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은 CEO를 스폰서로, 동료를 서포터즈로 만들어야
홍보인은 CEO를 스폰서로, 동료를 서포터즈로 만들어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8.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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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홍보맨에서 박근우커뮤니케이션컨설팅 대표로 변신한 박근우씨

20년 기업 홍보생활을 접고 이름 석자를 내걸어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조직이라는 큰 울타리를 벗어나니 남는 건 결국 인간관계 밖에 없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 요즘이다.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장에서 박근우커뮤니케이션컨설팅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박근우씨(46)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The PR=강미혜 기자] 오전부터 줄기차게 내리던 장맛비가 거짓말처럼 반짝 갠 7월의 어느 오후였다.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편안한 티셔츠 차림에 백팩을 맨 박 대표를 만났다. 새로 시작한 사업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지는 않았다는 그는 스마트워크 시대에 꼭 사무실, 공장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홍보맨으로서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온 인적네트워크야말로 나의 힘이다는 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안랩에 들어간 지 만 10년을 채우고 지난해 12월 말 회사를 나왔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까지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나의 길을 가보자,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결심했거든요.” 박 대표가 발견한 길은 회사 이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 커뮤니케이션 컨설팅분야다. 그 중에서도 특히 ‘CEO 브랜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CEO 브랜드에 중점믿음직한 조력자 되고파

“CEO 이미지 및 브랜드에 관한 전문컨설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는 CEO 브랜드 관련 진단에서부터 분석, 방법, 그리고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다 아우르는 실전 전문가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사내에 PI(President Identity) 담당이 있다 하더라도 조직의 생리상 직언을 하기는 힘든 구조고요. 앞으로 (조직)바깥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CEO 브랜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박 대표의 인생 여정은 10년 단위로 확 돌아서고 있다. 안랩 이전 직장이던 LG전자에서 10년을 일했고, 이후 안랩에서도 딱 10년을 채웠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홍보라는 외길을 걸어왔지만 그 과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따져보니 오프라인 10/온라인 10, 하드웨어 10/소프트웨어 10, 대기업 10/벤처기업 10년으로 구분돼요. 그만큼 융합적 사고나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1993LG전자(옛 럭키금성)에 입사하면서 홍보에 첫 발을 디뎠다. 중간급으로 홍보의 노하우를 제대로 알아갈 때쯤인 200112, 헤드헌팅업체로부터 안랩에 입사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수락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당시는 IT 버블 붕괴 등으로 벤처 시장이 최악일 때였어요. 선뜻 오케이 하지 못했죠. 다만 CEO로서 꽤 이름을 날리던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히려 내가 그 사람을 면접이나 한번 봐보자하고 갔습니다.”

“CEO 안철수, 보자마자 필(feel) 꽂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한마디로 (feel)’이 꽂혀버렸다. “이런 얘기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안철수 사장과의 첫 대면에서 남녀사이에나 있을 법한 찌릿한 그 무언가를 느꼈습니다.(웃음)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무장해제 됐다고나 할까요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즉시 안철수 사장의 저서를 사서 읽었고, 이런 CEO라면 홍보할 맛 나겠다 싶어 과감히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안랩에서의 홍보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이전 직장과 비교해 홍보 규모나 인력, 예산, 시스템 등 모든 측면에서 너무도 차이가 컸다. 그렇지만 부족함이 오히려 채울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 여겼고, ‘벤처업계의 홍보 롤 모델이 되보자는 일념으로 하나하나 풀어갔다. 출발점은 사내커뮤니케이션 활성화였다. “흔히들 가화만사성이라고 하잖아요. 회사도 그렇고 홍보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회사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홍보맨을 통해서라는 대원칙 아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째가 2002년 발행한 온라인 사보다. 지금이야 웹진이나 블로그 형태의 사보가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기업사보의 열에 열은 모두 오프라인 종이였다. 내부적으로 온라인 댓글 기능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고 결국 뜻을 관철시켰다.

이어 2003년엔 1,2차에 걸쳐 6개월 동안 ‘CEO와의 대화를 매일 진행했다. “CEO와 직원간 대화를 지켜보면서 최고경영자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았습니다. 당장 큰 복지를 베풀지 않아도 내가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그런 정신적·감정적 어프로치만으로도 사내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고 봅니다. 꼭 뭔가를 해줘야만 소통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름 걸고 새 회사 만들다

     

같은 해 12월엔 아름다운 가게와 손잡고 자선 바자 캠페인 아름다운 토요일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토요일은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와 회사의 대표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원들이 직접 만든 사사(社史)도 빠질 수 없는 부분. 안랩 창립 10주년이 되던 해인 2005년에 기획된 사사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태로 엮으면서, 실제 그 일을 겪은 직원들이 주인공이 돼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대부분의 기업이 형식적인 연대순으로 사사를 내놓잖아요. 하지만 임직원이 모두 함께 회사의 역사를 만든다는 점에서 주인공인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복잡해져서 2년 뒤인 2007년에야 세상 빛을 보게 됐어요.(웃음) 결국 창립 10주년이라는 명분 대신, 보안 소프트웨어 V3 탄생 20주년 기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라는 타이틀의 경영에세이로 출간됐습니다. 지금도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이런 비하인드스토리를 누설(?)했다고 어쩌면 혼날 수도 있겠네요.(웃음)”

무엇보다 이런 일련의 시도들이 무리 없이 결실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전 임직원의 협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홍보인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돼서 일을 진행해 나가려면 CEO를 스폰서로, 동료 직원들은 서포터즈로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설득할 수 있는 PR 스킬은 필수죠.”

홍보 인생 최정점에 관한 기록, ‘안철수 He, Story’

박 대표는 최근 안철수 홍보맨으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가 쓴 책인 안철수 He, Story(히스토리)’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부터다. 지난 5월 말 출간된 이 책은 박 대표가 안랩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일하면서 바로 곁에서 지켜봐 온 안철수의 리얼 모습을 담았다.

안철수 사장(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기에 책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박근우란 이름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는 듯합니다. 간혹 이런 타이밍을 노린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단언컨대 사회적 흐름에 편승해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안철수 스토리는 언제고 조직을 떠나 자유인이 됐을 때 실제 제가 경험한 인간 안철수를 담아내고 싶다는 오래된 플랜이었습니다.”

안철수 히스토리는 안 원장 편에선 자신에 관한 에세이지만, 저자인 박 대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의 홍보 인생 최정점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들 정도로 존경할 만한 CEO를 만나게 된 것도 행운이지만, 그런 인물을 자신의 펜으로 알린다는 점에선 스스로 자랑스럽고 뿌듯한 맘이 크다. “집필에 앞서 안 원장께 먼저 허락을 구했는데요, ‘긴 글을 쓴다는 게 꽤 어려운 작업인데요라는 말로 담담히 응원해주셨습니다.”

박 대표가 별다른 무리 없이(?)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 3년간의 개인 블로그활동도 크게 한몫했다. 그는 20091월부터 탐진강이라는 필명으로 탐진강의 함께 사는 세상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올 하반기 즈음엔 비즈니스 연장선상에서 CEO 브랜드 관련 책을 쓸 계획입니다. 정부기관장이나 병원장 등 유명하진 않지만 본이 되는 CEO 모범 사례를 발굴해 보석 같은 이야기들로 대중 앞에 다시 서고 싶습니다. 한껏 기대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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