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유통맞수의 승부수
디지털 시대 유통맞수의 승부수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6.10.0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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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채널’의 롯데 vs ‘제품’의 신세계

[더피알=신현일] 각종 온라인 커머스들이 파격적 할인과 쿠폰 폭탄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채널들은 모바일 커머스가 온라인 커머스를 넘어서는 현 시점에서 피말리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진검승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채널’에 집중하는 롯데와 ‘제품’에 집중하는 신세계의 전략이 비교된다.

▲ 옴니채널에 주력하는 롯데(왼쪽)와 제품 차별화에 집중하는 신세계.

‘옴니’로 사는 롯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은 작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유통업계 키워드이다. 그러나 개념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만 나오다가 올해는 그 언급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아마도 이 개념을 선점하고 실질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온·오프 경계 지우는 옴니채널 전쟁

옴니채널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채널에서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편리하고 차별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하는 수준을 갖고 옴니채널이라 칭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모양새다. 

최근 옴니채널을 향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근래 선보인 ‘옴니로 산다’라는 캠페인만 보더라도 옴니채널, 옴니쇼핑에 대한 확고한 선점의지를 엿볼 수 있다.

롯데는 ‘내 마음대로 사는 옴니쇼핑’이란 커뮤니케이션 슬로건을 내세우며 유통 관련 22개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이번 캠페인에 힘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이 모두 하나의 세상인 것처럼 옴니채널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취지의 이 캠페인은 총 4개의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인 스마트픽(smart pick)은 스마트픽 앱에서 주문하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픽업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도 몇몇 유통기업들이 시도한 바 있다.

엘페이(L.PAY)와 엘포인트(L.POINT)도 앱을 통해 모바일로 간편하게 결제하고 적립된 포인트로 다양한 쇼핑혜택을 누린다는 서비스로, 기존 상품들과 큰 차별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엘팟(L.POT)은 위치기반 서비스다. 비콘 기술을 통해 해당 매장 방문 시 고객, 브랜드별로 맞춤 할인 쿠폰과 행사정보를 제공해 쇼핑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모두 기존에 없던 서비스는 아니지만 시장에 성공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강력 드라이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한 측면은 있다. 특히 스마트픽과 같은 서비스는 촘촘한 유통라인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기에 향후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 롯데는 옴니쇼핑 선점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출처: 공식 페이지

롯데는 이번 캠페인을 위해 마이크로 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 TV광고와 온라인광고 등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곽도원·염정아·이솜·서강준이 가족으로 등장해 스마트픽 서비스를 녹여내는 형식이다. 본편 영상에 앞서 공개된 티저의 경우 공개 일주일 만에 74만뷰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소비자의 학습효과가 중요한 유통업계에서 고객구매여정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녹여낼지가 승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똑똑하지만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혁신’ 신세계

롯데그룹이 최고경영자 이슈로 어지러운 부침을 겪고 있다면 신세계는 리더의 서포트를 제대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SNS의 파워 인플루언서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그의 포스팅에 신규 서비스들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하면 부정적 피드백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오너 SNS 활동이 단순한 홍보개념을 넘어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관련기사: 홍보→광고→CS, 정용진 부회장의 SNS 활용법

정 부회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제품을 향해 있다. 이마트가 추진 중인 ‘52주 발명프로젝트’는 상시 혁신을 위해 임직원들이 발명가가 돼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단지 1년만 지속하자는 개념이 아닌 사내문화로 정착시켜 지속적으로 ‘혁신 이마트’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다. 이 혁신 드라이브는 수장의 신속하고 단호한 의사결정이 없다면 분명 불가능한 것임을 업계에 종사한 사람은 잘 알 것이다.

52주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결과물인 노브랜드, 피코크, 콜라보 시리즈는 이마트의 실험정신과 소비자의 욕구가 만나 불경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노브랜드(No Brand)는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제품에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그 외 포장, 이름, 디자인까지 최소화해 초저가를 실현하고 있는 제품라인이다. 1겹 화장지와 물티슈, 뚜껑 없는 변기시트 등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단순히 싼 제품이 아닌 효율적인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 이마트 노브랜드 슬로건.

현재 약 300개로 그 수를 늘려 판매 중이다. 심지어 최근엔 용인 보라에 단독 노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아직은 그 파급력이 약할지 모르지만 향후 이 포맷을 새로운 유통 채널 돌파구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매장 중 실적이 저조한 곳은 노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피코크(PEACOCK)는 간편 가정식을 중심으로 개발된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이다. 원래 피코크는 1970~80년대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던 자체 의류 브랜드였다. 2000년대 초 사라졌던 피코크를 다시 부활시켜 이마트의 식품 자체브랜드(PL)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마트는 피코크를 위해 그룹 내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셰프 4명을 채용해 차별화된 레시피 연구에 전념하게 하고 ‘테이스트 키친’이라는 조리공간을 통해 자체 품평회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다. 또한 패키지 디자인에 공을 들여 흔히 자체 브랜드가 갖는 약점을 보완해 독일IF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마트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가진 여타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해 기존 마트에서 볼 수 없던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PL상품은 품귀현상까지 빚으며 소녀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라인프렌즈와 생활용품 및 식품 등의 자체상품을 출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자의 명언 중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 멀리서 사람이 찾아오게 하라’라는 말이 있다. 어떤 서비스가 더 매력적이고 손이 가는가? 결론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나 읽고 있는 독자부터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마도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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