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빅3의 리더십과 용인술
대선주자 빅3의 리더십과 용인술
  • 고성국 (bdm65@hanmail.net)
  • 승인 2012.11.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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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가의 생각] 고성국 박사

선거는 리더십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국가경영이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 하더라도 국가경영의 최고담지자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용인술은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을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등용하는가는 그 정치지도자의 정치철학과 품격,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가장 의미있는 자료가 된다. 대선후보들의 리더십과 그 중에서도 특히 용인술을 따로 떼어내 비교검토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대선 빅3.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는 살아온 이력이 다른 만큼이나 리더십 스타일도 다르고 용인술도 다르다. 이들의 리더십과 용인술의 차이가 캠프 색깔을 다르게 만들고 있고 캠프의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우리가 정치 리더십하면 떠올리는 고전적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리더십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함축적인 화법, 한 번 정하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 콘셉트에 맞게 인물을 발굴하고 등용하는 용인술이 그렇다. 여기에다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통해 2인자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독특한 정치 스타일을 구축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약속과 신뢰’를 중심에 둔 단호한 결단과 추진력은 박근혜를 강한 후보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정치활동에도 불구하고 정치 리더로 부상하는데 성공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정치 동지로서 노무현과 함께한 오랜 세월이 문재인 리더십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문재인은 노무현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운명처럼 시작된 지난 3년여의 정치여정의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알리던 때의 절제된 모습에서 시작해 문재인 후보는 온화하면서도 절도 있고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리더십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용광로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의 용인술 또한 민주통합당 내외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만 하다. 용광로가 아직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아 제대로 섞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으나 용광로가 제대로 불타오르면 다양한 이력과 세력관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문재인식 통합리더십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특유의 선비같은 담백함과 인간적 매력이 과연 어떻게 통합적 정치 리더십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 할만하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 리더십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건 이제 한 달이 약간 넘었을 뿐이다. 정치 리더십과 용인술을 평가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존의 정치리더십과 구별되는 안철수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대화형·설득형 화법이다. 출마선언과 같은 몇몇 정치 행사에서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중과 만날 때 안철수 후보의 대화형 화법은 여전히 ‘소통의 안철수’를 상기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성공한 CEO’라는 그의 경력도 정치인 안철수 후보의 리더십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그러나 CEO 대통령 이명박의 실패사례를 들어 안철수 리더십의 근원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안 후보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지는 쉽지 않은 숙제다. 용인술의 문제도 가용 가능한 인재풀의 한계와 널리 인재를 찾아 다닐 수 없는 시간적 환경적 제약 때문에 풀기 쉽지 않다.

더구나 안 후보는 임명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력도 격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시켜내는 접착제의 역할도 해야 한다. 오로지 안 후보만 보고 모인 사람들이므로 용인과 용병과정에서 안철수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보통의 CEO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안철수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언뜻 비효율로 보일 수도 있는 공론과정은 국민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인 대선 캠프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 리더고 가장 큰 정치인이다. 세 후보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런 위상에 걸맞는 정치리더십이다. 캠프운용과 캠페인 과정 전체를 통해 국민은 그들의 리더십과 용인술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평가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리더십을 좀 더 성찰적으로 돌아보길 바란다. 대선후보의 리더십 자체가 어떤 이슈보다 더 중요하고 핵심적인 메시지이자 이슈라는 점을 깊이 명심했으면 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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