지와 콕 찔러볼 추천 친구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메타 대변인은 NBC뉴스에 “콕 찔러보기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디자인 변경 후에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콕 찔러보기' 화면 예시.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Z세대가 최근 콕 찔러보기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 오래된 기능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20대 Z세대의 상당수는 콕 찔러보기가 처음 인기를 얻었던 청소년 시기에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이라고 NBC뉴스는 지적했다.

카란 타카(Karan Thakkar)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누가 마지막으로 찌를 수 있는지 경쟁하는 찔러보기 싸움을 자주 했다. 그에게 ‘되찔러보기(Poke Back)’를 클릭하는 것은 대화를 하거나 다른 페이지로 전환하지 않고도 친구에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리는 방법이었다.

타카는 자기보다 어린 Z세대들이 콕 찔러보기를 처음 발견해서 즐긴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젊은 층 사이에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페이스북이 이번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타카는 이어 “사람들이 모든 앱이 사실상 틱톡이 되어가고 어디에서나 구매를 유도하는 것에 지쳤다”면서 "그래서 일대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방송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새로운 SNS 경험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매력을 느낀 지점은 간단하지만 재미있게 일대일로 친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경험이었다.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 페이스북의 전성기에 두드러지게 활동한 건 아니지만, Z세대보다 60대 이상인 부머 세대가 오히려 콕 찔러보기를 더 모르고 있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모나 스태마토브스카(Simona Stamatovska)는 콕 찔러보기 기능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곧바로 친구, 친척, 직장 동료 등 모든 사람에게 콕 찔러보기를 시작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이미 차세대 플랫폼으로 이동하던 시기에 페이스북에 가입한 나이든 사용자들은 콕 찔러보기가 무엇인지 곧바로 알지 못하 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SNS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콕 찔러보기 기능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좋아요'나 틱톡의 '넛지' 같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상호작용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스태마토브스카는 콕 찔러보기를 "조용한 움직임"의 원조 급으로 생각한다.

스태마토브스카는 ‘콕 찔러보기'가 이들과 구별되는 점은 유치하지만 애정 어린 행동을 상징하는 ‘가리키는 손(pointing hand)’이라 말하며 “다른 SNS 상호작용은 좋아하기, 공유, 재게시, 댓글 작성 등 매우 직접적이지만, 콕 찔러보기는 게임과도 같은 페이스북만의 재미있는 인사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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