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부당 내부거래 사건 항소심에서 ‘뜨거운 쟁점’은?
하이트진로 부당 내부거래 사건 항소심에서 ‘뜨거운 쟁점’은?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3.01.30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R여론 기업파일]

 

하이트진로 김인규(왼쪽) 대표이사, 박태영 사장. 사진=뉴시스
하이트진로 김인규(왼쪽) 대표이사, 박태영 사장. 사진=뉴시스

더피알타임스=한민철 기자

벌써 4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하이트진로 부당 내부 거래 관련 형사재판의 마무리가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이사와 박태영 사장에 대한 공소사실 내용 일부를 둘러싸고 검찰과 하이트진로 간의 의견 대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부당 거래 기획부터 지시, 실행 전반에 걸쳐 개입됐다고 보고 있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불법에 대한 인식 없이 지시만 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이 사건 항소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이 ‘아쉽지만 무고한 경영 판단’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책임 떠넘기기’를 했던 것인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 심리로 열린 하이트진로 법인과 김인규 대표, 박태영 사장 등에 대한 독점규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대표와 박 사장에 관한 일부 공소사실 내용을 명확히 했다. 

검찰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협력사인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공급받고 있던 맥주캔의 제조·유통 과정에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박태영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소위 ‘통행세’를 받게 하는 방식으로 이 회사의 매출을 부당하게 확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은 2013년 1월부터 1년여간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에 맥주캔 제조용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기존 거래 비용보다 비싸게 구매하도록 한 점도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알루미늄 코일로 인한 매출이익을 상승케 하고 관련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형성하게 해 공정한 거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0년 5월 7일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두 가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하이트진로 법인에 벌금 2억원, 김 대표에 징역 10개월의 집행유예 2년, 박 사장에 징역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1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檢 “공동정범 처벌해야”... 하이트진로 “지시는 했지만, 실행은 안 해”

사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은 지난해 12월 22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변론이 재개됐다. 김 대표와 박 사장의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 관한 혐의 부분에 있어 이들이 공동정범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인지, 아니면 범행을 지시한 교사(敎唆)범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검찰과 피고인 측의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변론을 재개한 것이다. 

형법상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모해 범죄를 실행했을 때 해당하며, 교사는 범죄 의사가 없었던 타인을 부추겨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행위다. 공동정범은 범죄 실행을 분담하는 정범에 해당하지만, 교사범은 이를 분담하지 않는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교사범은 그의 지시에 따라 범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는다. 다만 대법원 판례(97도1075)에 따라, 교사자로부터 범죄 교사를 받은 실행자(피교사자)가 교사 범위를 넘은 죄를 저지른 경우 교사자의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면 그 범위를 넘어선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삼광글라스의 서영이앤티에 대한 알루미늄 코일 불공정 거래 부분에 있어 김 대표와 박 사장이 직접적인 범죄를 실행한 것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기존의 공소사실을 유지했다. 

검찰은 김인규 대표와 박태영 사장이 알루미늄 코일 거래 관련 혐의에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김인규 대표와 박태영 사장이 알루미늄 코일 거래 관련 혐의에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관련 범죄사실 부분을 ‘이로써 피고인 김인규, 박태영은 삼광글라스 임직원 등과 순차로 공모하여’라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며 구두상 공소사실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김 대표와 박 사장이 범죄 혐의를 직접 실행한 공동정범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하이트진로 측은 김 대표와 박 사장의 공소사실의 범죄 행위가 공동정범이 아닌 교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재판에서 “(김 대표와 박 사장이) 삼광글라스 불공정 행위를 하도록 시킨 것이지 같이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하이트진로 측 변호인은 “그렇다. 불공정 행위를 한 자와 불공정 거래를 한 자가 나누어져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이번 사건 관련 행정소송에서 하이트진로 측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사실상 인정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더 이상의 반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하이트진로에 불리한 판결... 항소심 결과 따라 책임 떠넘기기 지적 나올 수 있어 

하이트진로 측의 “지시는 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은 기존 검찰의 수사 결과와 1심 판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삼광글라스의 서영이앤티 알루미늄 코일 거래 관련 혐의는 서영이앤티의 맥주용 공캔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위반의 소지가 크다는 내부적 판단에서 비롯했다. 

검찰은 이에 박태영 사장이 서영이앤티의 매출 급감을 우려해 김인규 대표에 “삼광글라스가 직접 공급받는 공캔 제조용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 서영이앤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고, 그는 이를 수락해 실무자에 삼광글라스 거래 단계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도록 지시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대표와 박 사장이 이런 불공정 거래 행위를 계획, 지시했다는 점을 뛰어넘어 실행 단계에서도 개입돼 있다고 봤다. 때문에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두 사람 모두 적법하게 일을 진행하도록 실무진에 지시했거나 서영이앤티 대표로부터 이 거래가 부당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은 맞지만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충분한 인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보고받은 것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불법에 해당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은 삼광글라스나 실무진에서 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김 대표와 박 사장의 책임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1월 17일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회사 관계자들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위치한 카페에서 30여분 간 머문뒤 가게 밖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일행을 남겨둔 채 관용차를 타고 떠났다. 사진=한민철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1월 17일 항소심 재판을 마친 뒤 회사 관계자들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 위치한 카페에서 30여분 간 머문 뒤 가게 밖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일행을 남겨둔 채 관용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사진=한민철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하이트진로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알루미늄 코일 거래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3년 10월경 하이트진로 경영전략실에서 해당 거래에서 서영이앤티의 역할이 모호해 공정위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취지의 대외비 문건이 작성된 점에 주목했다. 

당시 박태영 사장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경력전략본부의 본부장으로 해당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거나 보고받았다고 볼 정황이 있는 만큼, 사실상 거래 실행 과정에서도 그가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재판부는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 대해 김 대표가 불법성이나 구체적 내용에 관해 알지 못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부당성을 인식한 채 거래를 강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벌써 이 사건 재판을 4년이나 끌어가고 있지만 이 부분 쟁점을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하게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김 대표와 박 사장이 범죄 행위에 대한 부당성 인식과 적극적 개입에 있어 무고함을 밝힐 수 있겠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책임 일부를 타인에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