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과 사회책임 구분해야”
“사회공헌과 사회책임 구분해야”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04.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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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

최근 5년간 기업 경영에서 부각되는 변화 중 하나는 사회공헌활동의 양적 급증이다. 대기업에 이어 중견·중소기업도 사회공헌활동을 정식 도입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사회공헌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에 상대적으로 앞서 참여한 대기업들의 경우, 양적 확대 보다는 사회문제 해결이나 지역사회 발전을 목표로 하면서 성과를 중시하고 내실을 다지는 등의 질적 변화로 관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사회공헌활동의 양적인 급증, 그리고 질적 변화를 이끄는 동기는 사회공헌활동의 연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부압력동기에서 벗어나 전략적 활용동기에 의해 활동하는 가운데, 소수의 기업들은 기업과 지역사회 가치를 동시에 높이고자 하는 시도, 가치창출의 동기로도 옮겨 가고 있다. 한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자체만을 두고 본다면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양적·질적으로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기업사회공헌의 이해관계자 입장에선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사회적 책임 문제 때문이다. 거액의 기부에다 CEO가 동참하는 봉사활동,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에 이르기까지 사회공헌활동에 있어 손색없는 모습을 보이던 기업이 어느 날 비자금조성, 탈세, 담합, 뇌물, 회계부정, 주가조작 등과 같은 굵직한 사회적 책임 문제로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로 인해 지금껏 사회공헌활동으로 어렵사리 쌓은 좋은 이미지는 단번에 악화돼 부정적 기업으로까지 깊이 각인되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과 종종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공헌 동기, 외부압력전략적 활용가치창출로
우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에 대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의무라면, 후자는 선택적이며 재량적인 활동이다. 또 사회공헌은 기업경영에서 준수해야 하는 법적, 경제적, 윤리적, 사회적 규범 중의 일부분이다. 근래 20년 가까이 활동 비중이나 중요성이 크다고 해서 사회공헌이 곧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인식의 오류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공헌으로 사회적 책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은 준수기준이 까다로운 금지항목의 나열이지만, 사회공헌은 긍정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도 차별된다. 사회적 책임 준수는 당장의 뉴스거리가 되지 않고 사회적 반응이 느린데 반해, 사회공헌은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긍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부른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거나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유혹을 항시 받는다. 사회공헌이 사회적 책임을 대신하는 손쉬운 수단으로 여겨지거나, 사회공헌활동 홍보로 사회적 책임 문제를 덮을 수 있다는 잘못된 계산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최근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15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경영학계의 거장인 마이클 포터 교수와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마크 크레이머 CSG 회장이 CSV 개념을 제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112월 초 두 석학이 동아비지니스 포럼에 초청돼 국내 많은 경영인과 기자, 사회적 책임(이하 CSR)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CSV, CSR 대체할 수 없어
CSV는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의 이익을 연계하는 새로운 경영개념이다. , 사회문제해결 자체가 경영의 일종이며, 기업의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이므로 기업에게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CSV가 기존 CSR을 대체하는 것이며, CSR 다음 단계는 CSV라고 단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CSV는 분명 혁신적인 경영개념이지만, CSR의 대체용은 아니다. CSV를 한다고 해서 CSR을 포기해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실제 CSV와 관련된 사례를 보면 해당 기업 제품의 공급망(Supply Chain)에 내재된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의 이익과도 연결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CSV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투자와 관리에다 고비용이 드는 장기 공익사업으로 볼 수 있다. 기부나 공익사업과는 구분되는, 또 하나의 사회공헌활동 방식인 셈이다.
 
물론 기업이 모든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CSV를 적용할 수는 없다. 때로는 단순 기부도, 따뜻한 자원봉사의 손길도, 때로는 기업의 이익과 상관없이 간절한 욕구에 따른 통 큰 지원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기부 중심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꾸준히 발생하기에 기업은 CSR 차원에서 이에 대응해야 한다.
 
국내 CSR 역동적사회공헌 쏠림 현상은 문제
사회공헌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업의 CSR활동은 무척 역동적이다. 짧은 기간 동안 성장에만 몰두해 이뤄낸 거대한 경제 볼륨에 걸맞게 선진적인 CSR 및 사회공헌활동의 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기부와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며 공익사업을 통한 사회 변화를 위해 적잖은 투자를 하고 활동의 진정성과 지속성도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CSR 부문에서의 문제 때문에 사회공헌활동까지 깡그리 평가 절하되는 모습에 관전자로서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CSR의 미준수는 분명 큰 문제지만, 사회공헌에 대한 투자와 노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높은 점수를 주면서 공과(功過)를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 그 동기가 기업 홍보에 있더라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사회 문제의 0.1%라도 해결하는 데에 기여했다면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더 많은 기업 자원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기업경영과 CSR, 사회공헌활동이 조화되지 못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지만,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머잖아 사회공헌이 주요한 경영활동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예상된다. 사회공헌과 CSR이 우리사회에 제대로 흡수되기도 전에 CSV가 소개되면서 일각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역시 경영에 혁신을 가져오는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를 잡을 것임에 틀림없다.
 
향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 자체는 물론, 기업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준수를 요구하는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요구도 강화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CSVCSR 경영의 중요한 방법론의 하나로 부상할 것이며 기부의 총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만 기업 차원의 기부보다는 큰 부를 취한 개인에 의한 기부요구가 강해질 것이며, 이를 회피하기는 더욱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발효된 ISO 26000과 같은 SR 가이던스가 말 그대로 강제성 없는 지침에 그치고 있지만, 꼭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 기업에 대한 좋고 나쁜 평가가 소셜네트워크 안에 등장해서 급속하게 확산이 된다는 것에 주의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
 
IT 발달로 인해 정보의 인위적 차단은 불가능해지며, 탈법적이고 비윤리적 활동을 감추는 것도 점차 어려워진다. 진부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CSR이든 사회공헌이든 기본으로 돌아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진정성 있고 지속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적인 홍보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이 자칫 위선적인 행동으로 비춰지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더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CSR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급함을 거두고 대신에, 관련 교과서를 꺼내어 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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