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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던지는 건강정보, TV가 위험하다[유현재의 Now 헬스컴]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도 ‘외과적 수술’ 필요한 때
  • 유현재 서강대 교수
  • 승인 2016.10.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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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필자는 의사도 아니고 의학 또한 간접 경험만 잔뜩 하고 있는 전형적인 ‘일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건강 프로그램들은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특히나 출연자들이 툭툭 던지는 근거 모를 멘트들과 해당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걸어놓은 헤드라인 등을 보자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일선 의사들과 관련 국가기관은 이 현상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의학에 빗대면 이 정도 심할 경우엔 소위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단계는 아닐까 판단된다. 

얼마 전 접한 한 건강 프로그램이 제공한 메시지는 ‘세상에서 가장 싼 항암제는 베이킹소다!’였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 주장을 펼친 출연자는 해외의 저명 학술지를 통해 그같은 사실이 규명되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튜디오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고 출연자의 중요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더욱 재미있고 극적으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양념치기에 바빴다.

   
▲ 종편의 한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싼 항암제로 베이킹소다를 소개했다. 해당 방송 화면 캡처

프로그램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베이킹소다에 항암기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존재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저 미디어와 건강 관련 소통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불안감과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저렴한 베이킹소다가 항암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이 검증됐다면 왜 그런 혁신적인 소식이 정규 뉴스나 진지한 건강 관련 다큐, 혹은 학술대회 등을 통해 본격화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필자가 관련 정보에 대해 검색을 해본 결과, 실제로 베이킹소다의 항암기능에 대해 작성된 문서들이 일부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 주장한 것처럼 그토록 파격적이며 모든 연구자들이 전적으로 동의하고 열광하는 사안은 아닌 듯했다.

덜컥 걱정이 미친 부분은 혹시라도 현재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프로그램 시청 후 담당 의사 선생님에게 베이킹소다를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시나리오였다. 예상컨대 어떻게든 완치를 위해 지난한 작업을 하는 진료실의 의사들은 환자들의 그런 요구와 질문에 허탈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근거 모를 주장, 펙트체크 어떻게?

해당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사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위 주장을 펼친 당사자도 의사였지만, 함께 스튜디오에 등장한 출연자들 가운데 현직 의사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모두 특정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종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 관련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일조한 사실에는 여지가 없다.

필자가 진행하는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은 대부분 의사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이뤄진다. 과정상 자주 소통하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이같은 미디어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하니 비록 샘플 수는 적었지만 대부분 ‘심히 우려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부 의사는 도대체 요즘 미디어 콘텐츠는 제재가 없는 것이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즉, 의사들 사이에서도 일부 건강 프로그램에서 전달하는 주장들에 대한 대체적 합의는 형성돼 있지 않다는 말이다.

‘백세 시대’로 통칭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지 벌써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사람들의 전반적 건강 수준은 역사상 최고로 높아졌다고 한다. 이제 보험회사 등 수명을 언급해야 하는 기업에서는 평균 수명이 머지않은 미래에 백세를 찍을 것으로 가정하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초고령 사회로 초고속 진입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이같은 사회적 배경에서는 치료보다는 예방 및 관리가, 급성 보다는 만성병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주요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건강 프로그램의 급격한 대중화를 부추기는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 '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 신뢰가 주어지는 위험한 상황이다.

사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우려감을 나타내는 목소리에 갑갑함을 표출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주장에 대해 시청자들이 판단해서 전혀 아니라고 생각되면 무시하면 되는 것이고, 어차피 대부분의 건강 프로그램에는 개그맨이 등장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과연 심각하게 받아들일까라는 주장을 하면서 말이다. 또한 “개인 의견이며 방송사와는 관련 없다”라든가, “개인적 의견일 뿐이니, 따라하지 마세요!”등의 안내도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받아들이는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반응성, 파급력, 민감성(sensitivity)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위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디어 광고효과가 막대할뿐더러, 국가가 공인한 미디어인 TV를 통해 노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지는 물론 막연한 신뢰까지 형성하는 청중들에게는 유의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솔깃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 무장해제

필자는 수 년 전 동일한 건강 관련 메시지가 어떠한 미디어를 타고 대중에게 전달됐을 때 사람들이 메시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신뢰하며, 결과적으로 행동하려는 의지가 강화되는지 고찰한 적이 있다. 해당 논문에서는 동일한 건강 관련 메시지가 △1:1 개인차원에서 전달됐을 때 △정규 뉴스를 통해 보도의 일부로 전달될 때 △공익광고를 제작해 공무원 혹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전달할 때 △건강 프로그램에서 스토리에 녹여 접근할 때 등으로 구분해 반응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1등은 아니었지만, 건강 프로를 통한 스토리텔링 방식에 꽤 높은 수준의 긍정 반응이 발견됐다. 광고는 ‘공익’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업적 혹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이었고, 정식 뉴스는 약간 경직된 느낌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정부기관의 안내는 믿지 못했고, 전문가가 공익광고 등을 통해 정보를 들려줄 경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든 예능이든 프로그램 구성에 자연스럽게 녹인 상태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다수 소비자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수용성 및 신뢰를 보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건강 관련 정보에 있어 미디어의 형태와 효과성을 고찰한 단일 연구였지만, 현재 홍수처럼 쏟아지는 건강 프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사례였다.

‘TV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본적 신뢰가 주어지고, 스타급 연예인을 쓰지 않아도 일정 정도의 광고효과를 올리기 쉬운 환경임을 감안한다면 현재 건강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꽤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건강과 예능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노출되는 프로그램들은 이제 효과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모두 간과하기 힘든 수위에 접근했다는 생각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일부 건강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전문가 특히 의사들이 바로 인접 채널, 즉 홈쇼핑에 등장해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활용한 건강 제품을 판매하는 호스트가 된다는 점이다. 건강과 예능을 적절히 섞은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기반으로 아주 작은 시간차에 의해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럴 경우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잔상은 소비자들을 자극하고 설득해 판매를 높이는 광고나 홍보의 역할을 고스란히 수행하게 된다. 너무나 중요한 개인의 건강 사안이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는, 하지만 대중 매체를 통해 연예인급 인지도를 보유한 일부 ‘쇼닥터’들이 펼치는 세일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 관련 상품판매는 천문학적 숫자이며 홈쇼핑이 구매행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곧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청자 겸 소비자, 환자, 예비 환자가 돼 TV 앞에서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자주 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강 프로그램 시청자로서 감정을 이입하며 웃고 걱정하다를 반복하다가 바로 옆 채널에서 해결책을 찾아내 건강을 ‘해결’해 버리는 이상한 방식인 것이다.

건강쇼 → 홈쇼핑 → 병원쇼핑 ‘순환고리’

매체에 의해 자신의 건강을 판단하고 주로 부정적 상상을 거듭하는 현상을 ‘하이퍼콘드리아(Hypochondria)’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미디어에 의한 건강염려증 정도가 된다. 자의적으로 검색한 정보들에 의해 일희일비하며 건강을 지속적으로 걱정하는 유형이다. 이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실제 오프라인 상에서 의사를 찾는 일은 도리어 적을 수 있고, 자신이 상상하는 부정적 결과를 말해주는 의사를 만나기 전까지 병원쇼핑을 감행하는 일도 잦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더욱 과감해진 건강 프로그램을 열혈시청하며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TV 앞에서 습득, 이해한 다음 결정을 바로 내리고 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해 심적으로 안정을 찾는 유형도 문제가 있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미디어의 넛지(Nudge, 선택을 유도하는 남모르는 개입) 기능이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을 것이다. TV 건강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의사들은 대체로 질병에 대해 심각하고 전문적으로 어렵게 말하며, 시청자들은 덜컥 불안을 느끼기 쉬운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머지않아 바로 그 의사가 홈쇼핑에 등장해 좀 전과는 다른 환한 미소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재는 필수다.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건강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콘텐츠를 감시하는 기능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갈수록 던지는 메시지들은 위험해지고 동료 의사들도 의문을 품을 정도다. 일부 쇼닥터들은 프로그램과 홈쇼핑을 병행하는 기막힌 마케팅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슬픈 것은 결국 어떠한 결과도 소비자, 즉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질서가 잡히길 기대한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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