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칸 광고제를 돌아보다
2016 칸 광고제를 돌아보다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6.08.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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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 PR-히스토리 PR] 크리에이티브와 매체·기술 분리의 시사점

[더피알=신인섭]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영문으로 된 긴 이름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칸 라이언즈 국제 창의성 축제’다. 주최 측에선 ‘광고’라는 말을 뺐지만 여전히 칸광고제라 불린다.

올해 축제 기간은 지난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 장소는 당연히 프랑스 칸이었다. 출품작은 4만3101개로 작년 대비 7% 증가했다. 세계 최대의 광고제이자 가장 비싼 ‘돈 놀음’이기도 하다. 8일간의 축제를 위해 칸에 쏟아 붓는 돈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 2016 칸 라이언즈 이모저모. 출처: 공식 블로그

극장광고제→크리에이티브 축제

숫자 이야기는 뒤에서 하고 왜 시작했는지부터 짚어보자. 아직 텔레비전이 번창하지 않던 1950년대 초, 영상광고의 유일한 매체는 영화였고 주무대는 극장이었다. 그래서 극장광고 판촉을 위한 단체인 극장광고세계협회(Screen Advertising World Association)가 1954년 9월에 베니스에 모여 14개 국가에서 출품한 187개 극장광고제를 개최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뒤 광고제 출품 부문은 달라졌고 늘어났다.

칸과 베니스에서 교대 주최하던 것이 1984년부터 칸으로 고정됐다. 2010년까지만 해도 출품 부문이 12개였으나, 매년 하나 또는 셋까지 증가해 2016년에는 24개로 배가 됐다. 주된 이유는 정보기술(IT)의 발전이다. 2010년 이후 생긴 부문들을 보면 모바일, 이노베이션,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디지털 크래프트(기술) 등 모두 데이터나 기술과 관련되는 것으로, 광고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창의성보다는 자료나 숫자와 관련돼 있다.

2015년에는 칸광고제가 광고의 창의성 즉 크리에이티비티를 위한 축제냐, 기술 발전을 심사하는 축제냐 하는 논의까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기업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 창의성의 최종 목표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증진에 있으므로 기술, 데이터, 매체의 효과적 이용이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면 기술 관련 부문의 증가를 둘러싼 논란은 관심 밖의 일일 것이다.

칸광고제 주최 측에 있어 부문 증가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출품이 많아지고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2만4242편의 출품작이 6년 뒤에는 4만3101로 56%나 늘었다.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timedia)의 자료에서 추정하면, 같은 기간 세계 광고비가 30%쯤 성장한 것과 대비해 칸광고제의 성장은 놀랍다고 할 만하다.

5대 출품 부문은 <표1>과 같은데 두드러지는 것은 2위인 인쇄와 출판물이 전년 대비 16% 가까이 줄었다는 점이다. 신문, 잡지 등 전통매체의 광고 감소가 원인일 것이다. 옥외광고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효과, 효율 면에서 훨씬 증가했다. 미디어 감소는 IT 관련 부문의 증가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광고의 UN, 영어권 수상작 압도적

올해 출품 국가는 100여개국에 이를 것이다. ‘광고의 UN’인 셈이다. 이번 행사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연설하기도 했다. 물론 광고 창의성이 주제는 아니었다.

4만3000개가 넘는 출품작 가운데 칸라이언즈 상을 받은 수는 1360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약 3.2%다. 수상작이 하나라도 있는 나라는 61개국이다. 그러니 상의 등급 문제를 따지기에 앞서 일단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상 10대국 리스트는 <표2>와 같은데 미국이 354개로 압도적이며, 전체 수상작의 26%를 차지한다.

미국을 제외한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 3개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합계가 292이므로, 영어권 4개국(646개)이 전체의 48%에 달한다. 유럽 3개국(독일·프랑스·스웨덴)과 중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10대 수상국에 포함됐다. (광고비는 일본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합계보다 월등히 많다)

출품작 수와 수상작을 대비하면 1,2위인 미국과 영국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이 3.6%로 전체 평균인 3.2%를 약간 상회하는 데 비해, 영국은 5.1%로 훨씬 높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도 비율이 높은 반면, 일본은 2.6%로 평균 이하다. 물론 한해의 기준만으로 광고 창의성을 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은 영어권 국가의 지배이다. 수년 전 유럽 프로덕션연맹 회장을 하던 프랑스인이 부산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연설할 당시 칸광고제에서 수상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어라고 했다. 그 말이 바로 적중했다. 출품도 영어요, 심사도 영어요, 발표도 영어이다 보니 영어 아니고는 도무지 소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우 15개국에서 9312편을 출품,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수상작 수는 263개로 세계의 19%이고, 수상률은 2.8%로 세계 평균(3.2%)을 밑돈다. 이 숫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더욱 낮아지게 된다. 참고로 올해 한국은 309편이 출품해 3편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2015년에는 448편 출품에 11편 수상했다.

PR부상 주목

칸광고제에 PR이 한 부문이 된 것은 2009년이다. 이후 8년간의 출품수를 보면 421편에서 2224편으로 51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광고상 출품수 성장률인 190%보다 훨씬 높다. 이제 PR부문은 전체 출품의 5%를 넘어섰다. 2016년 수상작은 84개로, 출품수 대비 3.8%에 이르렀다. 어느 모로 보나 PR의 부상을 부인할 수 없다.

공표된 자료는 아닌 듯하나 PR작품 평가기준은 아이디어가 20%, 전략 30%, 집행/제작 20% 그리고 결과가 30%라 한다. 광고와 달리 PR평가의 기준 30%는 성과제시가 차지한다는 특성이 있다. 다만 PR 출품작을 보면 PR 전문회사가 아닌 그밖의 회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해 PR그랑프리는 스웨덴 농업협동조합의 ‘유기농 효과(The Organic Effect)’의 몫이었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을 2주 동안 먹은 가족의 신체에 나타난 살충제 흔적 감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바이럴 비디오 작품을 출품한 곳은 스웨덴의 광고회사 포스만&보덴포르스 코텐부르크(Forsman&Bodenfors Gothenburg)다.

조사방법에 관해 일부 말썽도 있었다. 법정으로 비화한 이 사건은 기각됐다.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건강관리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올 만하다.

서두에 칸광고제를 ‘돈 놀음’으로 빗댔는데 이는 출품료 하나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4개 부문 중 15개의 작품당 출품비가 499유로(약65만원)다. 줄잡아도 280억원이 된다. 올해 관람객 수는 2만여명. 등록금은 등급 따라 다른데 가장 흔한 것이 1495유로 (194만원)라 한다. 1만5000명이 194만원 패스로 등록했다면 추가로 290억원이 모인다. 여기에다 숙박비, 식대 그리고 각종 특별 행사를 포함하면 칸광고제는 대단히 돈이 되는 행사임에 틀림없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수백억원의 행사는 끝났다. 비공식 추계이긴 하나 약 2만명의 광고·PR 관련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 가운데는 반기문 UN사무총장,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있다. 이제 칸광고제는 단순히 광고만이 아닌 행사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광고제 기간 동안에 세계 최대 광고그룹인 영국의 WPP 마틴 소렐 회장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은 남겼다.

“WPP와 경쟁업체인 옴니콤, 퍼블리시스, 덴츠, 인터퍼블릭과 하버스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대거 거기(칸광고제)에 갈 것은 분명하다. 한편 지금의 라이언즈(광고상)는 두 가지 행사 즉 크리에이티브와 매체/기술(테크)로 분리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주최사에게는 더 많은 돈이 생길 것이다.”

소렐 회장은 헛소리 안 하기로 유명할뿐더러 그가 한 말은 대체로 맞았기에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업계가 늘 경청한다. 물론 칸광고제가 소렐 회장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지고 비싸지고 번창하면 그에 따르는 문제도 생기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은 올해 309편을 출품해 3개 수상작을 얻었다. 출품작 대비 수상작의 비율은 금년에 1% 미달이고 작년은 2%를 조금 넘는다. 좀 더 연구해야겠지만 국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할 때가 됐다. 수출 안 하고는 살 수 없는 것이 우리 형편이다. 그러자면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이야기를 경청하게 하는 광고·PR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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