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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탄소중립 지향에 ‘자격’ 필요?
친환경 탄소중립 지향에 ‘자격’ 필요?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8.1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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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in PR Times] 만능열쇠가 된 그린워싱 딱지(2)
전기차 시대 선도 중인 현대차 향한 내연기관차 중단 시비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그린’을 지향하는데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린’을 지향하는데 자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가상현실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를 하나씩 수정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국제적 합의 과정과 국내 입법절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 사회운동은 보편적 동의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먼저 읽을 기사 : [블랙박스 in PR Times] 만능열쇠가 된 그린워싱 딱지

‘빨리빨리’의 원조와 호연지기

송(宋)나라의 한 농부는 자기가 심은 곡식의 싹이 이웃집 곡식보다 빨리 자라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을 일일이 뽑아올렸다. 집으로 돌아와 “곡식이 자라도록 도와주었더니 피곤하구나”라고 말했고, 놀란 아들이 밭으로 달려가 보니 싹들은 이미 말라 죽어 있었다.

맹자가 제자 공손추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해 설명하면서 타산지석으로 든 고사이다.

이 고사에서 맹자는 호연지기를 기르는데 있어 주의할 점으로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마음을 잊지 말 것이며 억지로 자라도록 돕지 말아야한다”면서 “호연지기를 억지로 조장(助長)하는 것은 싹을 뽑아 올려주는 것과 같다. 조장은 무익할 뿐 아니라 해까지 끼친다”고 덧붙였다.

‘하늘과 땅 사이에 왕성하게 뻗친 기운’이라는 뜻의 호연지기는 의에 근거를 두고 흔들리지 않은 바르고 큰마음,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럼 없는 용기, 잡다한 일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마음을 의미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호연지기가 필요하다.

환경단체들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을 하겠다거나 무슨무슨 활동을 했다고 발표하면 ‘수준이 미흡하다’거나 ‘목표 시점이 너무 늦다’고 불만과 비판을 쏟아낸다.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산업군의 회사가 그룹 계열사로 있으면 당장 문을 닫고 사업을 접으라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하게 연대책임을 따지는 경우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눈에 띄는 기업을 향해서는 ‘주마가편’이라는 소리까지 하더라.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니… 그야말로 자의식 과잉이다.

‘국가대표 경기는 내가 보면 꼭 지더라’는 징크스가 ‘이번 우승은 내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니 감사하라’는 농담으로 발전하듯이, 기업의 여러 상황과 조건에 대한 경영적 판단으로 내려진 결정을 자신들의 활동으로 인한 성과라고 금칠하는 모습은 좀 우습기까지 하다.

2019년 9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 대형 현대차 광고판에 내연 기관차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
2019년 9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 대형 현대차 광고판에 내연 기관차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

Green Peace의 ‘무소불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이하 그린피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주적’으로 설정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을 ‘기후 악당’이라 부르며 내연기관차 생산·판매를 중단하는 ‘탈내연기관’ 일정을 앞당기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틀린 말을 하고있는 건 아닌데 뭔가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앞 편에서 기후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본사 앞 조형물에 페인트칠을 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린피스는 현대차의 대형광고판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정의선 회장의 얼굴을 어둡게 처리한 대형 플래카드 풍선을 띄우는 등의 퍼포먼스로 뉴스거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주요 자동차 10대 회사의 환경계획을 평가했다며 현대차·기아에 낙제점을 주고는 ‘친환경 탑티어 브랜드’라는 홍보컨셉을 비웃기도 했다. 현대차 판매량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개발도상국이라고도 부르는 신흥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환경규제와 구매력이 약하고 전기설비 등 인프라 확충 수준도 낮은 편이어서 친환경 자동차가 시장에 진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린피스의 주장은 이런 신흥시장을 아예 포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전체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경쟁구도 자체를 흔들고 있는 성과를 자랑하는게 불만이라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

그린피스는 2020년 9월 정의선 회장의 얼굴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띄웠다.
그린피스는 2020년 9월 정의선 회장의 얼굴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띄웠다.

최소 4년 지난 자료 들고나온 독일 정부

가장 최근에 나온 그린피스의 현대차 관련 발표자료는 7월 4일자 ‘독일서 압수수색 중인 현대·기아차, 배기가스 최대 11배 검출’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은 그 발표로부터 일주일 쯤 전이어서 ‘중’이라는 현재진행형 제목을 쓴 것부터 부적절하다.

이 발표에 대해 현대차·기아 측은 “2015년 폭스바겐 사태 이후 독일 정부로부터 배기가스 문제로 별도 제재나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며 “압수수색은 독일 검찰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인 건으로, 본 조사와 관련해 당사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차’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독일의 국민기업인 폭스바겐의 브랜드가치는 2015년 디젤 스캔들로 바닥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이 스캔들은 폭스바겐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임러,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으로 확산되어왔다. 다임러도 독일기업이다.

독일 검찰이 문제 삼은 현대차 등의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인 ‘디젤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납품한 회사는 전동공구로 유명한 보쉬(BOSCH)이다. 디젤 스캔들의 주역인 보쉬 역시 독일의 대표기업이다.

그린피스가 입수해서 공개했다는 해당 자료는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과 독일 환경단체 DUH가 2015~2018년 실시한 현대기아차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가장 최근 조사가 4년 전이라는 말이다.

최소 4년이 넘게 지난 검사 결과가 왜 이제야 문제가 된 것일까. 독일 정부가 뒤늦게 현대차의 문제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주기는 쉽지 않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독일 검찰은 디젤스캔들 관련 수사자료에 대한 외부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차·기아 관련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왜 친절하게 브리핑했을까?

문득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유럽시장에서 르노를 제치고 신차 판매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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