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언론의 아지트 된 포털
사이비 언론의 아지트 된 포털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08.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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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3社 자구책 마련 부심…입장차는 여전

지난 6월 메이저 언론사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일제히 인터넷 사이비언론 문제를 지적하며 사이비언론의 숙주로 포털을 지목했다. 뉴스캐스트를 운영하는 포털이 사이비언론을 양산하고 이들의 행태를 방치하지 않았냐는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 거대 언론사들은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는지 ‘뉴스제휴 중단’이라는 초강수까지 두기도 했다.

[The PR=이동익 기자] 주요 포털의 일일 방문자수는 대한민국 인구 전체의 절반을 넘는 약 3300만 명에 이르며 특히 1500만 명 이상이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 매일 뉴스를 접한다. 지난 2009년 1월 오픈된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불과 3년 6개월 만에 한 나라의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 네이버에 뉴스캐스트하는 언론사 화면.(편의를 위해 일부만 캡처했습니다)

사이비 언론의 최대 무기, ‘포털제휴’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언론사는 3년 전과 비교해 2.5배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처럼 인터넷 언론사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일부 매체는 포털제휴를 무기로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겠다며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기업의 부도덕하고 위법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지만 그 의무나 책임이 의도적으로 악용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일부 사이비 언론은 포털에 기생하며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포털에 전송, 여러 언론사가 협력해 관련 기사를 노출하는 방법 등으로 여론을 형성해 기업이나 기업인에게 금품이나 광고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영향력이 거의 없는 군소 매체들이 이 같은 횡포를 자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포털의 힘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털과 제휴되기만 하면 기사가 전달되는 범위와 영향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일부 매체에서 포털 제휴를 등에 업고 막무가내로 광고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뉴스콘텐츠를 유통하는 포털이 사이비 언론에게 기업을 협박하는 칼자루를 쥐어준 셈이다.

포털 측, “‘나쁜 언론’ 솎아내고 있다”

매체로서 자격 없는 사이비언론들이 포털을 통해 힘을 얻고 영향력을 키운다는 지적에 대해 네이버 홍보팀 관계자는 “좋은 뉴스를 제공해야하는 뉴스 유통 서비스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신청 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제휴계약을 체결했으나 현재는 제휴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이버는 언론학자들로 구성된 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언론사에 한해 제휴를 맺고 있다. 특히, 제휴 언론사가 심의를 통과하더라도 6개월간 기사 생산 및 품질에 대한 검증기간을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하고, 제휴 기간을 1년으로 정해 매년 재평가를 받도록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이 같은 평가를 통해 20개 매체와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며 “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전혀 관계없는 언론학자들로 구성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다음 홍보팀 관계자는 직접적인 응답은 피한 채 이메일 자료를 통해 “2007년부터 24시간 뉴스센터를 운영하며 자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뉴스 검색 제휴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제휴 기준을 강화해, 문제성 기사에 대한 시정요청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가이드를 시행 중이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포털 측의 해명과는 달리, 지난해 5월 광고주협회가 지정한 소위 ‘나쁜 언론’들은 한해가 지난 지금도 네이버, 다음 등 주요포털과 뉴스제휴를 맺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언론들을 꼭 나쁜 언론이라 보지는 않는다”며, “서로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나쁜 언론의 기준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비판 기사로 클릭수 장사하던 풍토 끝?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점유율이 90%를 넘은 지 오래다. 이제 두 포털을 통하지 않고는 일반인들에게 뉴스가 노출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악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자, 포털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네이버는 지난 7월 6일 뉴스캐스트 제휴 언론사(96곳)를 상대로 여론 수렴에 나섰고, 같은 달 12일에는 관련 세미나도 열며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 포털이 여론몰이에 일조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일자 네이트는 메인페이지까지 바꿨다. 네이트 뉴스는 지난 7월 23일부터 메인페이지 뉴스박스에 활용하던 굵은 글씨체를 폐지하고 동일한 글씨체를 사용중이다. 사진은 글씨체가 바뀌기 전(위쪽)과 후.

네이트는 메인페이지까지 바꿨다. 네이트 뉴스는 지난 7월 23일부터 메인페이지 뉴스박스에 활용하던 굵은 글씨체를 전면 폐지했다. 굵은 글씨체는 해당 포털 뉴스편집자가 중요한 기사에 적용해 가독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는 방식을 사용 중인 ‘네이버’를 제외한 포털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포털이 임의로 클릭수나 노출빈도가 높은 굵은 글씨체 기사를 배치하자, 사회적인 편견을 조장하거나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실제로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룬 기사들을 포털의 시각에 따라 메인페이지에 배치돼 포털이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네이트 뉴스 관계자는 굵은 글씨체 폐지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어 포털의 사회적 책임도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모든 이슈를 평등하게 다뤄 공정성을 기하고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 권한을 이용자에게 드리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포털 때려봐야 답 없다

기존 거대언론들이 포털의 책임을 강조하며 뉴스 시스템 강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을 보인다. 지난 7월 12일 한국언론정보학회와 NHN이 공동으로 주최한 ‘뉴스캐스트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는 이 같은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나선 이동훈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는 “포털플랫폼을 통해서만 뉴스가 소비되는 폐쇄적인 구조가 근본 문제”라며 “포털의 뉴스캐스트는 더 이상 포털만의 콘텐츠가 아닌 공적인 콘텐츠이기에 공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뉴스 생태계로 접근해 자발적인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동훈 교수는 현재의 포털 플랫폼이 뉴스품질이 아닌 눈에 잘 띄고 선정적인 뉴스들이 트래픽을 높이는 문제점은 갖고 있지만 현재의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시스템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털을 통해 뉴스가 공급되면 일반 독자들이 여러 매체를 평준화해 판단할 수 있어 독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된다”며, “포털이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소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다양한 언론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비 언론이라고 칭하는 소위 ‘나쁜 언론’에 대한 표현자체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뉴스를 생산하는 거대언론이나 유통하는 포털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언론에 대해 나쁜 언론, 좋은 언론을 나누는 인위적인 조정은 안 된다”며 “뉴스를 소비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맡겨 자생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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