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홍보의 왕도
언론홍보의 왕도
  • 문기환 (admin@the-pr.co.kr)
  • 승인 2010.12.0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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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환의 홍보 한마디

언젠가 본 TV뉴스가 생각난다. 서울시에서 대대적인 음주단속을 했다는 뉴스였다. 단속과정을 보도하는데 이런저런 상투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엉뚱하고도 기막힌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한 음주운전자를 단속했는데 정작 그는 결코 운전을 한 적이 없다고 하고, 반면에 단속 경찰관들은 분명히 그가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잽싸게(?)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았다고 다그치고, 그러자 그 음주운전 혐의자는 정 그렇다면 자기가 그랬다는 증거를 대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다른 한 사례는 음주 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부른 대리 운전사가 오히려 음주 측정에 걸린 것이다. 어처구니없었던 경찰이 운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평소 자기를 자주 호출하는 단골손님이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하는 등 정말 천태만상이었다.

이쯤해서 갑자기 홍보칼럼에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 하고 궁금해하는 독자가 계실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그 뉴스의 끝맺음으로 인터뷰를 한 교통경찰관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오늘 음주운전 집중단속을 한다고 수차례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미흡했는지 많은 시민들이 음주 단속에 걸린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음주단속을 펴 나갈 계획임을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겠다”는 코멘트였다. 뉴스 내용과는 상관없이 홍보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경찰관의 홍보 마인드가 매우 높은 듯 보여 반가웠다.

PR은 ‘피(P)나게 알(R)리는 것’

요즘은 동네 작은 음식점 하나가 새로 영업을 시작해도 각종 홍보방법이 총동원된다. 몇 주 전부터 내거는 플래카드를 필두로, 오픈 당일 이벤트전문업체를 동원해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치어걸 차림의 도우미들이 현란한 춤으로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강제로 모으기도 한다. 또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주변 등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길가에서 전달하는 전단지하며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 중간에 홍보 인쇄물을 삽입하는 방법, 경비원 아저씨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아파트 집집마다 대문에 붙여있는 자석 형 또는 스티커형 홍보물들.

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에 배포되는 동네 음식점 소개 책자에 홍보기사를 칼라광고와 함께 싣기도 하고, 더 적극적인 사람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유선TV에 동영상광고까지 하고 있다. 이렇듯 ‘홍보’라는 말은 이제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즐겨 쓰고 직접 행동에도 옮기는 친숙한 단어가 됐다.

예전엔 홍보 즉 PR을 ‘피할 것은 피(P)하고 알(R)릴 것만 알린다’라고 표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언론홍보 실정을 자조적으로 표현했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다. 기업이나 조직에 불리한 기사는 어떻게든 취재를 피하거나 만일 기사화 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사전에 원천봉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국에 배포되는 조간신문의 경우, 전날 저녁 7시쯤 인쇄돼 나오는 지방판(가판)에 홍보실이 막강한 어느 대기업에 관한 좋지 않은 기사가 보도됐을 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밤새 조화(?)가 일어나 다음 날 아침 배달되는 소위 서울 판에는 문제의 기사가 바뀌거나 사라지는 마술도 드물지 않게 목격되곤 했다.

그러나 이젠 국민의 언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인터넷 문화도 급속도로 전파돼 언론의 기능은 어느덧 더 이상 대형 언론사 만의 고유영역이 아닌 것이 됐다. 인터넷 언론을 통해 당당히 기자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언론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PR을 ‘피(P)나게 알(R)린다’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홍보 개념에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홍보 세상이 됐다는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문기환 khmoon@saturnpr.co.kr

새턴PR컨설팅 대표
前 (주)대우 홍보팀장 (1990~1999)
前 이랜드그룹 홍보총괄 상무 (200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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