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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던 시절, ‘신문고 이야기’
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던 시절, ‘신문고 이야기’
  • 신인섭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3.06.25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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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히스토리] 하의상달의 통로로 역할

[더피알=신인섭] 이씨 조선조 3대 임금인 태종 2년(1402)에 대궐 안에 신문고가 생겼다. 이름 그대로 북이었고, 뜻은 아룀(申)을 듣는(聞) 북(鼓)이다. 백성의 억울함을 듣고 정부관리가 잘못한 일을 고치는, 말하자면 하의상달(下意上達)의 통로였으며 수단이었다. 그러니 요새 말로 하자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Two-way Communication)의 상징이요, 도구였다고 할 수 있다.

▲ 이미지출처=국민권익위원회 공식블로그(http://blog.daum.net/loveacrc/510)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이렇게 좋은 취지로 만든 신문고에도 음양(陰陽)이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 위치였다. 신문고는 한양, 즉 서울에 있었으므로 예컨대 경상도나 평안도 사람들은 아무리 이 북을 두드려 호소하고 싶어도 무리였다. 아니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애는 북을 두드리고 나면 글을 올려야 하는데 한문을 모르면 허사이기가 일쑤였다는 점이다. 물론 이두문으로 할 수도 있었으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신문고 밖에도 민원을 호소하는 길은 있었으나 임금에게 직접 호소할 길은 신문고뿐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이런 제약과는 달리 북을 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야단이 났다. 실제 세종 14년, 1432년에는 북을 쳐서 호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관리의 잘못을 가려내 백성의 억울함을 해결하던 사헌부(司憲府)에 문서가 빼곡히 쌓여 처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더한 일도 있었다. 불평이 생기면 관리에게 “내가 신문고를 치겠다”고 협박을 한다거나 웃어른과 말다툼이 생겨도 신문고를 치겠다 하는 젊은이가 나타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더욱 심한 일은 남을 사주해서 무고하는 따위의 못된 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종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누구나에게 북치는 것을 허용토록 명령했다. 세종의 ‘대왕’으로서의 한 면모를 반영하는 처사랄까. 훈민정음 서두에 나오는 말, 우리나라 말이 중국 한문과 달라 글 모르는 백성을 위해 쉬운 글을 만든다는 뜻과도 서로 통하는 조치였다.

▲ 과거엔 오프라인상에서의 실제 북을 쳐서 백성의 억울함을 들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국민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메인화면.

PR이란 말이 있기 훨씬 전 이뤄진 ‘국민PR’

신문고는 뒤에 연산군(재위 1494-1506) 때에 폐지됐다가 영조(재위 1724-1776) 47년인 1771년에 다시 복원됐다. 지금은 청와대 신문고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는 지난 2011년 3월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 대고각에 있는 ‘큰 북’ 즉 신문고가 울렸는데, 이는 이날 오후 자신의 딸 죽음과 관련해 타살 의혹을 제기한 한 여성이 친 북소리였다는 기사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에 치던 신문고를 연상케 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불합리한 행정 제도 개선, 부패 방지, 국민의 권리 보호 및 구제 등을 위해 국민 고충처리위원회, 국가 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점심판위원회를 통합해 2008년에 설치한 기구가 ‘대한민국 국민권익위원회’이다. 1402년 태종이 만든 신문고로부터 꼭 606년 뒤이다.

PR의 권위자인 그루닉(James E. Grunig) 미 메릴랜드대 교수의 정연한 네 가지 커뮤니케이션 모델 이론만은 못하지만 600여넌 전에 신문고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현대 PR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는 좀 더 연구해서 대학에서 PR을 가르칠 때 다만 몇 마디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신인섭 교수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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