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량은 늘었는데 왜 소통이 안 될까?
소통량은 늘었는데 왜 소통이 안 될까?
  • 장혜정 (thepr@the-pr.co.kr)
  • 승인 2012.05.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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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SNS 홍보 전략 담당의 소통 스토리

과연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인가 보다. 여기서도 소통, 저기서도 소통한다. 비단 정부와 국민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 언론과 독자 간에도 소통이 제일의 화두가 되고 있다. 왜 이렇게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 걸까? 아마 소통이 중요하긴 한데 잘 되고 있지 않아서 그러는 것 아닐까? 왜 소통이 안 된다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서 소통의 절대적인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통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그에 따라 소통의 양상, 소통의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적 소통의 소스를 제공하고 지배하던 기관 즉, 정부, 기업, 기성 언론은 변화된 소통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좌표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전 정부의 정책홍보는 참 쉬웠다고 한다. 오히려 정부 부처 내에 정책홍보는 별도의 업무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발표되면 보도자료 뿌리고 관보에 게재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이는 과거에 정부가 정보의 독점적 공급자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보에 아쉬운 사람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찾아 가야했다. 그러나 IT혁명,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SNS의 출현으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대가 오기에 이르렀고, 정보의 양 또한 방대해졌다.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정보의 소비자에게 직접 찾아가 정보를 알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SNS 활용 증가는 정보의 생산?유통?소비 패러다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SNS 참여자들은 수평적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한다. SNS에서는 누구나 정보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생산된 정보의 확산에는 이용자의 ‘공감’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자극하는지 여부가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도 수많은 정보 생산 주체 중 한 명의 자격으로 SNS에 참여하고 있다. 예전의 엄숙하고 딱딱한 문체로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SNS 이용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성 콘텐츠를 만들고, 이용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참여 이벤트를 개발하며, 이용자들과 일상적 대화도 나눈다. SNS 소통 환경에 맞춰 상호 공감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SNS 세계에서 비인격체인 정부의 이름으로 소통을 해 나가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나갈지, 정부가 어떠한 방향과 목표를 지니고 변화된 소통의 패러다임에 적응해나갈지, 수많은 소통의 상대자 가운데 누구를 타겟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해야 할지 등 작금의 정책 홍보 담당자들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많기도 하고 풀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기에 많은 고민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홍보 담당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SNS가 실현시키는 소통 주체 간의 수평적 관계의 확산이 앞으로의 사회 발전 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장혜정

2등 서기관
외교통상부 정책홍보 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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