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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재난 보도준칙
이태원 참사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재난 보도준칙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2.11.11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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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지나는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지나는 시민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피알타임스=김영순 기자

11월 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4단체가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선정적 보도를 하지 않고, 혐오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4개 단체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폄하와 비난을 담은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혐오와 낙인찍기는 재난극복과 국민통합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는 “다수의 언론현업단체와 언론사가 참사 직후 관련 준칙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하루에도 수 천 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은 추상적인 준칙과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일회성의 선언으로 취재보도 현장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강조해야 할 준칙은 무엇인지,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는 무엇인지 언론현업단체의 빠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수는 “대형 참사일수록 피해자와 유족들의 인격권이 중요하고 언론은 보도할 것과 말 것을 구분하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언론계 ‘공동대응’ 나서

2014년 4월 2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제정 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4년 4월 2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제정 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던 끔찍한 대규모 참사를 이번에 기가 차고 황망하게 또 겪게 되었다. 절박하게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십수 번의 112 신고 전화를 묵살한 행정 공백과 관련자들의 책임 회피 속에서 젊은 청년 150여 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참사했다.

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사건은 세월호 참사가 보여줬던 황망하고 부조리한 과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사고 이후 보인 언론의 모습도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졌던 반성을 무색하게 했다. 국민적 트라우마와 참사라는 비통함 속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우려감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처절함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때 언론이 보여줬던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재난 보도 추구는 기자들과 언론, 그를 소비하는 대중의 욕망이 가진 낯 뜨거운 민낯을 드러냈다. 그로 인해 사고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중에게는 너무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기자들 스스로에게는 자기반성을 일으키게 했다.

당시 한국기자협회는 재난 보도가 단순히 자극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방재와 복구, 피해 확산 방지 기능이 있음을 강조하는 재난 보도준칙을 마련하여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재난 보도준칙이 준수되는 보도가 이루어졌는가 되물으면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언론과 기자들이 만든 또 하나의 참사가 될까봐 걱정

재난 보도준칙은 언론에게 자극적인 보도 목적에만 함몰되어 피해자와 그 유관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게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보도 현장에서 전해진 이야기들은 그런 준칙의 정신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비친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현장 기자들 수십 명이 유족들에게 붙어 따라가면서 멘트를 따려고 하는 경우들이 왕왕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지독한 슬픔에 잠긴 유족에게 가하는 일종의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는 이런 현상은 타사 기자보다 먼저 멘트를 따내야 한다는 취재 경쟁과 데스크로부터의 사연 취재 요구, 수습이나 인턴 기자들로 구성되어 소위 ‘실적 압박’에 취약한 현장 기자들의 속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결국, 서울 서초경찰서와 중부경찰서 등은 “유가족들이 취재 때문에 불편해하므로 무리한 취재를 자제해 달라”는 공지를 내야 했다.

사실 이러한 자극적인 보도는 사건이 발생하는 초기에는 더 심하기 마련이어서 거의 최소한의 자제도 없는 듯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속보’ 경쟁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번 10월 29일 참사에서도 사건 발생 초기에 충격적인 현장 사진들과 영상들이 여과 없이 보도로 전파되었다. 또한, 마약을 한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고 피해자들이 압사가 아니라 마약으로 사망했다는 황당한 유언비어들이 특정 정치 세력 지지자들의 SNS를 중심으로 퍼지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언비어가 방송사 카메라를 타고 소개되기도 했다는 점이다.

결국,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자극 위주의 보도들에 대한 비판들이 나왔다. 그리고 현장 영상이나 사진이 너무 끔찍하여 정서적인 문제가 되니 공유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들도 나온 후에야 잦아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세월호 참사 때 학습된 덕분인지 이태원 참사에서의 자극적 보도는 세월호 참사 때보다는 빠르게 줄어든 편으로 보인다. 포털과 커뮤니티에서 적극적인 자정작용을 실행한 것도 우리 문화가 조금 성숙한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높아진 자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뉴스에 대한 언론사와 대중의 욕망은 재확인됐다.

과연 모든 정보를 전문가의 판단과 정제를 거치지 않고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언론 보도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역할은 언론보다 SNS가 훨씬 더 잘 해내는 영역이다. SNS에서 만들어진 의혹과 음모론을 직접 전달한 매체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SNS의 무분별한 정보를 걸러내어 대중이 본질을 볼 수 있는 뉴스로 만드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닐까?

자극적인 뉴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검증없이 전파하는 행위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자 국민의 공분을 낳고 있는 관리자의 부재 현상과 다를 게 없다. 이에 대한 공동체적인 경각심과 반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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