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생활통, 소통이 약!
공동주택 생활통, 소통이 약!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9.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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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광고 제작스토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타인배려 <약사> 편

[더피알=조성미 기자] 윗집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음, 얌체주차와 민폐주차로 인한 스트레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담배연기. 국민의 71%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이웃 때문에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오늘도 아프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간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일상이 돼버렸다. 이웃의 정은커녕 삭막해져만 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이웃집의 소음이나 주차시비, 흡연으로 인한 피해 등은 이웃사촌의 사이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남보다 못한 이웃사촌으로 살아가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완벽한 처방이 내려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공익광고협의회가 최근 선보이는 광고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소음통, 주차통, 흡연통 등 생활통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만성질환에 대해 ‘소통’이라는 특급 처방을 내린다.

특히 이 광고는 대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에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졌다. 딱딱한 공익광고를 벗어나 언어유희를 활용해 친근한 느낌의 광고로 탄생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이번 광고제작에 참여한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이희복 교수와 지운희, 김형석, 신동선 학생.

공익 광고에서 이웃 간의 소통 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지석 우리나라는 예부터 공동체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예(禮)’를 강조해 왔고, 이러한 전통은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적 관계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어왔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색해지는 사회가 되어버렸어요. 최근에 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층간소음과 주차문제, 쓰레기문제 등으로 이웃 간 갈등이 부각된 사례에서 보듯이 요즘은 이웃이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공익광고협의회 회의를 통해 자의든 타의든 삶의 터전에서 늘 접하게 되는 이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함께 나누는 삶의 공간에서 지켜야하는 예절을 바탕으로 이웃 간의 소통의 문제를 다뤄보기로 한 것이지요.

아프다를 아파트로, 소통을 통증의 해결책으로 풀어낸 언어유희가 재미있습니다. 이웃 간의 갈등 요소를 전체적으로 아픔으로 해석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동선
이번 공익광고를 기획하면서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의 이웃 갈등 문제를 전체적인 아픔으로 해석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웃 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들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집’이 아닌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집’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이웃 갈등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의 댓글 대부분이 살인한 피의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내용이었던 것을 보고, 이웃 간 문제가 단순히 ‘갈등’이 아닌 ‘해결되지 않는 고통’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생활공간은 아파트가 아닌 ‘아파’하고 ‘트’였던 것이죠.

하지만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평하는 것이 아닌 한 번쯤 그 상황을 이해하고, 다른 생활방식의 상대를 존중하며 행해지는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생활통엔 소통이 약’이라는 메시지를 도출했습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통-약-효과’를 보여주는 제약 광고 전략을 이용했습니다.

이해하고 웃음 짓는 ‘이웃’이란 카피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한지석 학생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인 ‘공동주택 생활통에는 소통이 약입니다’를 기반으로 실제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뭔가 마무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사와 고심 끝에 이웃이 갖는 의미를 표현하는 말맛이 나는 마무리 카피를 고심했는데 ‘이해하고 웃음짓는’을 이용한 ‘이웃’이라는 마무리가 전체 광고의 맥락에 잘 어울리는 효과를 얻은 것 같아요. 두통약을 먹으면 개운하게 두통이 해결되면서 미소를 되찾게 되는 것처럼 소통약을 먹고 나니 이웃이 이해가 되고 웃음을 짓게 되는 거죠. 물론 희망사항이지만요. 공익광고가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변화가 시작되는 작은 동력이 되면 좋겠어요.

광고를 만들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지석 <타인배려-약사> 편 촬영을 새벽부터 시작했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낯선 촬영 현장을 잘 찾아올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모두 약속시간 보다 일찍 촬영장에 모였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전날 근처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같이 촬영장으로 나왔다고 해요. 학생들의 열정이 뼛속 깊이 느껴지며 멋진 광고를 만들어보자 함께 다짐했죠.

이번 광고는 산학협력을 통해 완성된 것도 이색적입니다. 코바코와 상지대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과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한지석 KOBACO는 공익광고 제작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 사업을 통해 공익광고의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익광고활용교육사업(AIE-Advertising in Education)도 그중 하나인데요. 광고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실제로 광고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어요. 사실 프로젝트 초반에는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광고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 오신 각 학교 지도교수님들께서 정말 꼼꼼한 안목으로 지도해주셨어요.

최종 선정된 상지대학교의 아이디어는 심사위원들로부터 공익광고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제약광고 기법을 활용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죠.

본인의 아이디어가 실제 광고로 집행된 소감이 어떤가요?

신동선 먼저 소감을 밝히기 전에 감사의 인사를 좀 해야할 것 같아요. 이 분들이 없었다면 사실 지금 느끼는 모든 소감들을 느낄 수 없었을테니깐요. 산학협력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신 KOBACO, 단순히 기획물에 불과했던 것을 실제 영상으로 제작해주신 심플리 크리에이티브w주창환 대표님, 그리고 저희를 참 많이 괴롭혀주셔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전 가능하게 해주신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이희복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TV에서 광고를 보고 처음엔 심장이 벌렁거려서 진정시키느라 고생했습니다. 정말 너무 좋았죠. 아직은 광고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TV에 광고를 집행한다는 것은 미래의 꿈으로만 여겼으니까요. 특히 친구들이 TV에 나온 광고를 봤다고 연락이 올 때는 날개만 없었지, 새처럼 거리를 날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딱 하루만 날아다니듯 좋았어요. 공익광고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잖아요? 이웃 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팀의 팀장으로써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우리의 광고가 정말 이웃 간 갈등을 해결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이에 대한 답을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이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행복하고 뿌듯하고 벅차고 감동스러우며 놀라운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이 알 수 없는 느낌을 또 받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광고의 길을 걸을 것 같아요.

.광 고 주 :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공익광고협의회
.광고유형 : TV CM
.집행기간 :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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