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인과 언론인 ’미워도 다시 한번?’
PR인과 언론인 ’미워도 다시 한번?’
  • 안홍진 (bushishi3@naver.com)
  • 승인 2022.05.17 13: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홍진의 PR人 ‘행복’ 라운지]
충성하는 PR이 아니라 충언하는 PR이 절실
위기 때 빛을 발하는 게 PR인

▷먼저 읽으면 도움 되는 기사:“PR인에게 PR (personal relax)이 필요합니다”(上)

[더피알=안홍진]언론인들은 개성이 독특하고 성격 파악도 오래 걸리죠. 인간적 향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다섯 번 정도 술도 마시고 대화를 나눠봐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기자들은 저널리스트 직분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권력에도 맞서며 굽히지 않는 걸 보아왔어요. 언론을 ‘제4의 권부’라고 보는 것도 공감이 갑니다.

일종의 권력기관인 언론 관련 분야에서 일하며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심리학과 인간관계학을 깊이 탐구해야 합니다. 필자도 35년 넘게 그들과 격론을 벌이면서 때론 공감을 표시하며 앞을 보기 어려운 밀림지대를 헤치고 동고동락해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필자 스스로 순치되고 좀 더 겸손해지고 기자를 이해하게 되는 수행의 길을 걸어온 것이죠. 그게 인격수양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언론인을 싸잡아 ‘기레기’라고 공격하는 고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걸 보면 저도 ‘세미 언론인’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하하하.

 

기사의 뉴스 가치가 크지 않아 한두 언론에 작게 보도되면 낭패를 맛보기도 합니다. 열과 성을 다해 보도자료를 만들었는데 전혀 다르게 보도되거나, PR팀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 매체에 부정적 기사가 나오면 매우 실망하면서 담당 PR인은 번아웃(Burn out)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를 예상해볼 수 있어요. 소속 회사 CEO가 페이스북에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개인 의견을 올립니다. 그 한마디 올린 것이 곧 기사화되고 큰 파장을 일으켜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경우 말입니다. 또는 회사 내 재무팀 간부가 후배 기자를 만나 식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흘린 경영 정보가 기사로 보도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경우 다른 매체엔 “추측 내용이다, 부정확하다”고 일단 부인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이어서 CEO에게 보고하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겠죠.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PR부서의 주요 업무일 겁니다. 홍보자료가 방송과 인터넷, 신문, 케이블, 월간지, 주간지에 보도되면 1단×1센티미터를 방송 시 광고단가로 환산하며 가치를 계산하고 브랜드 제고 가치에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가장 보람 있는 일이죠. 개인과 팀의 공적 성과입니다. 50여 개 매체에 350억 광고 효과가 났다고 하면 실제 브랜드 가치 효과는 그보다 3~3.5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통계 데이터입니다. 광고보다는 미디어에 실제로 공식 보도되는 경우 신뢰성이 붙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그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과학적 분석이 있습니다.

경영진 지시로 기획 보도자료를 냈는데 언론에 왜곡된 해석이나 오해 없이 게재된다면 큰 성취감을 얻게 되겠죠. 그러면 본전입니다. 혁신기술을 도입한 신제품 자료를 담당 언론인에게 보냈는데, 일부 매체에서 비틀어 쓰거나 왜곡하거나 매우 부정적으로 쓰면 낭패겠지요. 기자가 쓴 부분을 피드백하고 기술부서에 요청해 자료를 추가로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인터넷이나 가판 내용을 보완하는 역할도 해야 하죠.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남양유업이 ‘코로나에 효험 있는 불가리스’라고 했다가 언론과 투자자들에게 비난을 받아 경영상 대혼란에 빠진 사건이 있었죠. 이럴 때 보통은 법무, 감사, 인사, 구매, 홍보 등이 합동 TF팀을 꾸려서 언론대응을 합니다. 당시 우유가 안 팔려 낙농업자들도 피해를 보았지요. 이처럼 제품 하자나 허위 과장 광고는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킵니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혁신적인 사건이 있어서 PR해야 할 때 언론이 진의를 왜곡해 보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문가를 동원해서 회사와 다른 시각으로 보도하면 매우 난처한데, 이럴 때 우호적인 매체엔 진솔한 설명과 분석 자료를 보내 반박기사를 내게 하는 것도 기본입니다. 메이저 언론이 왜곡하면 인터넷 매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일부 기사 톤만 바꾸어 벌떼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많죠. 오너 사진을 붙여서 한술 더 뜨는 경우는 정말 난처해집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응을 안 할 수도 있어요.

 

PR인의 라이프 사이클은?

홍보인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생각해봤어요. 신입기(도입기)에는 기본 업무를 배우면서 마케팅 광고, PR 원리, 미디어 개념을 배우는 시기죠. 경쟁사 PR 전략을 비교해가며 전술을 구사하는 테크닉의 시기는 성장기이고, 경쟁사 전략에 대응하고 본래의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성숙기, 그리고 임원으로 정년이 되어가면서 회사의 대형 사건을 처리하기도 해요. 큰 공헌을 세우면 퇴임 시기가 연장되기도 하고, 대외협력 부서 등으로 전배되기도 합니다. 임기 중 실책을 범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연수, 퇴임의 수순을 밟지요. 이른바 퇴임기입니다. 재무나 인사부서는 자회사 같은 곳으로 가기도 하는데 홍보임원의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게 운명이겠지요. 어느 미디어 비평인은 홍보인의 마지막 라이프 사이클에 빗대어 “기업의 하수처리장에서 악취 나는 역할만 하다가 버려지는 직책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 몸 구조의 생태계처럼 머리(꼭대기)에서 일하는 조직과 배설을 맡은 기관이 함께 어우러져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갈 때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PR인은 멀티미디어, 하이퍼 미디어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그들 미디어에서는 회사에 대해 끊임없이 평판(Reputation)을 쏟아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평판을 먹고사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입니다. 회사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요원들에 대해서는 CEO가 성적을 매깁니다. 또 인사팀 나름대로 PR팀 개인별 평판을 기록합니다. 출입기자단에서도 PR인에 대해 인간적·업무적 성적표를 매깁니다.(여기서 PR인이라 함은 언론 미디어 제품 홍보자료를 만들고 아이디어와 이슈를 개발해서 대내외 미디어를 통해 회사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커뮤니케이션,홍보팀 요원 등을 말하기로 해요.)

PR인은 회사 대내외, 정부기관과 소비자, 시민단체 등과 실시간으로 소통을 책임지고 대응하면서 리스크가 큰 업무를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홍보팀의 위상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부서, 다른 사람이 매기는 성적표를 들고 일희일비해야 합니다.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요.

조직에 충성하는 PR이 아니라 충언하는 PR이 절실합니다. 위기 때 빛을 발하는 게 PR인이죠.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힘이 되어 주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하는 PR인에게 지금 활짝 핀 장미가 더 아름다워보이겠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2022-05-18 17:45:38
오~!! 기사 내용 정말 괜찮았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와닫는 말들. 깊숙한 곳에 감정선을 건드리는 말들. 기사 잘쓰셨네요. 홍보의 실무라고는 1도 모르고 오로지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PPT기획서 작성만 시키는 대학교에 교수들 보다 이런식에 글들이 오히려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진실로 피가 되고 살이될 자양분 같은 콘텐츠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