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영업정지, 보조금 경쟁 막 내릴까
이통사 영업정지, 보조금 경쟁 막 내릴까
  • 최연진 한국일보 산업부 기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4.03.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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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이슈]보조금 속내 들여다보면...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대리점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최연진] 휴대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보조금’이다. 보조금을 얼마나 많이 주느냐에 따라 가입자가 몰리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니, 이동통신사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마케팅 도구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치솟는 보조금 경쟁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급기야 정부에서 초강수인 이통사 영업정지라는 칼을 빼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7일, 불법보조금을 과다 지급한 이동통신업체들에게 같은달 13일부터 5월19일까지 총 68일간 영업 정지 제재를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들은 번호이동 등 새로 가입자를 모집하는 신규 가입은 물론이고 이통사는 그대로 둔 채 휴대폰만 바꾸는 기기 변경까지 할 수 없게 됐다. 단, 휴대폰의 분실 및 파손, 24개월 이상된 구형 제품 이용자에 한해 기기 변경이 허용된다.

영업정지 기간은 LG유플러스가 1차 3월13~4월4일, 2차 4월27~5월18일, KT 3월13~4월26일, SK텔레콤 4월4~5월19일 등 사별로 45일씩이다. LG유플러스만 2회로 나눈 이유는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시에 2개사를 한꺼번에 영업정지 시키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추가 영업정지까지 예고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13일 전체 회의를 열어 1,2월 중 일부 가입자들에게만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이동통신업체들에게 영업정지 및 총 304억5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14일, SK텔레콤은 7일의 영업정지가 추가돼 해당 기간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는 기기변경까지 금지되지는 않았다. 적용 시기는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도 있다. 왜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보조금을 단속하느냐는 것. 하지만 보조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

이통사 영업정지 여파, 애먼 데 불똥

미래부나 방송통신위원회나 이통사들의 휴대폰 보조금을 단속하는 이유는 이용자 차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돈의 액수를 떠나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행위가 법에서 금지한 이용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100만원의 보조금을 주더라도 모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준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현재 이통사들의 보조금은 대부분 번호이동에 집중돼 있다. 번호이동이란 이통사를 옮기는 행위를 말한다. 즉, 다른 이통사의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보조금을 집중 투입하다보니, 장기간 이통사를 옮기지 않는 충성도 높은 가입자들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여기서 일단 1차적인 이용자 차별행위가 발생한다.

▲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kt와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서울 시청역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직원이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 이용자 차별행위는 보조금이 계속 달라지면서 어제 번호이동한 가입자와 오늘 번호이동한 가입자가 받는 보조금 액수가 다르다는 점이다. 또 지역에 따라 보조금을 더 받기도 하고 덜 받기도 한다. 이마저도 정보에 어두우면 아예 챙기지 못하는 소비자도 있다. 이를 인터넷에서는 ‘호갱’이라는 놀림성 은어로 부른다.

이는 이통사들이 지역별, 시간대별 보조금 정책을 제각기 다르게 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같은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똑같은 이통사에 가입하면서 시간이나 지역에 따라 보조금을 덜 받는다면 분통 터질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통사들이 이렇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모두 가입자들이 매달 내는 이용료에서 떼어내는 마케팅 비용이다. 똑같은 이용료를 내면서 메뚜기처럼 열심히 번호이동 하는 사람만 보조금을 받고, 10년씩 이통사를 옮기지 않은 충성 고객은 전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으로 나간 마케팅 비용은 이통사들의 통신비 책정을 위한 원가에 반영된다. 즉,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만큼 원가가 올라가 통신비를 올리거나, 최소한 내리지 않는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때문에 전체 이통사 가입자들이 비싼 통신비를 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정부에서 보조금 단속에 불을 켜는 것이다.

미래부, 통신비 감면제 도입 검토…이통사는 회의적

그런데도 효과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이통사들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보조금을 덜 쓰게 되니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이통사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평가와 함께 이통사들의 주가가 올랐다.

반면 휴대폰 제조사와 판매점 등 유통업체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게 됐다. 이를 감안해 미래부는 이통사들의 영업정지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피해 최소화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미래부는 사실상 국내 휴대폰 판매가 중단되는 제조사들을 위해 이통사들에게 영업정지 기간에도 제조사들의 주력 휴대폰 일부 물량을 구매하도록 했다. 특히 팬택 등 중소제조업체들의 휴대폰을 우선 구매해 판매 차질로 인한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 영업정지 기간 사실상 매출이 거의 없어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리점들에게 이통사들이 휴대폰 구입비용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대리점의 인건비 및 매장 임대료 등 운영자금 일부를 지원하도록 했다.

한편 미래부는 장기적으로 이동통신업체들에게 법규 위반시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 대신 이용자들에게 통신료를 할인해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내리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과징금을 부과하면 국고에 귀속돼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영업정지나 과징금에 상응하는 통신비 감면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통신비 감면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1000원만 깎아줘도 이통사들은 한 달에 540억원이 사라지는데, 가입자들은 할인을 체감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요금할인 생색도 나지 않으면서 통신업체들만 골병이 드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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