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월드’는 없다
‘임성한 월드’는 없다
  • 김현성 (admin@the-pr.co.kr)
  • 승인 2013.11.15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성의 문화돌직구]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분노ⓛ

유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연장을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되는가 하면, 나아가 해당 드라마 작가 퇴출운동까지 일어났다.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 어디에선가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신세계다.

▲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는 온라인상에서 연장 반대 투표와 함께 임성한 작가 퇴출운동까지 촉발시켰다. 사진출처=m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간단한 일이 아니다. 대중은 드라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지 않으면 된다. 사람들이 안보면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 방송사의 수입이 줄어들어 드라마 작가 위상에도 큰 타격이 가해진다.

작가 몸값은 떨어질 것이고, 방송사는 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계약하는데 좀 더 고심하게 될 것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것을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소극적 반대라고 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대중의 적극적 반대이다. 굳이 보지 않으면 그만임에도 인터넷상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동참을 호소하고, 작가의 퇴출을 요구한다. 할 일도 많고 관심 둘 것도 많은 요즘 사람들이 이 정도로 나선다면 그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불만은 MBC 측과 임성한 작가가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연장방송을 논의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폭발했다. 연장으로 받게 될 대본료가 50억원에 이른다는 말이 기름을 부었다.

물론 대중이 드라마 작가가 돈을 너무 많이 번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다.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는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행태, 그러한 태도에 담겨 있는 근본적 의미를 알기에 이토록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안보면 그만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일일드라마 특성상 완전히 보지 않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식당이나 주점의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 드라마에 재미를 붙인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방송이든 소식이든 듣고 보게 된다.

또한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시대에, 알고 싶지 않아도 관련된 뉴스를 접하게 될 때도 많다. 영향력 있는 문화상품, 특히나 매일 저녁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방송이라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삶을 돕기도 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삶이 불편해진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대체로 악플로 대처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런 수준을 넘어선 강한 ‘디스’인 셈이다.

▲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원글 베스트 6개 중 3개가 <오로라공주> 관련된 것이다. 사진은 아고라 메인화면 캡처.

<오로라공주>는 수많은 논란거리와 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대부분 부정적인 뉴스들이다. 드라마 전개의 개연성과 상관없이 출연배우가 갑자기 이민을 떠나거나 죽어버리고, 난데없이 귀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유체이탈을 끝으로 중도하차 하기도 한다.

좋은 말이 나올 리 없다. 사람들은 <오로라공주>를 서바이벌 드라마라고 비아냥거린다.

드라마에서 작가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배우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 작가의 권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이유 없이 하차하게 된 배우들은 수십 년 동안 대중과 함께 해온 베테랑 연기자들이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이들이다. 그런 연기자들이 귀신 연기, 유체이탈(영혼이 담긴 연기가 아닌 말 그대로 영혼 연기), 갑자기 벙어리가 되는 등 꼭두각시 마냥 연기하는 모습은 시청자로서 바라보기 괴롭다.

작가의 전작인 <신기생뎐>에서 중견배우 임혁씨의 눈이 초록색으로 빛났을 때 우리는 알아차렸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의 경력이 거기서 끝났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의 마마님은 무사 귀환했다. 이번 드라마의 시청률 또한 나쁘지 않다. 매회 평균 15%를 웃도는 수준이다. 광고는 완판됐다.

돈 벌어주는 작가를 미워할 방송국은 없다. 글 잘 쓰고 돈 못 벌어다 주는 작가보다 천 배는 귀하다. 기자들이 연일 비판적인 글을 쏟아내고, 시청자의 항의가 빗발치지만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질끈 눈 감으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데, 잠깐 끓어오르다 말 여론에 휘둘릴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게다가 15%의 시청률은 뭔가? 싫어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지금의 현상은 좀 배웠다 하는 이들의, 드라마를 너무 고상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볼멘소리일 뿐인가? 과연 그런 걸까?                                         

<다음에 계속>

 

김현성

가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