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로 간 의사들
‘카페’로 간 의사들
  • 김민정·조민희·박수민 (admin@the-pr.co.kr)
  • 승인 2013.02.21 10: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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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만드는 치과’ 박창진 원장의 따뜻한 소통법

병원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있는 의사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카페’라는 공간의 특징을 이용해 병원 문턱을 낮춘 의사들이다. 헬스케어 3.0의 패러다임은 질병예방과 일상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병원은 ‘안 아파도, 앞으로 안 아프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트렌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건강 유지를 돕기 위해 건강한 소통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의사를 3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더피알=김민정·조민희·박수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치과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와의 소통 기회를 높이고자 병원의 문턱을 낮춘 치과가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박창진 원장은 ‘카페처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치과’를 만들기 위해 2010년 합정역 카페골목으로 치과를 이전했다. “카페들 사이의 치과. 이상한가요?”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아기자기하게 꾸민 마당과 통유리창 너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치과 진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치과 바로 위층에는 박 원장이 운영하는 카페 ‘이누(人友)’도 있다.

▲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진료실은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치과가 사람들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이곳 카페 골목으로 이사했습니다. 카페를 오가며 자주 마주치다 보면 치과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저희 치과도 카페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쉽게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실제 치과 방문을 미루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가 상당하다. ‘아프다’고 느껴서 방문하면 대부분 이미 질환이 많이 진전된 상황이라 치료 기간과 비용이 커지는 것. 박 원장의 목표는 ‘환자들이 꾸준한 정기검진으로 치과 치료 없이 건강히 살아가는 것’이다.

박 원장은 평소 환자들을 ‘치료받으시는 분’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보면 질병예방과 일상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건강수명의 시대’라는 헬스케어 3.0의 패러다임과도 부합한다.

그는 보다 예방치료에 주목하고, 환자들이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구강건강 상태를 살피고 의사와 얘기 나누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 집과 같은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개조했고, 대기실은 거실처럼 꾸몄다. 특유의 ‘치과 냄새’는 최대한 없애, 그보단 대기실 벽난로의 장작 냄새가 더 물씬 풍기는 치과를 만들었다.

‘헬스케어 3.0’ 위한 변신…‘치과냄새’ 대신 ‘장작냄새’ 가득한 병원으로

▲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박창진 원장.
블로그 http://blog.naver.com/braceinfo
박 원장은 “병원과 친해지는 문화가 생기면 무엇보다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건강 관련 궁금증의 답을 병원보다 인터넷에서 찾는 것에 더 익숙해지다 보면 올바르지 않거나, 개인의 건강상태와는 맞지 않는 건강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치아교정은 영구치가 난 후에 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버렸는데, 사실은 7살 전후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치아의사의 검진을 통해 교정필요 여부와 최적의 시기를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 스케일링 간격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치과의사와 직접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말은 박 원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환자가 방문하면 우선 상담실에서 치아상태, 턱뼈상태 등 구강전반을 검사하고 이에 대해 환자와 얘기한다.

치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칫솔질 교육’도 철저히 한다. 평소 칫솔질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어딘지 알려주고, 1주 뒤 다시 방문케 해 칫솔질 습관이 고쳐졌는지 확인한다. 칫솔질 교육만 3주에 걸쳐 할 때도 있다. ‘앞으로도 바른 칫솔질을 하겠구나’ 하고 안심이 될 때까지 계속 환자와 만난다. 또, 스케일링 시기를 계획하고 정기검진의 중요성까지 얘기하다 보면 상담시간만 30~40분을 넘기기 일쑤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되도록 첫 방문 시에는 치료하지 않는다. ‘치료받지 않는 치과약속’을 자주 만드는 것이 치과에 익숙해지게끔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치료’ 이전에 ‘검진’ 위주로 치과를 자주 방문하면 치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기 쉽다.

‘치료받지 않는 치과약속’으로 환자와의 친밀도 ‘UP’

아이들은 대게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온 경우가 보통이므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대기실에서 구강상태만 살피고 다시 오게 하기도 한다. 반대로 치료가 꼭 필요해 보이면 당장 치료를 권한다. 갑자기 어떠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상업적 목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늘 결국 진심은 통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는 의사의 경력, 학력보다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얘기하면 환자들도 알아주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박 원장에게 이제는 “저 스케일링할 때 되지 않았어요?” “이제 검진할 때 됐죠?”하고 먼저 전화하는 환자들도 꽤 된다.

▲ 환자 대기실은 환자뿐만 아니라 박 원장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환자가 치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낮추려면 치료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학은 과학이고, 과학은 논리이므로 의사만 알고 환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환자에게 의사만 믿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몸을 맡기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에 박 원장은 치료에 대해 더 쉽고 자세히 설명할 방법을 모색하다 직접 치료과정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환자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치과에서 흔히 들었던 ‘신경치료’도 3D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보니 긴 설명 없이도 쉽게 이해가 된다. 전문의 입장에서 ‘의학적인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환자 입장에서 ‘거부감이 덜 들도록 표현’하는 것의 합의점을 찾는 데 가장 큰 노력이 들었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 둘 사이를 좁혀가는 것이 항상 관건. 7년의 노력과 거액을 들여 탄생한 이 프로그램 덕분에 요새는 ‘상담실’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환자와 더 편안하게 치료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 태블릿 PC를 꺼내, 동영상을 재생하면 환자들도 호기심을 갖고 집중해서 본다. 다른 치과에서도 쓸 수 있도록 ‘유료 앱’으로도 출시돼 있다.

의사는 ‘소통 개발자’…3D 애니메이션, 앱 등 이색 상담 프로그램 선봬

▲ 박 원장이 개발한 치과 환자상담용프로그램. 이동과 조작이 간편한 태블릿p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었다.
‘미소를 만드는 치과’ 대기실에는 환자뿐 아니라 종종 박 원장도 있다. 대기실 소파에 그대로 앉아 검진과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또 한가지 특별한 것은 방문한 환자들의 글과 그림이 가득한 ‘방명록’. 치료후기나 검진소감, 궁금증 등을 적어두면 박 원장이 직접 답변을 적는 식이다.

“아직까지도 의사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하거나 감정표현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환자분들이 많아 환자와 닿을 수 있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박 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환자와의 소통에도 능통하다.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뿐 아니라 방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카카오톡창도 이용해 환자들과 통한다. 병원 치과위생사들과 함께 직접 제작한 ‘올바른 칫솔질 교육 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려놓았다.

박 원장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은 ‘칫솔질 교육’에 대한 새로운 앱 개발 및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그는 “앞으로도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한 치과의 예방치료에 대해 더 알려나가고 싶다”며 “몇 년간 많은 상담과 치료과정을 거쳐 비로소 환자의 얼굴에 나타난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스스로도 더 여유롭고 조금 더 친근감 있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박창진 원장. 차갑게만 느껴지던 치과에서 카페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카페와 같은 외관이나 인테리어 때문은 아닌 듯하다.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김민정 차장, 조민희 팀장, 박수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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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민 2013-02-25 04:29:47
저 엔자임 닥터 로고가 종로구 로고랑 비슷하군... 이 병원이 합정이면 마포군데. ㅋㅋ -_-;

가보고싶다 2013-02-25 00:29:25
원장님도 훈남 @@

럴쑤 2013-02-21 16:22:03
이쁘시네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