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 하는 부적응자”…젊은 도발 ‘미스핏츠’
“할말은 하는 부적응자”…젊은 도발 ‘미스핏츠’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8.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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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생들이 만든, 튀는 신생매체

[더피알=문용필 기자] 매력이 철철 넘치는 ‘훈남 오빠’가 어느 날 술집에서 파전을 씹으며 던진 한 마디. “솔직히 시위가는 것들 다 빨갱이 아냐?” 그에게 평소 호감을 가졌던 한 여대생은 절망하고 만다. 그리고 고백한다. “오빠, 저 사실 빨갱이에요.” 그녀는 ‘세월호 집회’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속시원하게 설명한 후 쿨하게 “페친을 끊으려 한다”는 작별인사를 던진다.

최근 SNS 상에서 ‘조용한 화제’를 일으켰던 ‘한 여대생의 고백’이라는 글의 내용이다.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소녀적 감성의 편지에 교묘하게 조합시킨 이 글은 신생매체 <미스핏츠(misfits.kr)>의 기사다.

▲ (사진:미스핏츠 웹사이트 캡쳐)

출범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미스핏츠는 20대 대학생들이 만드는 매체다. 정형화된 기존 언론의 형식을 탈피해 20대 특유의 톡톡 튀는 목소리를 다양한 스타일의 문체에 녹여내고 있다.

소개팅이나 상벌점 제도 등 대학생들의 일상적인 관심사에서부터 세월호와 군대 문제 등 사회적 이슈까지 그 주제도 다양하다. ‘졸음방지 책상’을 매개로 한국의 교육현실을 은근히 비판하기도 하고,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을 가이드하기도 한다. 몇몇 글에서는 깊이 있는 통찰력까지 엿보인다.

미스핏츠는 웹사이트를 통해 “미디어에서 소위 말하는 20대는 역사도, 정치도 잘 모르면서 카페와 빙수집, 술집을 전전하는 한심한 세대, 온갖 사회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알파 인간으로 재탄생한 소수의 먼치킨 으로 대표되고 있을 뿐”이라며 “그래서 미스핏츠가 문을 열었다. 20대가 직접 20대를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출범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하면 ‘시끄러워’ 지니까 쉬쉬하는 이야기가 불편하다면 불편해 지겠다”며 “그 놈의 ‘객관성’을 유지한답시고 묻혀버린 이야기가, 사실이, 사건이 있다면 객관성을 버리겠다.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20대의 젊음은 찌질하고, 불편하고, 힘들다고 이야기하겠다”는 ‘용감한 각오’도 전했다.

이는 영어로 ‘부적응자들’를 뜻하는 ‘misfits’라는 제호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스피츠를 탄생시킨 운영진 박진영 씨(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년)는 “‘나를 부적응자로 부를거라면 부적응자 하겠다. 대신 부적응자로서 할말을 다 하겠다’는 뻔뻔한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마냥 아무것도 안하고 늘어진 부적응자가 아니라 날이 서있고 할말은 명확하게 하는 부적응자로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유롭지만 체계적으로…“‘덕후’들 모였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미스핏츠를 과연 언론매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박진영 씨는 “(미스핏츠의) 매체 성격을 뭐라고 딱 규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팀블로그 같은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 형식의 대안언론인 <슬로우뉴스>를 거론하면서 “20대가 만드는 슬로우뉴스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스핏츠에 기고된 글 중 일부는 슬로우뉴스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미스핏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 씨는 “학보사를 경험한 후 글을 써보고 싶은데 수단이 없더라. 스펙을 쌓아서 취직을 준비할 시기가 됐는데 강정수 선생님(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의 강의를 듣고 ‘20대가 만드는 언론이 부재하다’는 생각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SNS에 재미있게 글을 쓰는 또래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멤버구성이 몇 번 ‘엎어지는’ 시행착오를 거친 후 모인 필진은 모두 6명. 이들은 모두 현재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이다.

박 씨는 필진을 계속 모으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방학이어서 하루에 두 세 개 씩 (글을 송고할 수) 있는데 개강하면 바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의) 콘텐츠를 유지하려면 좀 더 (필진을) 모아봐야겠다 싶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핏츠는 현재 따로 편집장을 두고 운영되는 매체는 아니다. 별도의 사무실도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오프라인 회의를 열고 이를 통해 아이템을 공유하고 논의한다.

수시로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온라인 회의도 연다. 박 씨는 “(필진) 본인이 쓰고 싶은 것은 쓰자는 기조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런 것을 써라’고 하는 것도 전혀없다”고 전했다.

어찌 보면 자유스러운 분위기지만 아이템을 발제하고 회의록도 작성한다. 글을 게재하는 것은 필자 본인이지만, 중제(기사 중간제목)를 재미있게 잘 쓰거나 어울리는 ‘짤방’을 잘 넣는 멤버가 최종적으로 손을 본 후 출고된다.

이같은 체계를 갖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멤버 중 일부가 교지와 학보사 등 대학언론에서 일해 본 경험을 갖고 있는 것. “(매체의) 매커니즘을 경험해본 사람들이어서 체계를 잡고 발행계획이나 기사마감을 잡아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미스핏츠의 기사를 딴지일보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정형화된 기사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문체나 재미를 더하는 짤방이 삽입돼 있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씨는 “개인적으로 딴지일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 (딴지일보를) 참고해서 글을 쓴 것은 아니다”며 “필진 자체가 ‘덕후’(특정분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줄인 말)같은 친구들이 많다. 평소의 문체도 재미있게 썰을 푸는 스타일이다. 딱히 어디를 표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스핏츠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박 씨는 “필진도 더 영입하고 조금 더 체계를 갖추고 예리한 기사도 많이 써서 미스핏츠가 속시원하게 할 말 다해주는, 진짜 읽고 싶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매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각종 매체들이 난립하는 지금 20대가 만드는, 그래서 틀에 구애 받지 않는 미스핏츠가 소셜 시대 새로운 언론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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