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오보에 멍드는 기업, 피해 대책은 어디에?
언론오보에 멍드는 기업, 피해 대책은 어디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3.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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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대문짝만하게, 정정은 보일듯 말듯…“얼굴 상처내고 밴드 붙여주는 격”

#. 지난 3월 4일자 경향신문 1면. ‘‘MB 사돈 기업’ 효성 비자금 수사’라는 타이틀의 톱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걸렸다. 효성이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를 계열사인 효성ITX 임직원의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경향은 관련 기사를 2개면에 걸쳐 크게 보도했으며, 다음날인 5일자 신문에서도 조현준 효성 사장이 효성ITX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향의 이같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이에 경향은 7일자 지면을 통해 ‘바로 잡습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해당 기업으로 거론된 효성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뒤였다.

▲ 경향신문은 지난 3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효성의 비자금 조성 관련 내용을 크게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왼쪽)은 3월 4일자 경향신문 보도와 7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바로잡습니다’ 내용.

[더피알=강미혜 기자]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한 기업 피해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론사의 기사는 측정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유무형의 피해로 다가온다. 기업이미지는 물론이고 주가 하락 등 직접적인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터넷과 SNS 등이 보편화된 요즘과 같은 시대엔 기사 한 줄이 갖는 파급력과 확장성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삽시간에 퍼져 나가버린 사실이 아닌 기사를 바로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1989년에 있었던 삼양라면의 ‘우지파동’은 언론 오보로 인한 기업 피해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손꼽힌다. 당시 업계 1위였던 삼양라면은 공업용 소뼈로 만든 기름을 라면에 썼다며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이후, 폐업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상황을 맞았다. 이후 7년 9개월이란 긴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장 점유율과 회사의 명예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언론오보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답답한 속마음을 해소하고 명확한 사실을 알릴 공간이 없다는 데에 있다. 대다수 언론이 기사화할 때는 대문짝만하게 싣더라도, 사과나 정정을 할 때는 조그마한 고지 형식을 빌린다. 부정적 기사는 부각될 대로 부각되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내용은 눈에 띄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홍보 임원은 “언론에 나쁜 기사 한 번 나면 기업으로서는 피해가 막대한데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사람으로 치면 얼굴에 상처 내고 무릎에 골절상 입히는 엄청난 폭행을 당했는데 상대는 미안하다며 밴드 하나 붙여주는 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언론중재위나 관련 법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하지만, ‘을’의 입장인 기업이 ‘갑’인 언론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까딱하면 ‘괘씸죄’에 걸려 2차, 3차의 연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설사 피해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당초 언론보도로 인해 생긴 기업 피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 전직 대기업 홍보 임원은 “기업이 언론의 왜곡보도나 오보로 인해 100의 피해를 입어도 그에 대한 실질적 보상은 대개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안되는 정도”라며 “관련 법을 개정해 언론오보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제적인 피해보상을 해주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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