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 매거진

‘관심 경제 시대’의 연예인 2세들에 주어진 왕관의 무게

[브리핑G] 날 때부터 셀럽 인플루언서, 네포 베이비들

팔로워 기본이 수백만…인스타 게시물 하나 올리고 10만 달러 수입
부모·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명성과 인지도 덕에 쉽게 얻은 성공?
혹독한 감시·압박 속에서 특권과 진정성의 균형 맞춰야 유지 가능

  • 기사입력 2024.04.26 08:00
  • 최종수정 2024.04.26 09:28
  • 기자명 박주범, 김병주 기자

더피알=박주범 기자 | 연예인 등 유명인의 가족으로 먼저 이름을 알리고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오늘날 소셜 미디어 피드 전체에 등장하는 연예인 2세들의 성공은 눈부시다. 서구권에서는 이들을 ‘네포 베이비(nepo baby)’라고 부른다.

‘네포티즘(nepotism) 베이비’라는 용어의 대중화는 2010년 이후지만 nepo(nephew 조카)와 favoritism(편애)가 합쳐진 단어 ‘nepotism’(족벌주의, 친족중용주의)이 만들어진 것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교황들이 자신의 사생아를 ‘조카(nepos)’라 부르며 요직에 앉힌 데서 유래된 말로, 권력부패와 정실 인사를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돼왔다.

뉴욕 매거진은 2022년 12월 19일-2023년 1월 1일자 커버를 통해 할리우드의 네포 베이비 문화와 대중의 관심을 다뤘다. 사진=New York Magazine 제공.
"그녀는 엄마의 눈과 대행사를 물려받았다" 뉴욕 매거진은 2022년 12월 19일-2023년 1월 1일자 커버를 통해 할리우드의 네포 베이비 문화와 대중의 관심을 다뤘다. 사진=New York Magazine 표지

모든 것이 양극화 되는 시대에 부모가 얻었던 관심을 그대로 물려받는 ‘네포 인플루언서’들의 성공은 보장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명인의 가족 구성원이란 이유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백만 명의 붙박이(built-in) 팔로워를 개인 브랜드 구축의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수익 잠재력을 향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드는 글로벌 주간 뉴스 매거진 뉴스위크는 4월 22일자 온라인 기사에서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의 최고 자산인 명성(fame)을 갖고 태어난 네포 베이비들이 SNS 스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현실과 그 이면을 살펴봤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가수 라이오넬 리치와 다이앤 알렉산더의 딸인 소피아 리치 그레인지(Sofia Richie Grainge)는 11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덕에 랄프 로렌, 스킨수티컬즈(Skinceuticals), 솔데자네이로(Sol De Janeiro) 등의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배우 스티븐 볼드윈(알렉 볼드윈 동생)의 딸이자 저스틴 비버의 아내인 모델 겸 인플루언서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는 바이럴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능력으로 4월 2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5110만 명, 틱톡에서는 1240만 명이라는 엄청난 팔로워를 구축했다.

유명인 부부 크리스 제너와 케이틀린 제너의 두 딸 켄달·카일리 제너도 빼놓을 수 없다. 켄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9400만 명, 카일리는 4억 명에 달한다. 둘 다 롱샴, 아디다스, 에스테 로더 및 캘빈 클라인과 같은 다양한 브랜드를 수년 간 홍보해 왔다.

켄달 제너(왼쪽)와 카일리 제너(오른쪽). AP/뉴시스
켄달 제너(왼쪽)와 카일리 제너(오른쪽). AP/뉴시스

물론 ‘네포 베이비’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우마 서먼과 에단 호크의 딸인 배우 마야 호크(Maya Hawke)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960만 명을 자랑하지만 유명한 배우 부모 덕분이 아니라 스스로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현업에 뛰어들기 전 팔로워를 확장하지 않았고, 줄리어드 입학 후 배우 겸 뮤지션이 되었다.

배우 조니 뎁과 가수 바네사 파라디의 딸인 릴리-로즈 뎁(Lily-Rose Depp)은 2022년 패션지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네포 베이비’라 불리는 것에 반박했다.

“누군가에 대해 단순히 부모덕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는 것은 이상해요. 정말 말도 안되죠”(“It's weird to me to reduce somebody to the idea that they're only there because it's a generational thing. It just doesn't make any sense.”)

릴리 로즈 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840만 명에 이른다.

네포 베이비로 불리기 싫어서인지, 롭 슈나이더(Rob Schneider)와 런던 킹(London King)의 딸인 컨트리 뮤지션 엘 킹(Elle King)은 아버지와 연관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이름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엘 킹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6만8000명에 달한다.

당사자들이 그 단어를 싫어하지만, 세간의 반응은 유명한 부모를 둔 것이 처음 기회를 얻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는 쪽에 쏠려있다.

브랜드 전략 회사 블랭크 스트래티지(BLANK Strategy Inc.)의 니키타 왈리아(Nikita Walia) CEO는 “관심 경제에서 명성이 명성을 낳는 것은 당연하다”며 “인터넷은 공평한 경쟁의 장처럼 보이지만 확립된 성공 척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언서 세계에서 네포티즘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왈리아는 네포 베이비들이 주변 유명인들과 연결되어 SNS 게시물당 최소 10만 달러 이상씩을 벌고 있다면서, 헤일리 비버가 2019년에 게시물 하나로 15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해 1월 인스타일 매거진이 게시한 '네포 베이비'라 쓴 셔츠를 입은 헤일리 비버 사진에는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동감의 댓글을 남겼다. 사진=instylemagazine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LA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특화된 PR&미디어 에이전시를 창업해 운영중인 토니 페라라(Toni Ferrara) 씨는 인플루언서들의 SNS 게시물 요금이 명성, 참여도, 브랜드 예산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25만 달러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그는 “헤일리 비버와 카일리 제너 같은 스타들은 엄청난 비용을 요구한다”며 “게시물 당 대금이 헤일리는 50만 달러 이상, 카일리는 100만 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페라라는 “10만 달러라고 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연봉을 초과하는 금액이지만, 셀럽의 자녀들에게 그 정도 수입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로 가능한 정도”라면서 라이오넬 리치의 딸 소피아 리치를 언급했다.

2018년 소피아 리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Happy Sunday! @ugg”라는 간단한 캡션과 함께 계단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그의 첫 번째 브랜드 파트너십 활동이었던 이 사진의 게시 대금이 10만 달러(약 1억3700만원 상당)였다고 한다.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소피아 리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소피아 리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특권 뒤에 있는 위험과 기회

성공적인 SNS 경력의 핵심은 ‘관계 구축(engagement)’이다. 유명인 자녀들은 초기 가시성을 활용해 청중과 보다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갖게 된다. 시간을 들여 온라인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공유하면 ‘물려받은 청중(inherited audience)’을 ‘진정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부와 명성의 세계에서 태어난 네포 베이비들에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세계에 들어가는 것은 특권이면서 동시에 기회로서의 측면이 혼재돼있어요”

디지털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다이애나 젱(Diana Zheng)은 네포 베이비들이 처한 상황의 양면성을 지적했다. 다이애나 쟁이 마케팅 총괄로 재직중인 스탤리온 익스프레스(Stallion Express)는 캐나다 최대의 물류회사다.

SNS를 시작하는 장삼이사들과 달리 이들이 엄청난 수의 팔로워를 쉽게 얻는 것은 큰 이점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 젱 총괄의 지적. 인플루언서 세계에서는 진정성이 청중과 소통하는 열쇠인데, 네포 베이비들의 독특한 포지션은 이것을 어렵게 만든다는 말이다.

젱 총괄은 “비판자들은 그들에게 재능, 관심사, 개성을 드러내는데 더 열심히 노력하기를 요구한다”며 “유명인 혈통이라는 점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진정성으로 반향을 얻는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포 베이비라는 이름 앞에 놓이는 감시와 압박감이 크다”고 지적한 그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환경에서 쉽게 플랫폼을 얻은 그들은 손에 넣은 영향력을 스스로 더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매순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젱 총괄은 “일거수일투족과 게시물이 철저히 감시받고, 때때로 진정성을 의심받으면서 팔로워들과 너무 다른 현실을 사는 그들이 자신의 팔로워들과의 관계 안에서 ‘공감’을 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특권과 공감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다만 젱 총괄은 이런 어려움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경험이 많은 그들의 가족(선배 인플루언서)들로부터 조언과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자신의 플랫폼이 가진 힘과 책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네포 베이비들의 장점이 필요한 곳은 ‘소외된 목소리를 증폭하고, 중요한 이슈를 조명하며 사회를 바꿔가는 일’이라고 언급한 젱 총괄은 자신이 지닌 특권을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선의의 힘으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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