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한 우리의 연애이야기
용기가 필요한 우리의 연애이야기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2.13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공감] 연극 <연애시대>

 

▲ 연극 <연애시대>의 한 장면.
[더피알=이슬기 기자] 한때 부부였고 사산의 아픔으로 이혼을 하게 된 리이치로와 하루,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는 이들의 감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몇 가지 오해에 가려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들의 연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로를 위해 손을 내밀고 있었지만 내민 그 손으로 서로를 밀어내고 있던 두 사람의 미묘하고 감칠맛 나는 감정들이 관객의 감성을 간질인다.

연극 <연애시대>는 이혼 후 시작된 이상한 연애이야기다. 이미 노자와 히사시 원작 동명의 일본소설과 감우성,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로 많은 팬층을 지닌 작품이 이번에는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주인공들의 독백이 깊은 여운을 남긴 드라마가 가을 커피향 같았다면 연극은 연말 거리를 수놓은 아기자기한 조명의 느낌을 닮았다. 배우들의 쫀득쫀득한 대사와 빠른 장면 전환이 생활에 가까운 연애의 맛을 제대로 낸다.

‘도망치는 남자와 싸우는 여자’의 이야기는 연애로 골치가 아픈 이들의 흔한 고민일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사연을 지닌 두 주인공의 ‘연애’에 집중한 작품은 <연애시대>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게끔 보통의 연인들의 마음을 아우른다. 이야기의 디테일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절절한 사랑과 회한은 관객들의 마음을 충동질한다. 때로는 과한 배려가 서로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지금 용기를 내라고.

▲ 연극 <연애시대>의 한 장면.

보는 이를 가슴 졸이게 하지만 그들의 연애는 해피엔딩에 가깝다. 결국 에둘러가야 소중함을 알 수 있다는 핑계는 그들의 이야기. 애틋함이 있다면, 하루가 용기를 내게 된 한마디 ‘네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는 심플한 명제를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연말 누구와도 즐기기 좋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주연 배우들과 주변 캐릭터들의 감초 연기가 연극만의 맛을 더하고 중간 중간 터지는 유머가 감정의 과잉을 막는다. 최근 공연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 김수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으로 대학로의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태형, 작가 김효진이 함께 했다. 리이치로 역에 배우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이 하루 역에 배우 황인영, 심은진, 손지윤이 나섰다. 12월 2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전석 4만원.

 

 INTERVIEW  김태형 연출

“괜찮습니다. 연애하세요.”

연출자로서 연극<연애시대>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는지?
<연애시대>는 남녀간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연에 대한 이야기다. 결혼과 사산이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혼자 짊어지고 있던 상처와 배려를 결국 정리됐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순간에 드러내면서 큰 용기를 가지고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미련하고 아련한 이야기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많은 부분 공감대를 이루면서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초연에 비해 보강된 부분은?
주인공들이 각각 새로운 애인과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놓아주고 각각 다른 상대를 받아들여가는 장면의 긴 이야기를 한 장면으로 압축했다. 이 장면은 마치 레슬링 경기나 격투기처럼 보이는데,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에게 애써 상처내려 하는 묘한 감정을 표현했다. 또 레슬링 장면과 그 후에 이어지는 레슬러의 고백이 거칠고 터프한 캐릭터가 여린 감성을 드러내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에 불을 지펴주는 역할을 하는데, 레슬러의 레슬링 장면을 더 거칠고 터프하게 만들었다.
또 극장이 바뀌면서 무대공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는데, 빙글빙글 도는 페리악토이를 활용해서 빠른 무대 전환과 빙빙 도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연극적 방식으로 시공을 초월해 인물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방식을 만들어 보강했다.

연극 <연애시대>는 연애의 어떤 면을 조명하고 있다고 보는가?
최근 ‘이런 시국에 연애라니’ 소동이 있었다.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연애는 그저 사랑놀음이 아니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인에게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을 드러내고 온전히 새로운 하나로 재탄생하며 자신을 세상으로 확장하는 경험이다. 제대로 된 연애라면 시국이 어떠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어른이 되어버렸고, 꿈도 없고 삶은 팍팍해도 삶에 가장 큰 변화, 가장 큰 위로, 가장 큰 꿈이 될 수 있는 것이 연애, 사랑이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빙빙 맴도는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일지라도 솔직하게 용기를 가지고 자기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작품은 그를 사랑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연애를 하고 있다면 용기 내어 한발 다가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작소설이나 드라마의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연극만의 강점을 어필한다면?
시공간을 뛰어넘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었다. 하루가 리이치로의 결혼식에서 그와 그녀 사이 오랜 앙금이었던 일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를 아직도 몹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어쩔 수 없이 축가를 부르는 장면과 리이치로가 죽은 아이의 영안실에서 죽은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장면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안타까움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루와 리이치로 두 주인공이 각각 서로의 파트너와 결혼을 마음먹는 장면을 겹치게 배치해 서로가 따로 또 같이 작별하며 손을 건넬 수 있도록 했다. 소설이나 드라마와 달리 눈앞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런 장면들은 무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본다.

작품을 보러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솔직하게 말을 건네지 못해 어색한 연인들, 앞으로 진실한 사랑을 이어갈 연인들, ‘자니?’ ‘나야’ 같은 문자를 새벽에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고 싶은 솔로들 누구든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연애하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