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왜 8시 뉴스를 택했나
MBC는 왜 8시 뉴스를 택했나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10.18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시청률 바닥 친 뉴스데스크, 회복할 수 있을까?

[The PR=이동익 기자] MBC 간판 뉴스프로그램 '뉴스데스크'가 40년 만에 방송시간을 오후 8시로 옮긴다. 김재철 사장의 특별 지시로 다음달 5일부터 현재 주말만 8시에 방송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를 아예 8시 방송으로 옮길 계획이라는 것이다.

▲ mbc 뉴스데스크가 40년만에 기존 9시에서 8시로 방송 시간대가 변경된다.

김재철 사장은 15일 오전 열린 임원회의에서 “오후 9시에 방송해온 평일 뉴스데스크를 다음달 5일부터 오후 8시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이번 김 사장의 특별 지시는 MBC 구성원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뒤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측은 '뉴스데스크' 방송 시간대 변경 이유를 ‘뉴스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파업이 끝나면 뉴스 시청률이 다시 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청률이 별로 오르지 않아 위기감이 높다”면서 “이럴 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뉴스 시청률이 오르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40년만의 간판 뉴스 시간대 변경, 노조 반발

평일 ‘뉴스데스크’ 편성 시간 변경은 1970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42년 만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40년 동안 9시에 방송됐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뉴스데스크’보다는 ‘MBC 9시 뉴스’라고 일반화해 지칭했다. 뉴스데스크는 창사 이래 40년 동안 시청자에게 어필한 경험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KBS ‘뉴스9’와 맞물려 가장 중요한 뉴스라는 인지도가 심어졌다.

이와 같은 ‘인지도’는 40년 동안 지속돼 돈으로 계산하기 힘든 가치다. 아무리 많은 홍보와 시간을 들여도 40년의 역사와 분위기 속에 형성된 간판 뉴스 이미지는 쉽게 만들기 어렵다.

MBC 노조는 16일 발행한 '비대위특보'를 통해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청자들은 뉴스데스크를 9시뉴스로 부를 정도로 9시에 방송된다는 인식이 강한데 굳이 방송 시간대를 옮기는 것이 필요했다면 면밀한 검토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이 시간대 변경 명분으로 밝힌 ‘경쟁력 강화’에 대해서는 “뉴스데스크를 오후 8시로 옮길 경우 시청률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며 “지금 MBC 뉴스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건 뉴스데스크가 편파적이기 때문”이라는 반론을 폈다.

시청자들이 MBC 뉴스를 보지 않는 진짜 이유는?

실제로 MBC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정성·시청률 등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4일 더플랜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MB 정부 들어 공정성이 가장 저하된 지상파’로 MBC가 꼽혔다.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RDD(Random Digit Dialing)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MB 정부 시기에 뉴스 보도의 공정성이 가장 저하된 방송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다수인 43.9%가 MBC를 꼽은 것이다. KBS(23.3%), SBS(10.8%)가 뒤를 이었다.

MBC는 뉴스 시청률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40대의 지상파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은 3.2%로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9%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4.1%에 비해 1.2%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같은 시청률 하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뉴스가 방영되는 시간대나,  방송 전후 프로그램들의 약세로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40년이나 지켜온 간판 뉴스프로그램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시청률이 하락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 mbc는 지난 11일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 오보에 이어 16일 자막 사고를 내며 물의를 빚었다. mbc 정오뉴스는 16일 중국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 지원사업을 위해 돈을 기부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00만달러를 100달러로 표기했다.
'만나면 좋은 친구' 되고 싶다면 근본적인 본질부터

MBC는 공정성 문제와는 별도로 방송사고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방송 사고는 계속 됐고, 파업을 푼 노조원들이 현재까지도 교육 등을 이유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자 대형 방송사고가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로써 시청자들의 뉴스 신뢰도와 집중도는 추락해버렸다.

MBC가 추락된 뉴스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시간대 변경'이다. MBC가 뉴스를 보지 않는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형식만 바꾼다면 지금보다 더욱더 회복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시간대 변경만이 능사는 아니다.

진정 뉴스데스크의 경쟁력 제고를 원한다면 MBC가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뉴스의 근본인 공정성과 신뢰도에 대한 성찰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시청자들은 MBC를 ‘만나면 좋은 친구’로 맞아들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