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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총수의 경직된 태도부터 고쳐야
‘오너리스크’, 총수의 경직된 태도부터 고쳐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9.2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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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특별좌담 ⓛ] 오너리스크 특징 해부

▲ 자료사진.

[더피알=강미혜 기자] 박근혜정부가 재계의 잘못된 관행에 메스를 들었다. 대기업 오너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재벌 총수들의 잇단 구속은 재계에 ‘오너리스크’ 공포를 확산시켰다. 위기의 최전방에 서서 언론을 비롯한 대내외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맞닥뜨려야 하는 홍보팀 입장에서도 오너리스크는 최대 난제다. 과연 오너리스크의 특징은 무엇이며, 대응방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각계 전문가 5인이 풀어놓는 인사이트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오너리스크를 주제로 한 이번 좌담회에는 실제 오너리스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분야별 전문가 5인이 참석했습니다. 다소 민감한 문제인 만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자 참석자들을 익명 처리합니다.

 좌담회 참석자

오너리스크를 경험한 전직 대기업 홍보임원(이하 홍보임원)
오너리스크를 경험한 전직 대기업 법무팀장(이하 법무팀장)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하 재계소식통)
십수년간 오너리스크를 지켜봐온 언론사 중견기자(이하 중견기자)
오너리스크 기업을 직접 카운슬링한 전문 컨설턴트(이하 컨설턴트)

흔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기업 손보기용으로 특히 오너가 수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구속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지. 각자의 견해는 어떤가.

홍보임원  최근의 잇단 오너리스크는 정권 탓도, 그렇다고 여론 탓도 아니다. 박근혜정부에서의 그룹 총수 수난사는 회사에 내재돼 있던 위기가 어느 순간 터져 나온 것이다. 언론이야 위기발생 타이밍과 위기요소가 된 팩트를 엮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만, 회사 안의 관점에서 보면 정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기업 내부 모순이 드러나는 것을 정권 탓으로 돌리는 총수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컨설턴트  동감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안 들어갈 사람이 들어가고, 들어갈 사람이 안 들어가고 하진 않는다. 최근의 여러 오너리스크를 봐도 최초 혐의는 어제오늘 불거진 게 아니었다. 진행형이었던 이슈들이 사회적 분위기와 여러 정치적 요인과 맞물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언제 터뜨릴지 타이밍은 조절했겠지만.

법무팀장  정권이 바뀌면 통상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검찰에서 관리·보관해 오던 데이터들을 오픈, 여론을 만드는 작업을 하긴 한다. 그런데 최근 모 그룹사 오너의 경우 약간 정치적 색깔이 있던 것도 같다. 전 정권에서 시작해서 충분히 끝낼 수 있었던 문제를 일부러 현 정부로 딜레이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법부는 재벌 오너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일종의 관행을 깨뜨리고, 엄격한 형을 내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다. 어영부영하다가 새 정부의 재벌 정책 기조가 탄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초기 타이밍을 잘 잡았다. 다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분위기 잡는용으로 오너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재계소식통  정부 초기 대통령 지지율 때문에 재벌 수사에 강하게 드라이브 건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이것저것 불만이 많은데, 그런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재벌)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거다. 사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기여 등 여러 좋은 일을 많이 해도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집단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 재벌 지배구조는 오너가 적은 지분을 갖고 전체를 지배하는 아주 특수한 상황이다. 그래서 정권의 비교적 쉬운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닐까.

▲ 자료사진=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오찬간담회를 갖는 모습. ⓒ뉴시스

기업위기는 다양하다. 공장에 불이 나기도 하고 제품 내 이물질 발견, 임직원의 실수로 인한 평판추락 등 크고 작은 여러 유형이 있다. 이중 제일 큰 위기는 아무래도 총수가 얽혀 있는 건인데,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오너리스크는 일반 기업위기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울 듯싶다.

컨설턴트  일반적 기업위기와 오너발 기업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위기대응에 있어서 집단 의사결정이 가능하냐 그렇지 못하냐이다. 오너리스크는 다른 위기와 달리 오너 개인만이 알고 있는 내용이 많다. 수하들이 있긴 하지만 최측근이라 해도 많아야 80~90% 선이다. 100% 정확한 건 오너 당사자만이 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이라 하더라도 오너리스크 땐 기존 매뉴얼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
더욱이 대응 논리 자체도 철저히 법무중심으로 세워지다 보니 강력한 로펌들과 조직 내 VIP들이 독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자연히 내부적으론 여러 유관부서들 간 통합적 의사결정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위기관리의 프로세스를 밟아 진행되지 못하기 때문에 오너리스크는 대응이나 수습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견기자  오너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건 리스크를 만든 오너의 태도 탓도 크다. 예전 사회부장 시절 모그룹 총수가 큰 건으로 사고를 친 적이 있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런 때일수록 총수가 직접 나서서 쿨하게 대국민 사과하고, 비난 여론을 무마해야 한다고 건의하라고 수차례 강조했는데도 아무도 그 말을 못하더라. 그만큼 총수에게 직언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자칫 잘못하면 자기 목이 날아가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충분히 짐작은 하지만, 관찰자 입장에서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잘못했다, 벌 달게 받겠다 하면 여론은 금세 달라지는데, 아무 말 안하고 꽁꽁 숨겨놓다가 꼭 검찰조사에서 조금씩 조금씩 팩트가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언론이나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슈 자체가 더 재미있어지고 얘깃거리도 더욱 커지는데 말이다.

재계소식통  아직까지 여론이 곧 평판이고 판결이라는 점을 잘 모르는 듯하다. 이슈가 터졌을 때 대개 오너들은 외부전문가들을 통해 바깥의 여론을 묻곤 하는데, 그 사람들이 직언을 해도 제대로 안 듣는다. 본인이 물어봐 놓고 결론은 좋은 얘기만 골라 듣는다. 결국 외부전문가 조언은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돼 허공에서만 떠돌다 최종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법무팀장  기업에서 일해 보니깐 예전 모셨던 회장님을 포함해 오너들의 특성이 실제 그렇더라. 자라온 배경이 남한테 언제 한 번이라도 머리를 숙여본 적이 없으니까, 설령 자기가 잘못을 했다 해도 대국민 사과 그런 건 못하고 태도 자체가 경직되는 거다.
과거 모그룹 총수는 1심에서 재판장 앞에서 턱 괴고 설렁설렁 앉아 있다 큰 코 다치고 난 후에야 재심에서 비굴모드로 스탠스를 달리 가져갔다. 또다른 그룹 총수는 대규모 초호화 변호인단만 믿고 있다 날벼락 맞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변호인들한테 국선변호사를 선임했어도 이것 보다는 나았겠다며 큰소리 쳤단다. 아무리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몸에 밴 오너습성을 떨치기란 그만큼 어려운 법이다.

▲ 자료사진=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검창철 입구. ⓒ뉴시스
결국 오너불통이 오너리스크를 키운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오너불통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홍보임원  지금 재계 2·3세와 과거 창업세대가 제일 크게 다른 점은 소통의 방식과 내용인 것 같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은 과거 텔레비전에 다 나갔다. 정주영 회장의 경우엔 전국노조위원장이 다 모인 자리에서 강의도 했다. 그때 나온 유명한 말이 “나도 노동자야. 돈이 좀 있을 뿐이지” 아니냐.
그런데 재계 총수들의 이런 문화가 2·3세로 넘어오면서 거의 다 사라졌다. 심지어 요즘엔 재계 유일한 소통창구인 전경련에도 메이저 플레이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경련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전경련은 안 나오고 어떻게 된 게 서울지검만 들락거린다. 총수들도 소통을 전혀 안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왜 자꾸 이런 불통 현상만 불거지나 생각해 봤더니 내외부에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외부적으로 봤을 땐 언론 탓이 작지 않다. 언론이 대개 잘한 사실은 부풀려서 과찬하고, 못한 일은 과도하게 두들겨 패질 않나. 그러다 보니 총수 입장에선 언론에 잘 나와도 부담스럽고, 못나오면 속된 말로 병신이 돼버리니 더욱 더 노출을 꺼리게 되는 거다. 더욱이 요즘엔 밥 먹는 중에 나온 얘기가 식사 마치기도 전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시대다. 서로 간 신뢰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신사협정도 안 지켜지니 언론과의 대화나 소통이 더더욱 단절될 수밖에.
또하나는 사내 문제가 크다. 예전엔 기업에서 임원회의를 한다 치면, ‘오늘 신문에 뭐가 났던데’ 하는 식으로 회의 분위기가 여론 중심으로 맞춰졌다. 근데 요즘은 ‘금리가 어떻니 주가가 떨어졌니’ 하는, 정형화된 패턴만 갖고 의례적인 대화로 시작된다. 사내소통 자체가 굉장히 무미건조해졌다.
마지막으로 사회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부정적 용어로 기업을 포지셔닝하는 경향이 있다. ‘재벌총수와 파렴치범’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가 하면, 큰 깡패조직을 ‘기업형 조폭’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질 않나. 잘못도 하지만 분명 긍정적 역할도 있는데 사회가 기업의 잘못된 부분만을 부각시켜 호도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견기자  기자 입장에서도 2·3세들이 선대 회장들보다 기업가로서의 책임의식이 적다고 봐진다. 과거 회장들은 노조파업하고 할 땐 방송사 중계차 옆에 서서 마이크 대고 인터뷰할 정도로 책임감과 자신감이 엄청났다. 2·3세 회장들이야 이렇게 까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기 회사 출입하는 기자 몇몇은 알고, 한 번씩 같이 점심도 하고 자연스레 얘기도 하면서 여론을 경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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