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압도적 1위의 ‘커밍아웃’
보이지 않는 압도적 1위의 ‘커밍아웃’
  • 박재항 (parkjaehang@gmail.com)
  • 승인 2013.06.13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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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더피알=박재항] 뱅뱅사거리에 자리 잡은 회사에 얼마 전까지 다녔다. 4년 전쯤 그 회사에 입사해서야 ‘뱅뱅사거리’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뱅뱅어패럴 본사 건물을 보고, 뱅뱅샵에도 들어가 봤다.

서울교통방송에서 가장 귀에 걸리는 지명중의 하나가 뱅뱅사거리이다.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리포터들이 자주 언급하는 요지이다. 보통 ‘ㅇㅇ동주민센터’ ‘XX시장’ ‘△△대학’ 등에 ‘사거리’ ‘입구’와 같은 지형 요소가 결합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브랜드 요소를 뱅뱅사거리는 가지고 있다.
 

 

▲ 뱅뱅 광고 영상 스틸컷.

 

사람들은 뱅뱅사거리가 어디 있는지 잘 몰라도, 이름을 들으면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서울 시내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브랜드인지도 조사하듯이 해보면 “‘뱅뱅사거리’라는 지명을 들어본 적이 있다”란 설문에는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해 보조인지도는 100%에 가까울 것이다. 생각나는 서울 시내 ‘~사거리’를 얘기해 달라 해도, 곧 비보조인지도를 조사해도 10위 안에는 충분히 언급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으로 가면 큰 기업들이 단지를 만들며 길을 닦고, 아파트단지와 협력업체들이 주변에 들어서며 소도시를 형성한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회사 이름이 공식지명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 기업명을 바로 도로나 다리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것을 특혜로 내세우며 기업체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수원의 ‘삼성로’, 광주의 ‘기아로’, 구미의 ‘LG대교’와 ‘LG로’, 창원의 ‘두산·볼보로’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가 위치한 울산의 해안도로는 창업자의 아호를 따서 ‘아산로’라 명명됐다. 보다시피 대부분 굴지의 대기업들의 물리적 존재감이 우뚝한 곳들이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나 사회적 역할 과시나 투자 유치 활성화 등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붙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뱅뱅사거리는 알지만, ‘뱅뱅’은 모른다?

뱅뱅사거리란 지명을 들어봤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큼이나, 뱅뱅사거리에 와서도 뱅뱅 건물을 찾으려면 애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한남대교에서 말죽거리인 양재까지 잇는 강남대로가 뚫리면서, 가장 먼저 들어섰던 4층짜리 뱅뱅본사 건물은 그 지역에서 우뚝한 건물이었단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뱅뱅사거리라고 부르고, 그게 굳어져 결국 공식지명이 됐다.

그러나 이후 주변에, 특히 강남대로변에 대형 빌딩이 들어서면서 뱅뱅본사는 그 건물들의 그림자에 묻혀버린 것 같았다. 수없이 그 길을 오갔지만 뱅뱅사거리라는 표지판만 보고, 정작 뱅뱅본사와 샵은 보지도 못하고, 신경도 쓰지 못한 필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뱅뱅’이란 존재는 그랬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 직후에 ‘뱅뱅이론’이란 게 나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딴지일보>의 블로거인 필명 ‘춘심애비’가 작성한 글에서 설파한 이론이다. 요약하자면 ‘주위에 뱅뱅청바지를 입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뱅뱅은 청바지에서 압도적인 1위이다. 우리가 리바이스를 입고 우쭐대면서 보지 못하는 뱅뱅청바지를 입은 사람들과 같은 집단이 있다. 무서운 것은 뱅뱅을 입는 그들은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딴지일보에 실린 뱅뱅이론에 관한 글을 보기 전에는, 뱅뱅사거리에 근무하고, 거의 매일 뱅뱅본사 건물을 보고, 가끔 뱅뱅샵에 가본 나조차도 뱅뱅청바지가 압도적인 1위라는 것을 몰랐다. 본사인 뱅뱅어패럴이 2012년 2300억원 가까운 매출로 유니클로를 제외하면 캐주얼의류 업체 중 1위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제가 된 뱅뱅이론은 올해 봄여름(S/S) 뱅뱅 광고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기나 긴 시간동안 입증된 진리는 쉽게 부정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뱅뱅이 조용히 세상의 앞자리를 지켜왔던 것처럼.”

3년째 뱅뱅의 모델을 하고 있다는 연주하는 아이돌그룹 씨엔블루(CNBLUE)의 보컬 목소리로 차분한 내레이션이 나온다. 1970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오리지널 데님 청바지를 내놓고, 1980년대 초 당대의 최고 청춘스타인 전영록을 비롯한 스타급 모델들을 내세우며 청바지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청바지 한 벌을 4000원에 팔던 시절에 한 해 광고비로 9억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지금으로 환산하면 최소한 100억원 정도에 해당하는 큰 액수이다.

그런 전성기 이후 외국산 청바지의 브랜드 명성에 밀려서 브랜드나 회사의 존재까지 잊혀지는 듯 했지만, 매출 부문에서는 계속 앞자리를 지켜왔던 그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야

한국 청바지의 효시, 캐주얼 의류의 개척자, 압도적인 매출 1위의 브랜드로서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의 슬로건처럼 ‘리얼뱅뱅(Real Bang Bang)’, 진짜 뱅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진짜 뱅뱅은 무엇일까? 뱅뱅이 있다고 외치는 데서 끝나고,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CF를 보면서 2009년 리바이스가 전세계 24개국에 집행했던 소위 ‘Legacy(유산)’ 캠페인이 생각났다.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1위의 도발적인 몸부림이었다. 영국에서는 마침 당시 일어났던 젊은이들의 폭동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어서 논란이 일었다. 어쨌든 사회성까지 일정부분 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로서 뱅뱅은 그런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을 충분한 그릇이 된다. 그것이 바로 아무도 쫓아할 수 없는 뱅뱅의 차별점이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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