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헬스 커뮤니케이션, 항상 정당한가?
건강을 위한 헬스 커뮤니케이션, 항상 정당한가?
  • 관리자 (admin@the-pr.co.kr)
  • 승인 2010.04.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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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시작한 이래로 건강은 우리의 최대의 관심사이다.

▲ 이병관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이러한 관심은 사적영역에서는 물론 제도적 혹은 공적 영역에서의 많은 노력에서 반영된다. 다양한 맥락에서의 헬스 캠페인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적 영역에서의 노력을 대표한다.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헬스 캠페인의 목적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선한 의도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헬스 캠페인은 항상 정당한 것인가?

목적이 정당하다고해서 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는 헬스 캠페인 실무자에게 던지는 중요하지만 쉽게 외면해 버리기 쉬운 윤리적 차원의 질문이다.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더라도 필연적으로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건강증진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란 근본적으로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본질 상 사람의 생활에 특정한 변화를 주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 즉 건강 증진을 위해 개인의 생활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헬스 캠페인 실무자는 캠페인의 효과성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헬스 캠페인 실행의 전반적인 과정, 즉 캠페인의 목적, 설계, 실행, 평가와 관련된 대부분에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헬스 이슈를 다룰 것인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기준 에 따라 그 성공여부를 평가할 것인지 등에서 실무자의 도덕적 책임과 윤리적 결정을 요구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윤리적 차원에서 야기할 수 있는 문제 숙고해야”

이에 관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최근 들어 기업차원에서의 강제금연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국내외적으로 늘고 있다. 강제금연이란 쉽게 말해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실패한 직원에게는 페널티를 주는 형식이다.

한 미국의 기업은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퇴근 후 집에서 담배를 피운 직원까지 징계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흡연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며, 회사 측은 직원들이 담배를 소지했다고 의심이 될 경우 가방이나 지갑 등 개인 소지품을 검사할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징계를 받거나 해고당한다. 실제로 검사를 거부한 일부 직원이 해고 됐으며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 많은 직원들이 담배를 끊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이러한 캠페인이 매우 효과적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이 직원에게 이러한 행위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건강증진을 위한 조직의 활동이 실제로는 개별 구성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조직의 통제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고려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율성과 사적 자유에 대한 존중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본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윤리적 책임이다.

또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필자는 몇 년 전 유아교육을 통한 아빠의 금연행동 유도라는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다. 효과 환원주의에 빠져 당시에는 미처 고려치 못했던 사실이 있다.

금연에 실패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과 자녀에게 떳떳치 못한 아빠의 마음을 상상해보자. 이러한 캠페인 역시 가족구성원들 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가족구성원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또한 효과적인 비만관련 건강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뚱뚱한 사람을 낙인화(stigmitize)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캠페인도 요즘 사회에선 흔히 볼 수 있다. 또는 모유수유를 위한 캠페인은 여러 여건 상 모유수유를 할 수 없는 엄마들을 죄책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효과 환원주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 낼 수 있어

단지 하나의 특정 원인만이 한 개인의 건강행동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며,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또 다른 요인들이 그와 개입되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관련 행동이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 하에 있지 않을 수 있거나, 개인의 사정이 캠페인에서 소구하는 건강 권고를 채택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건강 결과가 나타난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비난의 귀인은 때로는 비윤리적일 수 있다.
열거한 예 이외에도 헬스 캠페인 실무자의 윤리적 결정을 요구하는 더 많은 사례들이 있다. 물론 필자의 논지가 이러한 우려 때문에 헬스 캠페인 본연의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자는 실무자의 '효과 환원주의'가 결국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또 다른 방향의 효과를 생산할 수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즉 헬스 캠페인 실무자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기에 앞서 한 번쯤은 실행하고자 하는 캠페인이 윤리적 차원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목적이 정당하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도 역시 정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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