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史 그 이상’을 밝히다
‘社史 그 이상’을 밝히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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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규 사사硏 대표와의 만남

[더피알=이슬기 기자] 기업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사’, 언뜻 들어도 책장 장식용으로나 요긴할 법한 묵직한 형태가 떠오른다. 내용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도무지 독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지루한 책. 이런 사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업계를 선도하는 사사연의 장형규 대표를 만났다.

“일기를 쓸 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일과를 세세히 다 기록하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쓸 것이냐에 대한 방향이 명확해야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갖죠. 회사가 연혁을 더해갈수록 문서더미는 두서없이 쌓이기 십상이죠, 이것들을 정리해 기록으로서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작업이 사사편찬이에요.”

사사연은 우리나라 최초 사사편찬 전문회사로 2001년 11월 설립 이래 <한미은행 20년사> <LG전자 50년사> <삼성토탈 20년사> 등 130여권에 달하는 사사를 편찬했다. 신춘문예에서 소설가로 등단하기도 한 장 대표는 94년부터 사사작가로 활동하면서 사사와 연을 맺은 이후 사사 한길만을 달려왔다.

▲ 사사연 장형규 대표.

회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그때만 해도 사사는 편집회사에서 정해놓은 스타일대로 텍스트만 바꿔 넣는 방식으로, 다 비슷하게 만들어졌어요. 사사작가를 하면서 사사의 중요성을 알고 제대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뜻 맞는 이들이 있어서, 기획자 1명, 사진작가 1명, 작가 2명으로 시작했죠.”

작업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저희의 모든 작업은 ‘한 회사에는 오직 한 권의 사사만이 존재한다(One Company & One Company History)’는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요. 고객사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회사의 성장과정이나 비결을 잡아내는 데까지 기획과 구성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그래야 그 회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거든요. 각 고객사의 요구와 특징에 따라 화보 식으로 갈지, 별권으로 갈지, 강점 위주로 갈지 등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해 세심하게 결정하죠.

또,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한미은행 20년사>의 경우 특색이 잘 잡히지 않았었거든요. 특히 이렇다하게 보여줄 화보가 없어서 난감했죠. 그때 저희가 처음 도입한 게 펜화였어요. 사진이 없으니까 그림 그리는 기법을 도입했는데 반응이 썩 좋았습니다. 이후로는 사사에도 펜화가 꽤 사용되더라고요.”

장 대표는 몇 권의 책을 꺼내 보여줬다. 모두 사사연에서 제작한 사사라는데 딱 보기에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했다. 3권이나 4권으로 분권된 책이 있는가 하면, 고전적인 형태로 묵직한 책도 있고 쉽게 접하는 단행본 서적같이 가벼운 무게감과 판형의 책까지. 겉보기에도 제각각이었다. 설명해주는 면면을 보니 내용이나 형식면에서도 저마다의 특색이 확연했다.

선두기업으로서 타 경쟁업체들과 차별화의 비결이 있다면요?
“저희는 무조건 콘텐츠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작가, 기획자를 프리랜서가 아닌 직원으로 고용했죠. 그건 회사를 시작한 저희들의 경험에서 나온 건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면 작업을 진행하면서 중반쯤 되면 이미 마음이 떠나요. 다음 일을 찾아야 하니까, 에너지가 분산되는 거죠. 결국 불안정한 상태가 일에 대한 애착과 완성도를 적어지게 만든다고 판단했어요. 사진작가도 내부 직원으로 두는데, 이렇게 하면 진행사항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디자인의 경우 초반에는 외주를 선호했어요. 관련 직군 이직률이 높아서. 비교적 작업기간이 긴 사사의 경우, 샘플과 결과물이 다르다보니 곤란한 측면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디자인 파트를 별도의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 회의 중인 사사연 직원들.

사사에도 트렌드가 있는지? 요즘엔 어떤 방식이 선호되나요?
“애초에 사사는 그냥 밋밋하고 큰 책에 시간 순으로 내용을 배열하고 화보를 좀 넣는 방식이었죠. 요즘엔 용도별로 혹은 테마별로 분권하는 형태로 많이 제작합니다. 내용적으로는 다큐식 구성이 트랜드가 됐어요. 한 6~7년 전부터 그랬는데, 그걸 넘어서 책 전체가 소설형태로 가는 방식을 원하는 고객사도 느는 추세죠.

테마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삼성SDI 40년사>의 경우 특이한 구성을 시도했는데, 브라운관의 주도권이 처음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왔거든요. 이걸 포착해서 아예 ‘브라운관사’를 정리하면서 SDI의 역사를 짚었죠.

하드웨어적으로는 CD롬 추가 제작은 물론, 아예 e-북만으로 제작을 원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나아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에버랜드 50년사>의 경우 아예 홈페이지 형식의 사사를 기획중이죠. 처음부터 웹사이트 형태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거예요. 아마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 같아요. 형식은 매체의 변화와 시대에 맞춰가기 마련이니까요.”

▲ 그간 사사연이 작업해온 사사.

사사가 수십 년에 한 번씩 편찬하는 건데, 회사를 운영하면서 위기는 없었는지요?
“수요가 많은 건 아니지만, 기업이 많으니까 꾸준하죠. 보통 사사는 회사에서 결정이 되면 실무자들이 수소문해서 연락하고 제안하는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저희가 그간 만들었던 책이 다시 다른 프로젝트를 부르는 거죠. 우리는 꾸준히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다행히 끊임없이 찾아줘서 큰 위기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평탄할 거라는 보장은 없겠죠. 최근 기업의 역사나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사사의 가치가 재평가되긴 하지만 시장 확대를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용으로 여겨지기도 하니, 경기가 침체될수록 위축되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죠.”

고객사들은 사사를 어떤 목적으로 제작하나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역사의 기록입니다. 정리해두지 않으면 지나간 시간은 다 사라져버리니까요. 그 위에 기능을 얹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엔 직원교육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사례를 많이 넣고 다큐나 소설의 방식을 많이 차용해 오죠. 때로는 아예 직원참여형으로 제작하기도 해서 규모에 따라 전 직원의 얼굴을 다 담는다거나, 이름만이라도 담거나 하죠.

그 외에 특정 목적을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E1 20년사>가 대표적인데, 8년 전에 LG칼텍스에서 E1으로 바뀐 사명을 홍보하려고 제작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CI가 바뀐 시점부터 시작됐어요. 이어 ‘왜?’라는 질문으로부터 앞으로의 전망을 서술하고, 역사는 뒤에 기술했죠.”

사사연의 앞으로 계획은?
“사사연은 10여 년간 오직 좋은 콘텐츠의 사사를 만드는 데 집중해온 전문회사예요. 그간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온라인·오프라인 기업역사관, 영상기록물 제작과 창립기념 이벤트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법에 맞는 사사도 준비 중이에요. 나아가 기업의 사료보관 체제에도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구축,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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