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아닌 ‘스토리메이킹’이다
스토리텔링이 아닌 ‘스토리메이킹’이다
  • 한명희 웅진씽크빅 대리 (thepr@the-pr.co.kr)
  • 승인 2012.07.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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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인 에세이-한명희 웅진씽크빅 홍보IR팀 대리

▲ 한명희 웅진씽크빅 홍보ir팀 대리
“또 소통이야?”
소통이라는 단어를 첫 문장에 담는 것 자체가 한없이 부담스러울 만큼 이미 소통은 커뮤니케이션 제1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소통해라’ ‘소통해야 한다’ ‘고객과 친구가 돼라’ ‘그러려면 재미를 입혀라’ ‘양방향을 잊지 마라’….

매체에서, 세미나에서, 강단에서 그리고 사무실 파티션 너머에서 거론되는 수많은 소통의 매뉴얼들은 어쩌면 그냥 S-M-C-R-E(Sender 송신자-Message 메시지-Channel 매체-Receiver 수용자-Effect 효과) 차원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건 소통이야’ 라는 패키지로 포장해 주입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소통을 가장한 그냥 일방향 커뮤니케이션활동이다. 많은 기업이 SNS로 대표되는 온드미디어(Earned Media. 기업이 직접 소유한 미디어)에 열중하는 소통 폭발의 오늘, 어려운 소통을 위해 우리 PR인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소통, ‘함께’라는 의미에 주목해야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해야겠다. 스토리는 힘이 있다. 그래서 스토리는 충전 없이 오래 가는 배터리다. 누군가와 소통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스토리만한 것이 또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의 ‘텔링’은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나의 스토리를 상대에게 감동으로 다가가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이를 책의 형태로 출판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고전적인 단방향 방식과 다를 바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스토리 ‘메이킹’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본주의와 행복한 성장으로 요약되는 자본주의 4.0시대, 상생을 위한 따뜻한 가치를 중시하는 마켓 3.0 시대에 흔히 말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만드는 단계부터 ‘함께’여야 한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과 컨버세이션(conversation)의 ‘컴(com)’과 ‘컨(con)’은 모두 ‘함께’라는 의미다. 함께, 화자와 청자가 서로 역할을 바꿔(convert) 가는 것이 대화이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바로 진정성 그 자체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의 강연 ‘우리는 우리의 스토리에 산다(We live our story)’에서도 주어는 역시 ‘우리’다.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만들려면 시놉시스는 상대의 입장에서 혼자 쓰더라도, 시나리오는 상대와 함께 쓰고, 감상 후기는 상대에게 온전히 펜을 넘겨야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기업이 주인공이 돼서도 안 되고,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스토리를 장악하려 해서도 안 된다. 이야기를 만드는 역할을 퍼블릭(공중)에게 넘겨야 그들과 상호간 ‘통(通)’ 할 수 있다.

고객이 만드는 스토리의 기승전결

3인칭 관찰자 시점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지켜보는 프레임은 프레임 그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오류로 인해 기업의 의도가 개입되는 트리트먼트를 발생시킬 수 있다. 기업의 의도대로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만들려고 하는 고의적 수정작업들이 고객을 화나게 하는 세상이다. 기승전결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문학 교과서에 없는 ‘2인칭 수용자 시점’이 돼야 한다. 고객 스스로 만들어가는 희로애락 자체가 우리 이야기의 기승전결이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쓰는 게 쉽고, 남이 쓰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불편해도 불편하게 다가가야 한다.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진행형이 갖는 시기적 이슈는 아젠다세팅에 유리하다. 단순히 이슈를 만들어 시장에 툭하니 던져주는 이슈메이킹, 노이즈마케팅 차원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를 주어로 오늘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함께 만들어갈 때 모두의 컨센서스(Consensus. 합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통섭의 시대를 관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자! 신화(神話)는 ‘神’이 쓴 이야기가 아니다. 소통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버저비터를 날리고 싶다면, 소비자 주도형의 드리블을 유도해라. ‘왼손은 거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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