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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처 장관은 SNS도 못하냐고? 문제는 ‘TPO’[기자토크] ‘유언비어’ 댓글에 쏟아지는 비판…소통 전에 기본부터 충실해야

[더피알=문용필 기자] 패션에만 ‘TPO(Time, Place, Occasion)’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TPO는 필수 덕목 중 하나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 언사는 말한 이의 의도에 관계없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낚시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건 이후 나온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유언비어’ 발언은 TPO를 간과한 것이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다소 ‘눈치’가 없어 보인다.

   
▲ 논란이 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페이스북 답글./사진: 박인용 장관 페이스북 캡쳐

해당 발언이 나오게 된 과정은 이렇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사고해역을 찾았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현장방문 사진을 여러 장 게재했다. “가용한 모든 구조세력을 동원하여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승선원 실종자가 완료될 때까지 총력을 다해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한 네티즌이 “지금 언론기사와 덧글들에서 해경이 고의로 구조를 안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네티즌은 “구해달라는 목소리를 그냥 지나쳤다는 생존자의 인터뷰와 함께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유언비어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답글을 남겼다. 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다음 날 ‘유언비어 유포시 엄단’ 등의 제목을 달고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 박 장관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과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조차도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8일자 사설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 단속 권한은 검찰과 경찰에 있는데, 박 장관이 무슨 자격으로 ‘유언비어 엄단’ 운운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박 장관의 한줄 댓글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구조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박 장관의 발언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인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돌고래호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무려 10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됐다. 초동대처 미숙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세월호 당시와 판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적으로 신설된 정부부처다. 사고수습에 있어서 부처 신설 이전과 비슷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면 박 장관은 수장으로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그의 ‘유언비어’ 발언이 실언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물론 박 장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질문자가 먼저 ‘유언비어’라는 표현을 썼고, 질문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일 수 있다. 재난사태가 발생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유언비어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언비어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도 정부가 제대로 된 일처리를 했을 때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를 떠올려보자.

당시 미확인된 루머들이 인터넷상에 떠돌자 정부는 “의도적으로 퍼트리는 유언비어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관련기사: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하지만 보건당국의 미숙한 초동대처로 인해 메르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동시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관련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유언비어를 막겠다’는 정부의 말이 많은 국민들에게 그저 여론통제 수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여기에 박 장관의 ‘눈치없는’ 이번 발언이 더해지면서 ‘무슨 일만 벌어지면 정부는 국민 입부터 막으려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 지난 6일 돌고래호 전복사고 현장을 찾은 박인용 장관./사진: 박인용 장관 페이스북

굳이 이같은 시점에 박 장관이 직접 SNS 소통에 나섰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해난 사고가 발생한 긴급한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한가하게’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안전처 페이스북 계정은 박 장관의 게시물을 그대로 링크해 게재했다. 유사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보여주기식 홍보에 치중한 건 아닌지 곱씹어볼 대목이다. (관련기사: 국민안전처, ‘장관PI’보다 ‘내실홍보’ 추구해야)

빠르게 실종자를 찾아내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이같은 사고가 나중에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박 장관과 국민안전처가 해야 할 일이다.

장관은 SNS도 못하냐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장관이기에,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기에 백번이라도 감수해야 할 말이다.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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